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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기획(1)] 흙수저도 자산관리사 둔다

2017-04-05문경록 뉴지스탁 대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라는 용어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들리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 열풍이 불고 있고, 그 중에서도 큰 축을 차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시작 단계다. 소수의 얼리어답터 성향의 개인투자자들과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상대적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단계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주식거래에 사용되어 왔던 시스템 트레이딩을 생각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다’, ‘위험하다’ 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작단계의 시장에서 이런 관점이 당연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빠르게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골드만삭스’란 이름을 못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최고의 인재들이 수억에서 수백억의 연봉을 받고 근무하는 최고의 금융투자기관이다.

한때 600명에 달하던 이 곳의 주식 트레이더는 이제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외환거래 부서에서도 4명의 딜러가 담당하던 업무를 한 명의 컴퓨터 엔지니어가 대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마티 차베스는 현재 3만5000여 명 임직원 4분의 1 가량이 컴퓨터 엔지니어이며, 앞으로 외환거래를 비롯해 영업과 고객관리 등 투자은행 고유 업무영역에서도 컴퓨터가 기존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도 2015년에 이미 “골드만삭스는 IT회사”라고 선언했다. 전통적인 투자시장의 강자인 골드만삭스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이 커질 것임을 암시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시작과 해외사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투자자문 또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며, 수학적 알고리즘 기반의 디지털 투자자문을 제공한다. 이 알고리즘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운용되며, 고객의 자산을 자동적으로 배분, 관리, 최적화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일반적인 시스템 트레이딩과 다른 점은, 서비스의 성격과 대상고객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정해진 규칙에 의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매를 한다는 점에서 로보어드바이저와 기술적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단기 수익을 노리고 하루에도 수없이 트레이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주식보다는 파생상품 거래에 더 많이 사용된다.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단기 수익보다는 투자자의 투자목적에 부합하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해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가깝다.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글로벌ETF 자산배분에 집중하거나,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주식과 ETF에 모두 투자하는 형태로 나뉜다. 고객의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일임형 서비스와, 자문만 하는 자문형, 그리고 이를 모두 제공하는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뉜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2011년 본격 성장, 지금은 세계적으로 수백여 개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반적으로 과거 높은 가격으로 사람이 해 주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알고리즘과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해 비용을 낮춰 상대적으로 투자자산이 적은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과거 수억 원 이상의 자산가만 오프라인의 PB나 투자자문사에게 비싼 수수료를 내고 자산관리를 맡겼다면, 이제는 투자금 수백만 원 정도인 일반투자자도 온라인 자문사인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 효과적인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들은 대부분 미국에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인 웰스프론트와 베터먼트는 AUM(운용자산)이 50억 달러가 넘을 만큼 큰 규모로 성장했다.

전략컨설팅 기업인 A.T커니에 의하면 현재 3000억 달러인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규모는 2020년까지 2조2000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의 시장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같은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은 텍스 하베스팅(Tax harvesting) 등 편의서비스도 제공한다. 투자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투자자 대신 계산해,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납부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서비스로, 미국에서는 투자 손익을 종합 평가해 과세하기 때문에 텍스 하베스팅이 매우 중요하다.(우리나라의 경우 손해액과는 관련 없이 수익에 대해 무조건적인 과세를 하고 있다) 투자자문 외에 이러한 편의서비스가 미국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크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

국내에도 수년 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서비스들이 시장의 검증을 거치고 있는 단계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금융위원회 주최로 2016년 10월부터 6개월간 진행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가 가동되고 있으며,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증권사, 은행 등 26개의 기업이 검증을 거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문업, 일임업, 증권업, 은행업 등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업과 라이선스 없이 알고리즘만 보유한 기업으로 나뉘며, 투자자산도 국내외 주식부터 해외ETF까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뉴지스탁은 국내 주식과 ETF에 투자하며, 자산배분 서비스 외에 개인투자자 본인의 투자전략을 알고리즘화해 증권사 API를 통해 자동 매매하게 하는 서비스로 최근 사용자가 늘고 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중 최초로 일임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던 쿼터백자산운용은 국내 1위 로보어드바이저로 AUM이 1,5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최근 자산운용사 라이선스까지 취득했다.


가장 큰 이슈는 ‘비대면 일임’ 규제

이렇게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들이 많이 생겨나 치열하게 검증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금융시장처럼 변모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일임’ 이 허용되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처음 시작된 미국을 비롯한 유럽, 호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비대면 일임이 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손쉽게 일임계약을 맺고 고객 위험성향별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주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이러한 비대면 일임 서비스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진행,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테스트베드에는 참여하고는 있지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자본시장 관계기관이 참여한 RA 테스트베드 과정에는 기존 금융사와 자문사(일임사 포함) 외에도 기술력을 갖춘 IT업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기존보다 보안 규정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 시스템, 서버, 온라인 보안 등)

이렇듯 수준 높은 테스트 배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서는 온라인 일임을 허가할 필요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성장은 글로벌 트렌드이고, 국내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허용할 필요가 있다.

또 온라인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이 가능해지면 금융기관에서 부과하는 판매수수료 등을 낮춰 소액을 투자하는 일반 급여생활자들의 자산관리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비대면 일임의 허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를 전면 허용할 경우 자칫 투자자 보호가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불완전 판매가 이뤄질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일임 허용을 통한 자산관리서비스가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요건들을 통해 잘 검증되면 오히려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과 오프라인에서 대면해 상품을 가입하는 것보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논리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이는 이미 8년째를 맞은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비대면 일임 시장이 열릴 때 이미 검증된 바다.

 

 

꼭 로보어드바이저 분야뿐만 아니라 핀테크 산업 전반에 많은 규제들이 있다. 물론, 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규제들이고, 많은 파생 법률들이 존재하며 상호보완적이라 규제완화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법 체계가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어서 법으로 허락한 방식이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하다.

미국의 경우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법률에 금지된 방식이 아니면 시작이 가능하고, 추후 보완하는 규제를 만든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에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게 돼야 시장확대와 함께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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