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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헬스케어는 하나의 큰 시장 아닌 작은 시장의 합”

[인터뷰] 에드 박 아테나헬스 공동창업자

2017-03-03대담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

 

 

미국 아테나헬스는 한국계인 에드 박과 토드 박 형제, 그리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사촌인 조너선 부시가 공동으로 설립한 의료정보기업이다. 
중소병원의 보험금 청구를 대행하고 전자의무기록 서비스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한다. 
2007년 나스닥에 상장, 시가총액 48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기록하고 있는 아테나헬스의 공동창업자 에드 박을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  

 

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중요 먹거리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헬스케어에 쓰는 돈은 계속 늘고 있다. 세계 GDP 중 약 10%를 헬스케어에 쓰고 있다. 금액으로는 연 6조5000억 달러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문제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엄청난 기회다. 기술을 통해 헬스케어를 더 적은 비용으로 낫게 만들 수 있다.” 


헬스케어의 디지털화는 어떤 가치를 창출하나. 

“원래 의료 서비스는 서로 마주 앉아서 얼굴을 보면서 이뤄졌다. 의사와 환자가 앉아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의사가 뭔가를 이야기해주는 형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여러 센서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모은 뒤, 환자의 프로필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개인생체 데이터와 유전 데이터를 함께 처리하고 조합한다. 단순히 두 사람의 대화가 아니고 대량의 데이터 기반의 요소와 대화를 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술적 문제는 뭔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상의학 분야는 10년 전부터 디지털화됐다. 덕분에 많은 디지털 이미지들을 이용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았다.

다양한 웨어러블 센서를 이용해 여러 연구실이 함께 모든 연속 데이터들을 수집해야 한다. 그 이후에야 헬스케어를 위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는 헬스케어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단계가 아니라 모으는 단계다. 하나하나 데이터를 모아나가는 것, 이것이 첫걸음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중 성공사례가 있나.

“여러 ‘실패’들을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5~6년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헬스는 여러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헬스케어가 6조5000억 달러의 글로벌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헬스케어는 건강, 당뇨관리, 병원산업 등 각기 다른 특징이 있는 수천 개의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모여 있는 분야다.

그래서 많은 대기업들은 두 가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좀 더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계획에 대해 더 인내심을 갖는 것이다. 애플도 헬스케어를 시작했지만 어떻게 데이터를 이용하고, 어떤 것을 시작할지에 대해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헬스케어의 모든 분야를 다뤘던 구글헬스는 생명과학과 유전학, 암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우수한 머신러닝 기술과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어, 어떤 것이 암을 치료하는데 최상의 방법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고민하고, 더 집중하며, 더 인내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후 ‘오바마 케어’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미국 헬스케어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나.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중요한 문제는 3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중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40년에는 모든 연방정부 세금이 사회보장연금과 노인의료보장제도(Medicare), 저소득층의료보장제도(Medicaid)에 투입돼야 한다. 

이건 매우 큰 경제적 문제로 요술지팡이를 휘둘러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나 의회는 제도 변화를 시도하겠지만 곧 헬스케어가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얽혀있어 다른 여러 제도들을 손보지 않는 이상 하나의 부분을 고치거나 바꿀 수 없다.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다른 제도를 구상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 웨어러블 기기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얘기해 달라.

“지금의 웨어러블 기기산업은 아주 초기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자신의 삶을 데이터로 수량화하고 싶어 하는 일종의 ‘얼리 어답터’들이다. 모든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하려고 하고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먹고 몸무게는 얼마나 되며, 잠은 어떻게 자는지, 혈압은 어떤지 등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들의 비중은 전체 인구에 비하면 아주 적다. 

웨어러블 기기들이 실제로 잘 작동하고 기능하는지를 떠나서, 이 산업은 대부분 아직 주요 판매시장을 찾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들은 만성질환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은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당뇨, 심장혈관질환 등 전체 헬스케어 비용의 75%를 차지하는 질환들이다. 

집에 있는 혈당계가 꾸준히 당뇨환자의 혈당을 측정하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일정량의 약을 투입해준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안전히 지낼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다음 영역은 이러한 만성질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체 인구 중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적지만, 주요한 소비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기기가 시장 일부를 공략하고, 그 시장의 일부가 많은 돈을 지불한다면 매우 큰 시장이 될 것이다.”

 

에드 박 아테나헬스 공동창업자(왼쪽)가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시스템과 아테나헬스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미국 헬스케어시스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수천 개의 보험회사가 각자 보험금 지급 신청을 위한 개별 조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담당자가 승인해야 하거나 특정 코드가 지급 신청서에 포함돼야 한다.

보험금을 제대로 신청하려면 4000만 개가 넘는 조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아테나헬스는 이렇게 복잡한 보험조항 검색엔진을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수많은 보험 조항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추적해 어떤 보험금 신청이 거부당할지 예측했다.

어떻게 청구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조언을 제공했다. 그 결과 보험금 신청 승인율은 60% 더 높아졌고, 과정은 30% 빨라졌다.”


개인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정보보안과 사생활 보호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정보 보안과 사생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산업의 흐름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은행정보를 온라인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의 친구나 강아지 사진 등을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고 있다.

이미 많은 개인 정보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헬스케어에도 똑같이 적용하면 된다. 

헬스케어 데이터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은 특정 조건 아래에서는 접근을 허용하고 싶어한다. 차 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간다고 하자. 의사에게 자신의 의료기록을 보여주고 어떤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리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보안과 사생활간의 균형이다. 환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보안과 사생활의 균형이 다른 산업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따라 헬스케어에서도 적절한 균형을 맞춰가게 될 것이다.” 


의료기록의 기관간 공유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많은 정보가 공유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헬스케어 기관들끼리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혁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미국도 초기단계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 의료기관이나 기업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나.

“우리가 한국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 아테나헬스는 필연적으로 다른 기업이나 국가들과 협업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0%, 전체 환자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7800여 명의 의사와 3800만 명의 환자들을 고객으로 갖고 있지만, 이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이다. 한국의 헬스케어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서 적절한 때 알맞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다.”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당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국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하자마자 엄청난 혁신이 촉발됐다. 지난해에만 40억 달러의 벤처캐피탈 자금이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됐다. 

한국도 이런 일을 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리더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과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기업가들 역시 이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 것이며, 어떻게 합류할 지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테나헬스의 공동창업자, 에드 박은 누구?  
한국계 이민자 2세로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졸업을 앞두고 형인 토드 박의 요청에 따라 아테나헬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했다.

아테나헬스의 웹사이트와 시스템 구축 등을 직접 맡아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후 6년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현재 아테나헬스와 캐스트라이트헬스의 이사회 멤버로 활약하면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조언을 하고 있다.    

형인 토드 박은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CTO를 맡기도 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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