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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스마트공장으로 업무 줄이고 생산 늘렸다
2016-05-24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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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글로벌의 생산라인 모습 |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조은아 기자]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에서 나왔던 현장의 중요성은 어쩌면 스마트공장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4월 11일 찾은 인천시 계양구 SH글로벌의 스마트공장 곳곳에서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묻어났다.
자동차 종합 내장재 생산기업인 SH글로벌은 2013년 공장 현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제품 품질과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을 통해 제품정보, 고객 주문상황, 자재 요소 등의 정보를 받아 생산활동에 필요한 생산분석, 품질분석, 생산순서결정을 하고 있다.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IT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SH글로벌의 MES는 협력업체 관리부터 시작된다. 주문이 입력되면 이에 필요한 부품을 받아 바코드로 일치여부를 확인한다. 생산 계획은 MES를 통해 현장 모니터에 출력된다. 기존에는 생산계획을 종이로 배포했지만 이제는 모니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사무실에서 생산계획을 입력하면 그 즉시 현장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생산 부품마다 바코드 라벨을 붙여 출고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생산 데이터를 관리한다. 모든 데이터가 바코드에서 시작해 바코드로 끝나는 셈이다.
바코드로 시작해서 바코드로 끝
MES 도입의 가장 큰 성과는 생산현장의 오작업이나 불량품이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SH글로벌은 차량 실내 천장 도어트림, 헤드라인 시트 등 11개 주요 모듈과 3만 종의 부품을 생산하는데 사람이 3만 개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조립 순서나 검사 대상을 모두 외우거나 매번 기준지를 보고 확인해야 하는데, 사람의 힘으론 불량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제는 작업자들이 부품 이름이나 특성을 몰라도 모니터에 뜬 정보만 확인하면 업무가 가능하다. SH글로벌은 MES 도입에 따라 2013년 기준 생산성이 전년 대비 24% 향상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MES는 세계 곳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H글로벌의 언어적 한계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무엇을 생산했는지 바로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별도의 자료를 만들어 집계해야 했지만 지금은 2~3분 내에 바로 조회가 가능하다. 무슨 부품을 써야 하는지 지시를 내릴 때도 화면에 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바코드만 찍어서 조립하면 되니 현지 직원들 교육에도 보탬이 되는 셈이다.
직원들의 업무량도 점차 줄어들었다. 바코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실적을 체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문서작업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매일 엑셀로 생산계획과 실제 생산실적을 집계하고 정리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바일을 통해 매입, 매출, 생산 등의 상황을 바로 조회할 수 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하루 12시간을 근무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오후 6시 30분이면 퇴근한다. MES 도입 이후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진 것이다.
SH글로벌에서 11년 동안 근무한 배선광 SH글로벌 CP공장 생산팀 반장은 “예전에는 검사 과정에서 눈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했는데 이제는 모니터에 뜬 정보만 보면 되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며 “MES 도입 후 작업자는 몸에 무리가 덜 가서 좋고, 회사는 제품 품질과 안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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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코드 라벨지 출력모습 2. 바코드 스캐너로 부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찍으면 모니터에 바로 해당 정보가 입력된다. 3. 자재 정보를 확인할 때도 바코드가 활용된다. |
소통 위해 화상회의 적극 활용
MES만이 아니다. SH글로벌은 2014년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구축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회계장부 시스템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예전에는 증빙을 위해 영수증만 제출했다면 이제는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고 각 계정과목별로 어디에 반영되는지 기준을 재정립해 견적 신뢰를 높였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도 ICT를 적극 활용한다. 전자결재, 게시판,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합한 사내 그룹웨어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중국, 멕시코 등에 있는 공장과의 소통을 위해 인터넷폰을 설치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전화선을 설치하고 비품을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나 해외 공장에 전화를 걸 수 있다. 화상회의를 위한 전용회의실도 갖췄다.
2001년부터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일주일에 두 번씩 임원진 회의가 화상회의로 이뤄지고, 일반 직원들 역시 지방공장과의 소통이 필요할 때면 화상회의실을 찾는다. 컨퍼런스콜은 무조건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한다.
사실 2013년 이전에도 자동화 공정을 위한 시스템이 있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한다. 사내 IT팀은 전산망과 PC 관리 수준의 역할을 맡았고 공장 자동화와 관련된 시스템들은 특정 생산 영역에서만 한정적으로 활용했다.
기존 IT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2013년 새로운 스마트공장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IT 전문가만이 아니라 생산기술연구소와 공장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한 데 모아 제조IT팀을 만든 것. 대표이사 직속으로 야심차게 신설했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회사는 주요 고객사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지만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투자였다. 현재 자동차 부품 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MES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고객사 입찰 자체에 참여할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2013년 당시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시장에서 도태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SH글로벌의 스마트공장은 경영진의 ICT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유승훈 SH글로벌 대표는 얼리어답터로 사내에 소문이 나있다. IT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공장에 적용해 어떻게 하면 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는지 챙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장에서는 새 시스템을 반기지 않았던 것. 첫 시험대였던 익산 공장의 경우 공장 특성상 40~50대 여직원들이 많았는데, 바코드 스캐너를 드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비디오 켜는 것도 못하는데 장비를 어떻게 다루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종수 SH글로벌 제조IT팀 차장은 “일단 현장관리자들과 유대감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해 피로회복제 같은 것을 사들고 매일 공장을 드나들었다”며 “어머니뻘 직원들이 많다보니 마트나 편의점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면 된다는 식으로 직원들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하며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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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글로벌은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바코드 스캔을 수월하게 돕는 지지대를 만들어 설치했다. |
현장 의견 반영, 현실적인 시스템 구축
현장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매주 회의를 하고 자발적으로 워크숍도 열었다. 현장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지 고민했다.
처음엔 적대적이었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갔다. 새로운 기기와 시스템을 부담스러워했던 여직원들도 공장 환경이 개선되면서 업무량이 줄어들고 일하기 수월해지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작업대 스위치 역시 여직원들의 아이디어였다. 바코드 라벨을 출력하기 위해 화면을 터치할 때 팔을 뻗기 힘들다는 의견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종수 차장은 “스마트공장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모든 일을 다 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사람의 판단 오류를 시스템이 줄여주고, 불필요한 공정이 줄어들면서 다른 일을 찾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ES 도입 이후 SH글로벌의 직원들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공정개선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분임조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직원들이 일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고 계획을 짜서 행동으로 옮겼다.
김영수 SH글로벌 제조IT팀 대리는 “업무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하다못해 청소라도 할 수 있다. 청소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장에선 먼지 제거는 무척 중요한 일”이라며 “일주일에 한번 닦던 것을 2~3번 닦게 되면 그만큼 불량률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흔히 제조업계서는 현장 작업자들의 기본 업무자세로 ‘3정5S’를 강조한다. 3정은 정품, 정량, 정위치를 말하며, 5S란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가리키는데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며 조립하기에 바쁜 작업자들이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MES와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고 불필요한 공정이 사라지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SH글로벌의 스마트공장은 현재진행형이다. 3년 동안 MES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공장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익산공장에서 자리 잡은 제도가 다른 공장에서는 맞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롭게 MES가 도입된 인천시 부평구 BP공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보통 작업대마다 모니터 화면을 설치하는데 좁은 작업공간 특성상 번잡스럽다는 의견을 수렴해 작업대 두 개의 상황을 하나의 모니터로 출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동해보니 바코드 라벨지가 중복 출력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시스템 도입을 한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생각과 다른 변수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개발자들이 공장에 상주하면서 현장 의견들을 계속 들으며 시스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이종수 차장은 “앞으로 2~3개월은 계속 오류를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듯이 시스템을 계속 키워야 점점 더 스마트한 공장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익산 공장에 MES를 도입한 이후 끊임없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오류를 잡아 시스템 개선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만이 아니다. SH글로벌은 자체 MES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특허를 내는 등 IT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한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협력사에 무상으로 MES시스템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차장은 “현재 우리 회사의 MES 시스템을 활용하는 업체 수가 100곳이 넘는다”며 “협력사의 IT 수준을 올려야 우리의 시스템 수준도 같이 향상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조은아 기자 (echo@mtn.co.kr)]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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