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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될까

2016-05-18신정수 인성정보 공동창업자·사외이사



뇌 과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최신작이다.

이 책은 저자의 앞선 책들 ‘빅퀘스천’,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등과는 조금 스타일이 다르다. 지난 책들은 기술 주제이긴 하지만 철학적, 문학적 관점이 다분히 담긴 칼럼 형식의 글들이었다면, 이번 책은 전체적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련 역사부터 일관되고 체계적인 강연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먼저 인공지능의 지난 역정을 간략히 회고한다. 과거 인공지능의 현실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컴퓨터에게 지능을 부여하고 일을 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제를 했기 때문으로 본다.

첫째, 설명하는 사람이 답을 알고 있어야 하고, 둘째, 답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기호시스템 즉, 언어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강아지를 다른 동물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말로 정확히 설명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 표현이 보편성과 구체성이라는 두 가지의 정반대 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설명에도 오류, 오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먼저 인간의 경우 비정형적 데이터를 어떻게 정형 데이터로 만드는지, 즉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학습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진다.

보편적 개념 문제는 서양 철학사에 있어서의 유명론(nominalism)과 실념론(realism)을 대조시킨다.

실념론은 플라톤이 이야기했던 참 존재 즉 이데아론에 해당한다. 반면 유명론은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으로 어떤 물체에 대한 여러 경험들의 교집합을 지칭하는 ‘이름’이 그 보편성을 상징할 뿐이라는 것이다.

기호시스템의 이해를 위해서는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소개부터 시작된다. 또 ‘a 또는 b이면 c이다’(a∨b→c)라는 표현의 핵심요소는 a, b, c같은 기호와 ∨, → 같은 규칙이다. 라이프니츠는 수학이 유일하게 오해가 없는 완벽한 소통의 도구로 보며 우리의 언어를 0과 1의 조합으로만 표현되는 이진법으로 바꾸어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 이후 이진법을 연결해주는 도구로서의 기호논리학의 전개와 발전이 계속된다. 조지 불, 고트로브 프레게의 초기 기호논리학에서 출발하여,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공동저서인 수학원리 (Principia Mathmatica), 그리고 비트켄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스토리까지 소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튜링기계가 등장하였고, 마침내 존 폰노이만에 의해 ‘계산하는 CPU’와 ‘기억하는 메모리’로 구성된 오늘날의 컴퓨터도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어렵고 복잡한 계산문제는 잘 풀지만 인간에게 쉬운 물체 인식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인류가 오랜 진화 과정 속에서 고등 수학 계산을 잘 할 필요는 없었지만 표범과 고양이를 한 눈에 구분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그럼 그 메커니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뇌 속의 신경회로망 구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뇌과학을 통하여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 많은 것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외부 입력 정보들을 어떤 형태로 저장을 할까?

저장할 가치가 있는 정보만 모아서 압축을 하는데 굵은 가지만 무늬(패턴) 위주로 입력을 한다. 이 패턴들을 읽어내어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면 일종의 인식 사전 같은 것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이미 뇌가 만들어낸 패턴들을 기반으로 매번 새롭게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뇌의 인식 해상도가 우주의 실제 해상도보다 훨씬 낮고, 우리가 쓰는 언어의 해상도는 인식의 해상도보다도 훨씬 더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런 언어 또는 기호를 통해서 대상을 인식시키고 어떤 규칙을 전파하여 사람 같은 일을 시키는 인공지능 개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가 세상을 배우는 것은 결국 현실이라는 빅데이터를 통한 경험과 학습인데, 이 방식을 모방한 것이 바로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대뇌 신경망을 본 딴 다층 퍼셉트론(MLP)을 통해 사전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이는 1층의 신경세포들이 외부 입력을 각 픽셀 단위로 인식하면, 점점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시야 단위가 넓어지면서 맨 위층의 신경세포는 그림 전체를 인식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오차역전파법(backpropagation)이라는 것을 통해 그 결과를 아래층으로 피드백 해주면 가상 시냅스 값들이 조정된다.

현재 딥러닝 기술을 선도하는 세 명의 탁월한 교수진을 소개하는데, 구글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소장인 뉴욕대학교의 얀 레쿤 교수, 그리고 중국 바이두의 CTO인 스탠퍼드 대학의 앤드류 응 교수 등을 꼽는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대표 데미스 하사비스도 빠뜨릴 수 없다. 저자는 그가 DON(Deep Q-network)이라는 ‘깊은 보상학습’(일명 강화학습) 알고리즘으로 딥러닝 2.0 버전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한다.

구글의 인공지능 전략과 무인자동차 이야기도 흥미롭다. 무인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고 나면 실제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현재 자동차 수의 10%만 있어도 모든 사람을 운송할 수 있고, 자동차 사고는 90%가 줄어들 것이며, 내 차를 소유할 필요성이 사라지고, 거리에 주차장이 사라지며, 매연도 줄어들어 도시가 다시 녹지화 된다는 등 카토피아(CarTopia)론을 펼친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안에서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 사용시간과 숫자가 의외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마침내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문제에 도달한다. 알파고 케이스는 기능이 뛰어나고 범용적인 기술이지만 약한 인공지능에 속하며, 터미네이터처럼 자아, 자유의지, 독립성이 있을 때 이를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할 수도 있다.

약한 인공지능은 30년 내에 실현될 것이며 미국에서 47%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콜센터, 특허, 헬스 케어 등이 가장 위험한 직업군이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카테고리는 판사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직업군, 인간의 심리, 감성과 연결되는 직업군,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직업군 등으로 본다. 결국 로마의 역사처럼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사라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한편, 강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업그레이드(진화) 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 나아가 강한 인공지능의 끝은 인류멸망으로 보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존속하려 할 것이고, 인간의 필요성이 사라지며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 전체로 볼 때 오히려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미래 기계의 평가 수준에 부합하고 도덕적으로도 성숙하게 행동한다면 봐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쌍한(?) 상상까지 해본다.

이 책은 현재의 딥러닝 기술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공지능의 역사적 배경, 단계별 검토와 더불어, 미래 인류사회에 미칠 인공지능의 여러 긍정적, 부정적 영향들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해냈다. 이 책 전체를 처음부터 실타래처럼 꿰어가며 읽다보면 뇌과학, 인공지능에 대한 보다 깊은 과학적 이해와 철학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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