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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업종의 변신 키워드, 스마트공장
스마트공장 현장을 가다 - 한국나노텍
한국나노텍 본사 전경 |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조은아 기자] 인도네시아 출신 하리스 와유디 씨가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도 어느덧 8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 특성상 중간에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도 같은 곳을 선택했다. 하리스 씨가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한 회사에서만 일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의 ‘스마트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회사의 이름은 한국나노텍. 이 회사는 전자기기나 자동차 부품에 도료를 입히는 도장 업체다. 도장업은 공산품 제조에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3D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대부분 회사가 영세업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한국나노텍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도장업체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스마트공장에서 찾았고, 일하고 싶은 회사로 조금씩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덕분에 하리스 씨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 속담을 요즘 절실히 느낀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업체마다 다른 요구사항에 맞춰 포장작업을 하는 것으로 수시로 현장 모니터를 보며 움직인다. 하리스 씨가 처음 이곳에서 일할 때만해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려운 도장 전문용어와 복잡한 공정에 무척 애를 먹었다. 그의 곁에는 늘 한국인 관리자가 붙어있었고, 손짓발짓을 섞은 지시를 통해 겨우 일과를 마쳤다.
하리스 씨는 “예전보다 일하기 훨씬 수월해졌다. 모니터 내용이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가 섞여있어 한국말이 서툴러도 업무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빙그레 웃었다.
8년 전에는 시간당 100개의 제품을 처리했다면 지금은 150개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 효율이 좋아졌다. 하리스 씨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 모두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을 도입한 덕분에 단순 업무 이상의 어려운 일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한국나노텍은 2013년 처음 자동 회전형 도장 라인을 증설하고 2014년에는 MES 구축에 나섰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추진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준비를 해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병기 한국나노텍 대표는 “지금 도장 업계는 90%가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며 “처음엔 망설였지만 지금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운영하면 발전할 수가 없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도장방법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 투자했다”고 말한다.
한국나노텍은 생산라인에 RFID를 접목해 운영하고 있다. |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한국나노텍의 공장 환경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화학도료 냄새와 분진으로 가득했던 현장이 말끔하게 정돈됐고, 사무실의 너저분한 서류뭉치도 사라졌다. 기자가 한국나노텍을 찾았을 때 공장 건물 밖은 인근 도장업체들에서 풍겨오는 악취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지만, 건물에 들어서자 외부와는 달리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MES 도입으로 업무 풍경도 바뀌었다. 한국나노텍의 공정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 피막제를 투입하는 전처리, 먼지와 물기 등을 제거하는 건조, 색을 입히는 분체·액체 도장, 본건조
과정을 거쳐 최종 검수 후 고객사로 납품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에는 MES가 자동으로 연동된다.
예전에는 작업자가 손으로 제품 정보를 기입한 꼬리표를 제품에 붙이고, 생산라인 옆에서 수량을 직접 세면서 스위치를 눌러 생산량을 확인했다. 확인 도중 오류가 발생하면 멀리 있는 생산라인을 멈춰달라고 고함을 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공정별로 센서를 설치함으로써 기계가 사람의 눈과 손을 대신해 현장을 관리하게 됐다.
이병기 한국나노텍 대표 |
RFID로 실시간 생산현황 확인
한국나노텍의 MES 중심에는 전자태그나 스마트 태그로 불리는 무선인식(RFID)이 있다. 기다란 막대 모양의 지그(가공정보를 안내하는 특수공구)에 RFID를 탑재해 생산현황을 확인한다. RFID는 극소형 칩에 제품 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다. 사람이 하는 일은 그저 작업물 정보를 미리 RFID에 입력하고 생산라인을 지나가고 있는 작업물 사이사이에 지그를 걸어두는 것이다. 해당 작업물 정보가 실시간으로 센서를 통해 인식되면 서버로 데이터를 보내 관리할 수 있다.
정인기 한국나노텍 연구소 차장은 “최대한 사람의 일손을 덜 수 있는 자동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며 “한때는 바코드 스캐너 방식을 도입한 적도 있지만 이 역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RFID는 사람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생산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도장 작업에서도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기존 도장작업은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했다. 제품에 분사하는 양과 공기압을 실제로 뿌려보면서 판단했던 것. 하루에 생산하는 품목이 많게는 100개 이상 달하는데 도장방법, 분사거리, 토출량 등이 제각기 달라 숙련자가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나노텍은 누구나 도장업무를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도장 작업 표준서와 전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MES에 연동했다. 초기 데이터 입력에만 전 부서가 매달려 꼬박 6개월이 걸리는 등 고생도 많았지만 한번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는 한국나노텍만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표준서만 따라하면 일용공들도 업무에 투입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도장 숙련공들이 일용공 옆에서 설명을 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생산계획서를 살펴보고 사전에 공정 확인을 하는 선행작업을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방지하게 되니 불량률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했다.
매일 아침 7시50분부터 8시30분까지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기술교육도 실시한다. 보다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도료와 소재의 특성 등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정인기 차장은 “일부 도장업체는 사장이 직접 도장을 하고 부인이 서류작업을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전 점검이나 직원교육은 꿈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나노텍에서는 제품을 검사할 때도 IT를 활용한다. 측정값을 블루투스로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만약 측정값이 70마이크론이 나왔을 경우 사람은 실수로 60마이크론으로
작성할 수도 있지만 블루투스는 정확하게 데이터를 입력해 오류를 없앤다.
현재 하루에 1만5000~2만 개 정도를 생산하는 한국나노텍의 불량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기존 도장업체들의 불량률이 20~3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다. 그동안 높은 불량률 때문에 자연손실분을 감안해 재료를 주문해야했던 고객 입장에서는 한국나노텍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고, 매출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MES 도입 이전 하루 생산액이 약 800만 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200만~1800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도장업계에서 25년 동안 종사한 이병직 한국나노텍 공장장은 “과거에는 주먹구구로 운영됐다. 1000개 중 900개를 납품하면 나머지 100개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정도”라며 “하지만 지금은 990개를 납품했을 때 나머지 10개가 어디로 갔는지 무조건 입증해야 할 정도로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20여개 업체에서 40여종의 품목이 들어오는데 이렇게 많은 양을 처리하려면 이제는 MES 없이는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의 근무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제조업체들은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주문물량과 납기일에 따라 업무시간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MES 도입 전에는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일일이 실제 생산 정보와 주문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물량이 많은 날이면 서류작업을 하느라 밤 10~11시까지 야근을 하기 일쑤였다. MES는 실시간 생산현황을 점검 가능하게 만들었고, 비효율적인 서류 업무에서 직원들을 해방시켰다. 업무량이 줄어들면서 주간 2교대 근무도 가능해졌다.
한국나노텍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도네시아어가 병기된 모니터를 통해 업무 상황을 파악한다. |
8시간 근무와 연봉 두 배 꿈꾼다
이병기 대표는 “과거에는 12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했지만 이제는 회사 차원에서 8시간 근무하고 연봉 두 배 받아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연봉을 두
배 주려면 회사는 그만큼 이윤을 많이 내야 한다. IT를 통해 단가는 낮추되 생산 품질은 높이면 매출이 따라올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업무 부담은 줄었지만, 스마트공장이 계속 발전하게 되면 결국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병기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이 대표는 “MES 덕분에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인력으로도 증산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영역에 손을 댈 수 있게 됐고 그 업무가 증산에 도움이 되면서 인력을 더 채용했다.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나노텍은 지금의 스마트공장 수준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원래 계획은 1년 이내 구축이 목표였지만 업계 최초의 시도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토대를 갖춘 만큼 앞으로 정부 과제 수행 등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부의 제조업 혁신 3.0 지원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실 우리 회사만 잘해서는 의미가 없다. 더불어 잘해야 하는데 개별 회사가 스마트공장에 투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가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서 배포하면 스마트공장이 제대로 정착하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 조은아 기자 (echo@mtn.co.kr)]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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