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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국내선 인기 폭발 이모지, 서양인은 왜 외면하나

이혜진 더 밈 대표의 경험디자인 길들이기

2016-05-13이혜진 더 밈 대표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며 주식의 가치도 날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들을수록 반가운 일이다. 그 기쁨을 함께하는 의미에서 나는 중국에 출장갈 때마다 아모레 제품을 선물로 가져간다.

아모레의 사업이 이렇게 커지기 전, 회사 관계자가 미국 보스톤의 더밈을 찾아왔다. 뉴욕에 출장 온 길에 들렀다는 것.

당시 아모레는 많은 돈을 들여 뉴욕 소호 지역에 매장을 냈다. 화장품 구매는 물론 마사지 서비스를 받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매우 고급스러운 스파숍이었다. 인테리어도 아모레의 브랜드 파워에 걸맞게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본사에서 걱정이 많았다.

또 ‘한방’ 컨셉의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진척이 잘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패키지 컨셉을 의뢰한 트렌드 디자인 회사가 한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이해하는 한방은 유기농과 천연제품(화학물질이 덜 들어간)이어서 제대로 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 사람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미국 소비자’의 정의를 ‘백인 여성’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모레도 한방을 백인 여성에만 초점을 맞춰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됐다.

그래서 한방이라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개념을 연구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주었다.

많은 미국인은 아시아 문화가 무척 신비하다고 생각한다. 문화 속에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특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적 판단 기준이라는 게 오직 서양을 기준으로 한 근거라는 사실을 많은 미국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무엇이든 반드시 생각의 시작점이 있고 그 것을 깊이 연구하다보면 연결점을 찾아낼 수 있다. 다행히 지금은 한방이라는 개념이 잘 자리 잡아 아모레 화장품이 미국에서도 잘 팔린다고 하니 더욱 기대를 해볼 수 있겠다.

스티커와 이모지 그리고 필터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의 글로벌 확장 이야기도 기분 좋은 소식이다. 나도 최근 라인을 다운 받았다. 물론 라인USA에서다. 사용자로 등록한지 얼마 안 돼 라인에서 프로모션용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다양한 스티커를 공짜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10년이 넘게 미국에 살면서 카톡이나 라인을 사용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스티커의 중요성을 한국의 지인들만큼 느끼지 못한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카카오와 라인에서 제작한 캐릭터에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그 열기를 통해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문자로 전달하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스티커는 정말 소셜 네트워킹의 꽃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상황은 어떤가?

그들은 아직 아시아만큼 스티커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스마트 폰에 저장돼 있는 작은 이모지(그림문자) 정도를 이용할 뿐 캐릭터형 스티커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스냅챗에서 ‘필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캐릭터형 스티커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필터는 셀피를 많이 이용하는 장점을 살려 본인의 얼굴에 각종 필터로 치장을 하는 것이다. 무지개 폭포가 입에서 나오고 눈에 하트모양으로 치장을 하는 정도다.

미국 학생들은 스티커 사용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낯간지러워한다. 아마 감정의 섬세함이 한국, 일본에 비해 덜할 뿐 아니라 SNS를 사용하는 시간도 적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캐릭터는 대부분 디즈니나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잡고 있는 영역이어서 특정 스토리와 연결되지 않은 스티커에 쉽사리 애착을 갖기 어려운 탓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개인 이모지 출시후 폭발적인 인기로 앱스토어를 잠시 마비시킨 킴 카다시안의 키모지(Kimoji) 같은 예외도 있다. 2015년 12월 21일 이모지가 출시되자 1초안에 9000 여명이 다운을 받아 앱스토어가 다운됐다. 이 경우도 킴 카다시안이라는 미국 초특급 연예인이 내놓은 최초의 개인 이모지라는 의미와 인기에 기댄 측면이 크다.

이를 고려하면 라인USA가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보내는 다양한 무료 스티커 공세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끈 킴 카다시안의 키모지

(폭발적인 인기를 끈 킴 카다시안의 키모지)

 


피자와 가위의 어색한 만남
문화의 차이를 통해 태어나는 재미있는 제품들도 많이 있다.

2000년대 초 미국 유학당시 프랑스 친구를 집에 불러 함께 식사했을 때 일이다. 내가 한 요리는 피자. 피자 틀이 금속이라 칼로 자르기는 마땅치 않았고 피자용 칼도 없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가위를 사용했다.

그 모습을 본 프랑스 친구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가위로 피자를 자르는 모습을 우리 할머니가 보셨다면 무덤에서 나와 너를 혼내셨을 거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위를 사용하는 게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는 말인가. 한국에 출장을 갔다 온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도 가위의 다양한 사용에 대한 것이다.

식탁에 가위를 들고 와 고기나 김치, 면발까지 자르는 것이 그렇게 신기했나보다. 문방용품인 가위가 주방용 도구로 전환하는 것이 그들의 생활 관념에서는 쉽지 않은 듯하다.

아직 미국에서 사용 현장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요즘에는 아마존 쇼핑몰에서 피자가위를 쉽게 볼 수 있다. 식탁 가위 문화가 미국에 도착해 사용되는데 거의 10년이 걸린 셈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출처: 아마존

 

(출처: 아마존)

데이트 신청에서 옥내외 광고 정보로
KIC(코리안 이노베이션센터)의 글로벌 멘토로서 2015년 보스톤을 방문한 12개의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무빙키란 회사가 센서코드란 기술을 이용,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에 대해 발표했다. 디지털 나침판, 자이로 센서, 중력 센서 등 스마트폰 내장기능을 이용해 휴대폰의 기울어진 각도 값으로 코드를 만드는 기술이다.

커피샵에서 관심 있는 낯선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앉아 있는 쪽으로 스마트 폰의 방향을 맞춰 놓으면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얻게 되고 그 정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던 모든 멘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녀)에게 직접 가서 말을 걸면 안되는 거죠? 본인의 허락 없이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입수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무척 큰 프라이버시 침해인데 그것을 감수하고 이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건가요?”

무빙키의 대표는 얼굴이 하얗게 변해 이렇게 답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을 수줍어하는 사람을 위해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미국에 이런 문화의 벽이 있는 줄 몰랐다.”

2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마지막 데모데이에서 무빙키는 데이트 신청 아이디어를 피봇해서 옥내외 광고 정보와 개인을 연결해 주는 마케팅에 사용하기로 했다. 과감한 비즈니스 피봇을 통해 탄생한 틸트코드(Tiltcode)란 새 회사는 시장의 크기나 기술 적합성 면에서 데이트 신청 아이디어에 비해 엄청나게 큰 성과를 낼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울어진 각도값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틸트코드

 

 

(스마트폰의 기울어진 각도값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틸트코드)

이렇게 수많은 경우에서 문화의 차이와 그 이해의 결여로 디자인뿐만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을 하는데도 많은 시행착오를 범한다.

스타트업과 만남의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어떻게 하면 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지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 때 마다 나의 답은 같다.

사용자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을 열거하고 그들의 관계, 행동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세운 뒤 이들을 직접 만나 그 맥락을 깊게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회 요인을 명확히 한 뒤 프로토 타입을 만든다. 다시 이를 기반으로 디테일한 내용을 테스트 해 우선순위대로 반영하는 것 외에 어떤 레드 카펫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글로벌 디자인 전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인 이혜진 대표는 서울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 디자인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더 밈은 미국 보스톤에서 2006년 창업한 경험 디자인 전략 컨설팅 회사다. IT분야의 기술이해와 사용자 연구,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많은 선행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할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 "경험"임을 강조한다. 디자이너, 건축가, 심리학자, 인류학자, 컴퓨터 공학자, 인간 환경의 관계 연구자,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구성된 탄탄함 팀웤을 통해 디자인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영역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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