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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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인공지능...그림 그리고 시, 소설 쓴다
구글 딥드림은 시각물을 몽환적인 그림으로 바꿔주고, 평범한 그림이나 사진을 다양한 화풍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
2016년 3월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기억될 것 같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세상에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의 시간이 바로 2016년 3월이 될 테니 말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세돌 4승, 알파고 1승으로 기대했다. 알파고의 드라마틱한 1승을 말이다.
1950년대 “컴퓨터가 지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던 인공지능 연구는 2016년,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실내 온도를 맞춰 주고, 주말 저녁에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기도 하며 누군가를 대신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은행에 예치했던 자산을 관리한다.
이번처럼 이세돌과 바둑을 두기도 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단순 기능 학습에만 머물지 않고 유명한 시인의 작문법을 학습해 시를 짓고 유명한 화가의 색감과 붓놀림을 인식해 그림을 그리며 대중의 반응이 좋은 음악을 분석해 작곡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행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학습 데이터와 함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정확한 답을 내놓기 위한 교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간고유의 영역이라고 믿고 싶었던 창작의 영역마저 이제는 기계와 함께 해야 하거나 아니면 기계 혼자서 할 수 있게 됐다.
창작자와 기계가 협업하는 시대
제너레이티브 아트, 프랙탈 아트 등 알고리즘을 사용해 원하는 시각물을 만들어 내는 창작자들은 꾸준히 있었다. 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그래픽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대신에 C, C++, 자바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 자신이 원하는 시각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작하는 하이브리드형 창작자들이다.
컴퓨터 스스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컴퓨터를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그 중 하롤드 코헨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1973년부터 ‘아론(AARON)’이라고 부르는 사이버메틱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코헨 교수는 기계는 수동적인 인간의 도구라는 생각에 질문을 던지고 아론에게 이미지를 보여주는 대신 이미지를 추상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부여했다. 아론이 그려낸 이미지에 코헨 교수가 색을 입히는 등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함께 제작했다.
이미지를 추상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부여한 아론. 아론과 함께 작업하는 코헨 교수의 스튜디오 안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왼쪽)과 컨트롤 스크린(오른쪽)이 보인다. |
아론과의 작업을 “또 다른 나 자신과의 협업”이라고 말하는 코헨 교수는 사이버메틱 아티스트의 창작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지만, 이렇게 반문한다. “만약 아론이 만드는 것이 아트가 아니라고 한다면 과연 그 작업은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코헨 교수의 말처럼 창작의 정의는 개인이 내려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계의 결과물이라는 이유로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인간이 보는 것을 못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꾸는 기계를 꿈꾸는 사람들, 구글 ‘딥드림’
2010년 이후의 인공지능은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양적·질적으로 증가하고 동시에 컴퓨터 처리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기계를 제대로 학습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컴퓨터가 지능을 갖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이제 ‘컴퓨터가 꿈을 꿀 수 있기를’ 상상하게 됐다. 바로 구글의 ‘딥드림’ 이야기다.
딥드림은 컴퓨터가 이미지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평가하는 비전 처리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인식할 때,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들과 유사한 형태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있음을 발견했다.
기술적 설명은 익숙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상당히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이다. 만약에 기계가 꿈을 꾼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꿈이라는 것이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환영의 경험이라고 한다면, 딥드림에서 보는 시각물 역시 학습된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기계의 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조금은 과하게 들릴 수 있지만(그래서 지나치게 기계를 생명체처럼 생각하진 않더라도) 학습된 기계가 새로운 이미지를 받아들일 때, 과거의 형상을 찾고 재구성하는 결과를 눈으로 보는 것은 분명 새롭다. 마치 기계가 양떼구름을 보고 나서 진짜 양의 모습을 찾아내고, ‘양떼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듯이 말이다.
딥드림 프로젝트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그레이 에이리어 파운데이션 갤러리에 전시되기도 했다.
기계가 스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음악이나 소설, 시는? 물론 가능하다. 원하는 작문 스타일을 익힐 만큼 충분한 사전 학습 데이터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단초가 되는 인풋 데이터만 있으면 말이다.
토론토대학에서 비전인식과 자연어처리를 연구하고 있는 박사과정의 라이언 카이로스는 지난해 ‘뉴럴 스토리텔러’라는 이름의 실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뉴럴 스토리텔러는 리커런트 뉴럴 네트워크(RNN) 알고리즘과 다른 기술을 혼합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다.
라이언은 뉴럴 스토리텔러를 학습시키기 위해 1400만 페이지의 로맨스 소설과 테일러 스위프트 가사를 사용했다.
뉴럴 스토리텔러는 입력된 이미지에 대한 로맨스 소설식 화법으로 스토리를 만든다. 예를 들어 스모경기 사진을 “셔츠를 벗은 남자는 내 어깨에 기대어 키스를 하려 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
온갖 로맨스 소설 스타일의 문장과 표현법을 익힌 뉴럴 스토리텔러는 입력된 이미지에 대해 로맨스 소설식 화법으로 스토리를 만든다. 예를 들어 스모경기 사진을 “셔츠를 벗은 남자는 내 어깨에 기대어 키스를 하려 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든지, 비즈니스맨들이 웃으며 걷고 있는 사진을 “그는 당신이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예요”라는 식으로 말랑말랑 하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이처럼 기계는 입력 이미지를 기반으로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들어 표현한다. 물론 모든 표현은 초기 학습 데이터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다.
시드니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오스카 스와츠는 인간이 쓴 시와 기계가 쓴 시를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어떤 모습을 기계에게 가르쳐 줄 것인가예요. 왜냐하면 기계는 우리가 주는 대로 배우고 말하기 때문이죠.”
아트, 디자인, 그리고 머신러닝
이처럼 인공지능이 창작의 영역까지 차지한다면, 그래서 창작자들의 위치마저 흔들린다면 차라리 창작자들이 직접 인공지능을 다뤄 기계와 함께 창작을 하거나, 창작하는 기계를 제어하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자들이 될 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국내 교육에서는 시도된 사례가 없지만 해외의 경우 대학과 교육기관에서 벌써부터 아티스트에게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대의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 Program)에서는 올해 봄학기 ‘아티스트를 위한 머신러닝’ 수업을 개설했고, 골드스미스대는 ‘카덴제(Kadenze)’라는 온라인 강의와 함께 아티스트를 위한 기계학습 수업을 하고 있다. 커리큘럼만 보더라도 창작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수업이 대부분이다.
‘피해갈 수 없다면 지배하라’는 생각인걸까? 국내 교육환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그들의 빠른 적응력이 약간은 부럽기까지 하다.
‘더 그리드’는 직관과 개인의 경험에 기대었던 디자인 영역을 논리적 근거로 바꿔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회사다. 웹사이트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레이아웃을 만들고 디자인을 입힌 더 그리드 서비스의 결과물에 동의하기 어렵다. 아직까진 인간이 디자인한 사이트가 더 예뻐 보이거나 인간이 디자인한 사이트와 차별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느 순간 충분한 데이터가 모인다면, 그래서 더 그리드의 인공지능이 진화해 우리 눈에도 설득력 있는 디자인을 스스로 하게 된다면 우리는 기계의 논리적 근거에 의한 디자인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제 생각에는 (혹은 제 경험으로는) 이 부분엔 빨간색이 좋아요”라는 디자이너의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고 “데이터 분석 결과 이 부분에서는 빨간색이 90% 적합함을 알아냈다”라는 기계적 결정에 따르게 될 것이다. 설사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 결정에 수긍하지 못해도 말이다.
과거엔 존재 하지 않았던, 그래서 학습 데이터가 없는 창작물이면 그것이 바로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학습을 통해서 표현을 배우고 자신의 표현을 그 위에 덧댄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창작자들 역시 선행자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색깔을 더하긴 하지만 이마저 예측 가능한 변수중 하나라면, 기계는 분명 나보다는 잘 해낼 듯하다.
아쉽게도 창작은 더 이상 인간 고유의 영역이나 능력이 아닌 것 같다. 마음이 동의할 수 없는 논리적 근거로 만든 창작물이라도 기계는 지금까지는 썩 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 그만큼 두렵기도 하지만 말이다.
기계와 인간이 창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차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면, 인간 창작자들의 직관과 기계 창작자들의 논리가 합해지는,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간 창작자 중 하나인 나를 위한 답인지도 모르겠다. 기계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창작자들은 원한다.
“우리, 함께 해요.”
<본 기사는 테크M 제36호(2016년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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