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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조용한 도서관보다 요란한 시장 같아야"
[테크M 초대석] 이상훈 전자통신연구원 원장
2016-03-31장윤옥 테크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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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 역사를 만들어 온 대표 기관이다. 전전자교환기(TDX), CDMA 등 IT강국의 신화를 이룩한 많은 개발성과가 ETRI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우리 ICT 기술을 선도해 온 연구개발 기관으로서의 자부심은 ETRI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ETRI는 지금 기관의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향후 4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ETRI의 사령탑을 맡은 이상훈 원장에게 그가 그리는 미래 ETRI에 대해 들어봤다.
이상훈 원장은 외부인사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망설여질 만큼 ETRI와 인연이 많다. 첫 인연은 미국 벨연구소 근무시절, 1986년 전문가 초청프로그램의 일환으로 ETRI를 방문한 것.
“광케이블 기반의 동영상 전송방법에 대해 발표했는데 당시만 해도 앞선 기술이었지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발표를 했는데 연구원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듣더군요. 우리나라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놀라고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원장은 이 경험을 계기로 귀국을 결심했고 이왕이면 ETRI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꿈꿔왔던 일터, ETRI에 30년이 지나 원장으로 취임했으니 소원을 이뤘다고 해야 할까.
이후 이 원장은 KT 통신망연구소장과 연구본부장으로 일하면서 ETRI를 파트너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아시다시피 90년대는 우리 정보통신 산업이 급성장을 한 시기입니다. 기획하면서 밤 세우기를 밥 먹듯 했지요. 박항구, 강철희, 최문기, 임주환 역대 원장급 인사들이 당시 부장으로 일했습니다. 그 때와 비교하면, 공공기관의 한계랄까 조직이 침체돼 있는 느낌입니다.”
사실이다. 확실히 매일 새로운 ICT의 역사를 쓰던 예전 ETRI와는 조직의 위상이 많이 바뀌었다.
커진 규모만큼 성과나 효율은 오히려 못하다는 지적도 있고 민간 연구역량이 높아진 만큼 ETRI의 목표와 역할을 재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관 내에서는 과제선정이나 개발과정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상훈 원장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취임하자마자 46명으로 구성된 조직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ETRI 혁신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도출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ETRI 개혁, 연구원이 하는 것
“연구소는 조용한 도서관이나 절이 아니라 시끄러운 시장 골목 같아야 합니다. 항상 활기차고 대화가 끊기지 않는 조직이 성과도 좋지요. 시장 골목에서는 다양한 정보의 교류가 이뤄집니다.
연구소 역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해야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조용히 자신만의 굴에 들어가 열심히 일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원 차원에서 소통채널을 만들고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안상 큰 문제가 없는 건물의 1층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고 싶습니다. 열린 ETRI, 소통하는 ETRI를 만드는 게 우수한 성과를 내는 바탕입니다.”
이상훈 원장은 ETRI가 40주년을 맞았지만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더 젊고 변화에 민감해지기를 바란다. 격식을 갖춘 양복 대신 청바지와 형형색색의 티셔츠 차림으로 롤러블레이드나 보드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
연구소에 자유로운 기운이 스며든다면 연구원들도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화나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특히 40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나 관행이 원장의 말 몇 마디로 바뀔까.
“ETRI를 개혁하는 주체는 원장이 아닙니다. 2600명 ETRI의 전 연구원이예요. 많은 조직이 혁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지만 실제 변화의 폭은 크지 않습니다. 당장 변하는 것 같아도 수장이 바뀌면 다시 돌아가고 말아요. 잠깐 진통제 처방을 했을 뿐인 거죠. 구성원들이 주인정신을 갖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이 원장의 말은 ‘머지않아 바뀔 것’이라거나 ‘이런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식의 말보다 오히려 믿음이 갔다. 그의 말은 그동안 KT에서 많은 혁신 노력을 몸소 체험한 후 얻은 결론일 것이다.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마다 열정을 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슴 속에 용암이 흐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표층이 두꺼워져 용암이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표층을 걷어내고 열정이 활화산처럼 분출되도록 하는 게 원장의 역할입니다.
일단 호두 껍데기를 깨려면 우선 조금이라도 틈을 벌려야죠. 틈이 생겨야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진정한 소통이 되니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전진하는 것.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쉽지 않은 처방이다. 혹시 이 원장이 모델로 삼고 있는 다른 연구소가 있을까?
“이대로 해야겠다는 이상적인 모델이나 표본은 없습니다. 굳이 이야기하라면 얼마 전 본 일본의 동경대 내에 카블리연구소를 꼽고 싶습니다. 자율과 소통, 칸막이 없는 협업 환경을 구축한 것은 존경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픈형 사이언스,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격의 없는 토론 환경이 연구소를 노벨상의 산실로 만든 게 아닐까요.”
이상훈 원장이 협력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연구원의 업무효율이나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자유도 높은 연구조직이 아니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경에 있다.

해결보다 문제 찾기에 집중해야
“한때 군대처럼 역할을 나누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구조직이 성과를 내던 때도 있었습니다. CDMA나 TDX의 성과는 이렇게 효율성을 최대화 한 결과물이죠.
하지만 이제 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부 출연연구소의 임무가 아닙니다. 이런 것은 오히려 산업체가 더 잘하지요. 한 사람의 천재를 찾기보다 99명에게 수재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세상입니다.”
이상훈 원장은 연구개발을 하려면 문제 찾기, 문제 풀기, 임팩트 내기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 단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문제찾기라고 강조한다. 문제풀기는 이미 나와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지만 문제 찾기를 제대로 못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
“과감하게 문제 찾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원천기술 부문에서 그룹을 만들어 매주 토론하고 이를 검증하는 타당성조사(Feasibility Study)를 한 달에 한 번씩 할 예정입니다.
한 그룹에서 100여개의 과제를 제안하면 타당성이 있는 10개의 과제를 골라 6개월간 추진해보고 여기에서 가능성이 보이면 더 큰 과제로 연결하는 겁니다. 또 1년후 평가해 지속하기 어려운 과제는 탈락시키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계속 새로 받아들이는 식으로 진행하는 거지요.”
몇몇 사람들이 과제를 기획하고 이를 몇 년씩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과정에서 새로운 과제를 꾸준히 발굴하고 진행이 어려운 과제는 과감하게 탈락시키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와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한다고 해서 응용 분야를 외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 원장은 응용단계의 원천기술도 많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수레를 만드는 것은 산업계의 일이지만 바퀴를 만드는 것은 원천기술에 해당한다는 것. 이런 기술을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정부의 정책과제와 병행한다면 자원 배분의 효율 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기술로 사회에 기여 하겠다
또 정부출연연구원으로서 기업이나 대학이 하지 못하는 공익 연구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얼마 전 동영상 하나를 보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로 다리 하나를 잃은 무용수에게 MIT가 개발한 생체공학 의족을 제공,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한 것이었죠.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게 정부출연연의 보람이자 연구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합니다. 눈과 귀 등에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기술을 이용,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ETRI가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테고요.”
이상훈 원장은 통신 등 다양한 기술트렌드에 밝은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근의 기술변화와 시장에 대해 어떤 점을 주목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길목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이 씨줄이라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날줄입니다.
이 씨줄과 날줄이 새로운 매개체가 돼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냅니다. 스마트 헬스케어, 지능형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 체감형 기술 등이 모두 이렇게 만들어지는 시장입니다.”
이 원장은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기관의 연구개발 성과를 플랫폼 화해서 개방하고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제품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세계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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