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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촛불의 성과, 디지털 촛불의 한계
232만 개의 촛불은 마침내 국회의 압도적인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둔 지지율 5%의 박근혜가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종종 국내 언론에서 ‘촛불 혁명’, ‘시민 혁명’, ‘무혈 혁명’, ‘11월 혁명’, ‘주권자 혁명’ 등으로 명명되기도 하며,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배워야할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칭송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직 설익은 낙관론에 가까우며, 이번 촛불집회의 한계는 그 성과나 가능성만큼이나 진중하게 평가돼야 한다.
이번 박근혜 퇴진 시위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시위, 2011년 1월과 2월 이집트와 튀니지의 시민혁명, 2011년 5월 스페인의 ‘M15’ 운동, 그리고 2011년 9월 미국의 월가점령 운동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몇 가지 특징적 양상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를 빼놓고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디지털 저항운동이 됐다.
디지털 저항운동의 힘
페이스북을 통한 개인들의 실시간 집회 중계방송, 팟캐스트를 통한 풍부한 정치 정보 획득, ‘주식갤러리(주갤러)’의 실시간 청문회 증거자료 제공,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정확한 집회 참여 인원 파악 등은 디지털 미디어가 정보 수집과 확산, 대화와 토론, 집단 형성과 유지, 행동 조직과 조율 등과 같은 집합행동의 병참적(logistic) 요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켜 주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음으로 이번 시위는 ‘개인화된 집합행동’, 즉 공식적 위계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부재하고 독특한 자기 스타일과 자아실현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집합행동이라는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공식 조직에 소속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방식을 토대로 다양한 대의를 선별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친구와 함께 개인으로 행동하지 시민이나 노동자나 혹은 그 밖의 특정한 공동체 정체성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번 촛불 시위 참가자들은 ‘혼자 온 사람들’, ‘장수풍뎅이연구회’, ‘고산병 연구회’, ‘사립돌연사 박물관’, ‘민주묘총’, ‘전국고급시계 화물운송연합’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직의 깃발로 스스로를 대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퇴진의 공동 행동 속에서 단일한 연대성보다는 다중적인 유동성이 더 부각됐던 것이다.
그러나 단일성, 중앙집중성, 공식성,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다양성, 탈중심성, 정보성, 풀뿌리 민주주의와 같은 원리가 두드러지는 최근의 네트워크형 집합행동이 과연 얼마나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참가자들의 약한 유대관계와 저위험 행동으로는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08년 촛불의 경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밤을 세워가며 3개월이 넘도록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사과와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 만족하기에는 분출된 촛불 에너지의 양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정권의 반격을 막아낼 정도로 강력하지도 못했던 바, MBC 프로듀서들은 법정에 세워졌고, ‘유모차 부대’는 경찰에 불려갔다.
2011년의 월가 점령 운동의 경우에도, 전 세계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수개월에 걸친 금융자본 반대 시위가 전개됐음에도, 그것이 과연 어떤 구체적 목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그것이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얻어낸 양보는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하기가 어렵다.
행동의 전개 과정에서도, 쇠고기 촛불 시위와 월가 점령 시위는 “지도해야할 대중이란 없으며, 대중은 지도 받기 싫어한다”고 믿었다. ‘지도자 없는 운동’은 자신들을 지도하거나 계몽하려는 행위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반감을 드러냈다. 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쉽사리 ‘프락치’로 낙인찍는 행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쇠고기 촛불 시위는 배후세력으로 의심받을만한 일체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배후세력 경계론이 일종의 자기검열 기제로 작동하였다.
아울러 쇠고기 촛불 시위와 월가 점령 시위는 시종 비폭력 기조로 일관했지만, 참여자들 사이의 ‘폭력/비폭력’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폭력과 공포전략은 원래 지배세력의 무기에 다름 아니며, 폭력을 유발하는 사람은 바로 경찰의 프락치라는 논리가 지배적이긴 했으나, 과거의 수많은 비폭력 저항이 실제로 거둔 성과는 미미한 반면, 모든 심각한 투쟁은 결코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이 강조되기도 했다.
최근의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가 또 다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되지 않게 하려는 사람들은 1960년의 4.19 혁명, 1980년의 서울역 시위, 1987년의 6월 항쟁의 한계에 주목한다. 더욱 근원적으로, 오늘날의 점증하는 양극화, 한 줌의 엘리트만을 위한 정부 정책, 경제 위기에 대한 해결 능력을 상실한 사회 시스템은 지난 신자유주의 세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소수 급진 좌파들만의 구호가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의 상식이 되고 있다.
디지털과 직접 민주주의
그래서 주권자인 시민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해 기존의 대의제 제도권 정치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온라인 시민의회’가 제안되기도 했다. 그리고 ‘국민발안제도’, ‘국민소환제도’, ‘시민헌장 제정’ 등과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수단을 도입해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키고자 하는 ‘시민주권회의’가 출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승리를 맛본 촛불 시민들로부터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얼마든지 국회의원들을 강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런 조직들은 난데없이 자신들을 대표하거나 대변하겠다고 나서는 정치 지망생들의 사기 플랫폼에 불과하다고 폄하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촛불 집회는 2008년 촛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2011년의 튀니지와 이집트 시민혁명이 뚜렷한 야권 지도자도 없고 선거 일정과도 직접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의 폭력에 맞선 투쟁 끝에 독재 정권을 축출한 것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촛불 시위는 시민 지도부 구성을 고민해야 하고, 배후세력 경계론의 자기검열 기제를 해체해야 하며, 폭력/비폭력에 대한 개방적 감응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촛불은 한층 더 진화해야 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5호(2017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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