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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강자들이 HW 시장에 뛰어든 까닭은?
(MS가 선보인 창작자에 특화된 올인원 PC ‘서피스 스튜디오’) |
지난 10월 구글은 ‘메이드 바이 구글’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5개의 하드웨어(HW) 제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픽셀’,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기기 ‘구글홈’,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뷰’, 고해상도 영상에 대응한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 울트라’, 유무선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 등이다.
구글이 HW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구글은 ‘크롬북’, ‘크롬캐스트’, ‘구글글래스’ 등 꾸준히 소비자용 HW를 만들어 왔다. 판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모듈형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버나 머신러닝을 위한 반도체 등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다.
‘메이드 바이 구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소프트웨어(SW)가 주력인 구글이 HW, 특히 소비자용 HW 제작·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구글이 제작한 HW는 주변기기이거나 니치마켓을 위한 제품, 혹은 기존에 없던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제품과 향후 주요 IT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음성인식 비서 기기, VR 기기 등이다. 주요 HW 기업과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10월 또 다른 SW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새로운 HW 제품을 출시했다. 올인원 PC ‘서피스 스튜디오’다. 서피스 스튜디오는 28인치 4.5K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가 책상에 20도 각도로 누워 디스플레이 위에서 터치스크린 기능을 이용해 그래픽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스튜디오 모드 등 창작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가장 큰 특징이다.
MS가 발표한 제품 가운데 눈길을 끈 제품은 ‘서피스 다이얼’이다. 서피스 다이얼은 기본적으로 스크롤, 화면확대, 이동 등이 가능한 터치패드 기기다. 하지만 서피스 다이얼은 서피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위에 올리는 순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서피스 다이얼에 반응해 실행 중인 앱에 최적화된 도구가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면서 서피스 스튜디오의 스튜디오 모드를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서피스 스튜디오와 서피스 다이얼 등은 MS의 서피스 제품군 가운데 하나다. 서피스는 2012년 MS가 출시한 태블릿, PC 제품군이다. 최근에는 최고 성능을 보유한 태블릿 ‘서피스 프로4’, 노트북 ‘서피브 북2’를 통해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맥북 프로’와 경쟁하고 있다. 서피스 스튜디오의 출시로 ‘아이맥’과도 경쟁 구도를 만들게 됐다.
(‘메이드 바이 구글’이라는 모토로 출시된 구글의 하드웨어 제품) |
시장에서 호평받는 SW기업의 HW
구글과 MS가 만드는 HW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글 픽셀폰의 경우 외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최적화된 앱 반응속도, 뛰어난 카메라 기능, 무한 용량의 ‘구글 포토’ 등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성능으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주요 기업의 스마트폰에 대한 실망스러운 평가가 이어지면서 구글이 참여한 스마트폰이 사용자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북미에서 삼성의 ‘갤럭시노트7’ 리콜 이후 구글 넥서스폰의 채택률은 847% 증가했다. LG ‘G5’가 205%, 갤럭시 ‘S7’과 ‘S7엣지’가 각각 200%, 18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넥서스폰의 점유율이 다른 폰에 비해 많이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인 채택률 증가가 크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 참여해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 레퍼런스폰은 사용자에게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직접 제작, 출시한 픽셀폰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생산이 판매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구글은 필셀폰 공급이 부족해 배송이 지연되면서 구매자들에게 구글 플레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달러 상당의 크레딧을 제공했다.
공급 부족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제조사의 잘못도 있다.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HTC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 부품 조달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HTC의 생산능력 때문에 픽셀폰의 공급 부족이 야기됐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픽셀폰의 판매가 당초의 기대를 넘어선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신에서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픽셀폰이 300~400만 대까지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꾸준히 서피스 제품을 출시한 MS도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특히 태블릿 제품인 서피스 프로의 경우 태블릿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애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업 1010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북미 온라인 판매에서 MS는 25.0% 점유율로 애플(32.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서피스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던 지난해 10월에는 일시적으로 판매 점유율이 45%까지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구글은 픽셀폰 사용자에게 구글포토 용량을 무제한 제공한다.) |
클라우드 기반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
구글과 MS가 HW 제작에 나서는 1차 목적은 여전히 레퍼런스 기기 제작이다. 구글의 픽셀폰은 지난해 3월 처음 개발자 버전이 공개된 안드로이드7.0 ‘누가’가 탑재된 레퍼런스폰의 성격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구글은 픽셀폰에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을 가장 먼저 탑재시킬 계획이다.
MS의 경우에도 ‘윈도10’ 출시 이후 서피스 제품군을 윈도10의 레퍼런스 기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MS는 고성능 서버부터 소형 디바이스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운영체제(OS)로 윈도10을 개발했다. 그만큼 윈도10의 다양한 활용 방식을 보여주는 레퍼런스 기기로 서피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피스 스튜디오를 발표하면서 윈도10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함께 제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윈도10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는 2017년부터 제공될 예정으로, 그림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3-D 그림판’을 비롯해 VR와 AR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들이 포함돼 있다. 창작자를 위한 서피스 스튜디오는 윈도10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기기인 것이다.
중요한 점은 SW 기업이 만든 HW가 단순한 레퍼런스 기기 이상의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구글 픽셀폰에 적용된 구글 어시스턴트, 서피스 스튜디오에 적용된 윈도10 크리에이터스와 서피스 다이얼의 경우처럼 레퍼런스 기기는 사용자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레퍼런스 기기를 통해 다른 HW 제조사들보다 가장 혁신적인 기능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로서의 구글과 MS는 애플과 달리 개방된 생태계를 더욱 강하게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성능 서피스 제품군의 출시에 대해 MS 관계자는 “MS가 본격적인 HW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MS를 통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과 사용자 경험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제조사들이 따라올 수 있게 하고, MS의 클라우드 전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세우는 MS에게 클라우드에 접속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의 강화가 MS의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도 마찬가지다. 픽셀폰 사용자들에게 구글 포토 용량을 무한으로 제공하는 것 등은 당장은 사용자를 위한 편의 기능으로 제공이지만, 결국 구글의 서비스에 사용자를 고착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서피스 다이얼을 서피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위에 올리면 구동 중인 앱에 최적화된 도구가 표시된다.) |
HW 제조사들의 전략은
구글과 MS의 혁신적인 HW 출시에 다급해진 것은 기존 HW 제조사들이다. 개방적인 생태계가 양사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구글과 MS은 HW 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제조사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갈 계획이다. 하지만 구글과 MS의 혁신적인 HW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해야 하는 제조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위안은 SW에 강한 기업이 HW와 결합된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주춤한 애플의 실적이 이를 보여준다. 2016년 3분기 애플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감소했다. 새로운 아이폰 출시에 힘입어 이전 분기에 비해서는 11% 성장했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여전히 나쁜 상황이다.
또 현재는 구글과 MS의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두 기업 모두 이미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구글은 모토로라, MS는 노키아를 인수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물론 인수를 통해 획득한 특허 등의 기술역량이 현재의 HW를 제작하는 바탕이 됐지만 아직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서 완전히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결국 스마트폰의 혁신이 정체한 상황에서 누가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는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삼성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비브랩스의 플랫폼은 특정 기기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디바이스와 연결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이 때문에 삼성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구글홈이나 아마존과 같은 인공지능 비서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자체 SW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W와 HW가 밀착된 최적화는 높은 SW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HW의 성능을 최고로 이끌어내는 길은 SW 역량을 하는 길에 있다는 것이다.
[테크M = 도강호 기자(gangdogi@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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