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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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 넘어 연민 느끼는 로봇 나올까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가 개발한 소셜 로봇 ‘지보’ |
[KEY POINT]
로봇이 가정의 중요한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감성형 가정용 로봇이 발전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감성형 가정용 로봇은 사람과 대화하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집안의 가전제품 제어를 비롯해 집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과의 감성의 교류가 과도한 로봇 애착증을 유발하고, 로봇에 대한 지나친 감정 부여가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로봇과의 교감은 아직 고민할 부분이 남아있다.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가 개발한 소셜 로봇 ‘지보(Jibo)’는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해 가족 구성원들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가전제품을 제어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의 성격이나 감성을 더 잘 이해하고, 행복, 슬픔, 놀람 등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신시아 브리질 교수는 로봇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몰두,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키스멧(Kismet)’, ‘넥시(Nexi)’ 등 소셜 로봇을 내놓았다.
미국 완구업체 하스브로의 애완고양이 로봇 |
복잡한 감정 표현하는 페퍼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도 다국어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IBM 인공지능 ‘왓슨(Watson)’과 연결해 사람이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해준다. 페퍼는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을 시뮬레이션해 만든 감정엔진을 갖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페퍼 공식 발표장에서 페퍼가 6개의 기본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보다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이 퇴근 해 집으로 돌아오면 ‘좋다’는 감정을 자극해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 ‘즐겁다’는 반응으로 바뀐다. 손 회장은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로봇을 상상하고 있다.
현재 가정용 로봇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아이로봇의 로봇 청소기 ‘룸바’를 제외하면 아마도 아마존의 원통형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Echo)’가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에코’는 가전제품을 제어해주고, 주인이 원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궁금한 질문에 대답도 해준다. 아마존은 제3의 개발자들에게 API를 공개하면서 알렉사 생태계를 넓혀 가고 있다.
최근 1~2년 새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의 업체들이 가정용 로봇 시장을 겨냥해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동반자 로봇, 인공지능 감성 로봇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고 있다. 지보, 페퍼, 알렉사(에코)는 최근 가정용 로봇 기술 동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로봇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가정용 로봇들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고 있다.
아마존 에코나 지보처럼 탁상에 고정된 형태에서부터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집안을 모니터링하고 가족들과 대화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까지 다양하다. 클라우드에 접속해 방대한 데이터를 검색, 자연어로 처리해주기도 한다. 아직 로봇들 간에 우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대중과의 접점이 확대되면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가정용 로봇을 얘기할 때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가정용 로봇의 선구자다. 소니는 1999년 강아지 로봇인 ‘아이보(Aibo)’를 내놓았다. 아이보는 진짜 애완동물처럼 애완동물 코너에서 팔렸고 스티로폼으로 만든 뼈다귀와 입양 증명서까지 들어 있었다. 불량품이라는 비판도 일부 있었지만 학습을 통해 행동을 개선하면서 마니아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소니가 아이보 판매를 중단한 이후 주인들은 아이보 장례식을 열어줄 정도로 아이보에 감정을 이입했다.
미국 최대 완구업체인 ‘하스브로(Hasbro)’가 지난해 말 로봇 애완 고양이를 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 시대를 많이 앞서 갔다고 할 수 있다. 하스브로의 로봇 애완 고양이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준다. 고양이를 계속 쓰다듬으면 배를 만져달라고 몸을 발랑 뒤집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오랫동안 만지지 않으면 지쳐 잠이 들기도 한다.
일본 플라워 로보틱스가 내놓은 가정용 로봇 ‘패틴’ |
가정용 로봇 분야에서 일본 업체들은 실험적이며 동시에 선구적이다. ‘플라워 로보틱스(Flower Robotics)’는 지난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가정용 로봇인 ‘패틴(Patin)’ 시제품을 발표했다. 패틴은 다양한 로봇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본체에 별도의 서비스 유닛을 붙이면 원하는 로봇으로 변한다. 램프를 붙이면 조명 로봇이 되고, 스피커를 붙이면 스피커 로봇으로 바뀌는 식이다.
사용자의 기호와 생활 습관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축적한다. 조명 서비스 유닛을 탑재하면 사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조명 밝기를 상황에 맞게 클라우드에서 검색해 서비스해 줄 수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가장 편리한 위치로 스스로 이동하기도 한다.
일본 ‘빈클루(Vinclu)’가 발표한 홀로그램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홀로그램 프로젝션 기술과 각종 센서를 결합해 디지털 캐릭터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로봇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매일 아침 자신을 깨워주고 얘기도 한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동거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일본 빈클루가 발표한 홀로그램 로봇 ‘게이트 박스’ |
초고령화 사회에는 커뮤니케이션 로봇
일본은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오래전부터 커뮤니케이션 로봇 개발에 주력해왔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물개 모양 로봇 ‘파로’가 대표적이다. 로봇을 쓰다듬으면 반응을 한다.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 이동통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지난 7월 가족과 음성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로봇 ‘코코쿠마’를 판매하고 있다. 코코쿠마 왼쪽 손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면 가족들의 스마트폰으로 음성 메시지가 전송된다. 오른손 버튼을 누르면 가족들로부터 온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눈썹과 입을 움직이는 등 표정을 짓기도 한다.
도요타자동차는 내년에 손바닥 크기의 커뮤니케이션 로봇인 ‘키로보 미니(Kirobomini)’를 출시할 계획이다. 키로보 로봇은 원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과 소통하는 업무를 수행했는데, 이제는 가정용 로봇으로 내려왔다. 키로보 미니는 사람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추정해 대화를 유도한다.
3개의 마이크를 탑재하고 있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 말할 수 있다. 아직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사람과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는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제휴해 페퍼의 감정인식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자동차에 사람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페퍼 감정엔진이 탑재된다면 미래에는 자동차와의 정서적인 교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도 가정용 로봇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내 로봇업체 아이피엘(IPL)이 중국기업 ‘루보(Roobo)’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 애완견 ‘돔지(Domgy)’는 4개의 발을 이용해 집안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둥그런 모양의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눈동자로 사랑, 행복 등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얼굴 인식시스템을 탑재,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함께 놀이를 한다. 스마트폰으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
대만 에이수스의 가정용 로봇 ‘젠보’ |
올해 1월 중국업체 고와일드(Gowild)는 중국 최초로 ‘공자소백(公子小白)’이라는 지능형 감성 로봇을 개발해 공급에 들어갔다. 키 26㎝, 무게 2.5㎏의 탁상형 로봇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돼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자기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
공자소백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날씨 정보, 뉴스 검색 서비스가 가능하고, 인공지능을 탑재, 개인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인공지능 플러스’ 시대를 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중국계 스타트업인 오메이트(Omate)는 알렉사를 탑재한 ‘유미(Yumi)’를 개발해 지난 11월 중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를 통해 런칭했다. 영상통화, 집안 감시, 조명 제어, 실내 온도 조절, 질의응답, 음악 플레이 등의 기능을 갖췄다. 개인비서, 뮤직 허브, 스마트홈 제어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대만 컴퓨터 업체인 에이수스(Asus)는 가정용 로봇 ‘젠보(Zenbo)’를 올해 컴퓨텍스에서 발표했다. 젠보는 바퀴로 이동이 가능하며, 터치스크린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 주요 일정을 안내해주고 사물인터넷 기기 등 가정용 전자제품과 연동해 제어할 수 있다. 외출 시에는 집안을 살피고 원격지에 있는 사람과 통화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젠보와 같이 게임이나 동화를 즐기고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게 가능하다.
인공지능 기반 만능 로봇 꿈
미국의 가정용 로봇기업들은 다른 나라보다 인공지능 분야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스스로 학습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하고, 밥도 짓는 만능 로봇 개발을 꿈꾸고 있다.
테슬라자동차의 엘론 머스크가 후원하고 있는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오픈 AI’는 궁극적으로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범용성(general-purpose)’을 갖춘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범용성 로봇이 개발되면 로봇 집사와 같은 역할이 가능해진다.
최근 일본 가나가와현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테주카 프로덕션과 공동으로 제작해 발표한 애니메이션 ‘로봇타운 사가미 2028(Robot Town Sagami 2028)’은 10여 년 후의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귀엽게 생긴 가정용 로봇 ‘로비타’가 등장해 가족들이 집에 오기 전에 목욕물을 데워놓고 실내 온도를 조정해준다. 전화가 오면 대형 메인 모니터에 연결해 화상전화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배송용 드론이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로봇과 함께 살다보면 로봇은 우리 삶과 결코 유리될 수 없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과 감성적으로 교류하는 로봇 기술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관련 기술들이 완벽하게 개발된다고 해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영국 링컨대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된 로봇보다는 실수도 하는 불완전한 캐릭터의 로봇에게 더 친근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동안 로봇 과학자들이 높은 수준의 지능과 감성 알고리즘을 탑재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이런 접근이 인간-로봇 상호작용(HRI)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로봇과의 감성의 교류 또는 커뮤니케이션이 과도한 로봇 애착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로봇 애착증이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최근 방한한 로봇 과학자인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 회장은 감정을 교감하는 로봇에 대해 많은 업체들이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 과장돼 있으며 지나치게 로봇에 감정을 부여하다보면 실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봇을 우리 생활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아직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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