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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세컨드 휴먼 UX 가고 CX가 뜬다

2016-12-15장진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파트장



새로운 종의 인간, 세컨드 휴먼이 우리 삶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이세돌과의 승부에서 컴퓨터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메신저 시장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챗봇 열풍은 컴퓨터와의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뛰어난 컴퓨팅 기술과 복잡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정신 세계 구현의 가능성을 발견해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

인간이 하기 힘들거나 오래 걸리는 것을 수행하거나 인간을 대신 하기 위해 태어난 컴퓨터가 인간과 닮아야 하는 것은 숙명이다.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얼굴에 해당하는 모니터, 입력을 담당하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 외의 각종 컴퓨터의 부품은 인간과 매우 비슷하다.

좋은 CPU는 인간보다 더 빠르게 계산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화사하고 밝은 모니터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지금도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입력(input)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컴퓨터 모습은 어떨까? 기술의 발전은 이미 SF영화 속의 모습을 충분히 구현하고도 남을 정도로 비약적이지만, 사용자가 경험하는 컴퓨터는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가 열려 모니터가 아닌 터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함에 따라 입력 도구로 ‘손가락’이 중요해졌을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뭔가를 입력해서 컴퓨터로부터 답을 얻고, 정보를 얻고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컴퓨터는 인간의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을 닮아갈 것이다.

특히 단순한 계산에서 벗어나 몇 가지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답을 추론해내는 행위. 바로 사고(思考)의 영역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왜 컴퓨터 기술은 인간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이것이 가져다 줄 새로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은 무엇인가?


영화 ‘빅 히어로’에서 아픔을 물어보는 베이맥스(Baymax) 로봇.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베이맥스에게 아픔을 설명하지 못하면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영화 ‘빅 히어로’에서 아픔을 물어보는 베이맥스(Baymax) 로봇.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베이맥스에게 아픔을 설명하지 못하면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영화 ‘빅 히어로’에서 아픔을 물어보는 베이맥스(Baymax) 로봇.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베이맥스에게 아픔을 설명하지 못하면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챗봇, 내면 보여주는 대화가 핵심

‘챗봇(chatbot)’은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최근 메신저 서비스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일종의 대화형 에이전트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텔레그램, 위챗, 킥, 카카오톡 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메신저 서비스들은 모두 이 챗봇에 주목하고 있다. 우버의 차량을 호출하는 챗봇에서부터 헬로보트(HelloVote)의 유권자 등록을 돕는 챗봇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왜 그들은 챗봇에 주목하는가?

챗봇의 핵심은 대화(conversation)다. 그동안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하려면 사용자는 컴퓨터의 대화법을 익혀야 했다. 컴퓨터가 제공하는 특정한 방식의 입력법을 채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에서만 상호작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컴퓨터의 모든 것이 인간을 닮았지만 내면까지 닮았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다양한 감각과 표현법으로 대화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용자(who)가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컴퓨터와 상호작용 하는지를 메커니즘으로 만들고, 이를 대화로 풀어내는 방식은 기존의 UX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챗봇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면서 기존의 라디오 버튼이나 체크박스 같은 특정 UI 컴포넌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말하는 방식으로 챗봇과 이야기하면서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컴퓨터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된 대화방식을 종합 판단해 명령의 의미를 파악하고 목적을 달성한다.

챗봇에 주목하는 우리는 단순히 기술면에서의 우월성이나 사용의 편리함을 생각하는 차원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챗봇은 바로 인간이 어떤 관계에서 갖는 가장 고도화 된 능력이자 가치 중 하나인 대화를 컴퓨터가 흉내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은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며 컴퓨터가 닮아야만 하는 중요한 측면이다.


북유럽의 여행자 인포메이션 단말기. 이것이 챗봇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북유럽의 여행자 인포메이션 단말기. 이것이 챗봇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북유럽의 여행자 인포메이션 단말기. 이것이 챗봇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경험적 주도권 갖는 소셜 로봇

‘소셜 로봇(social robot)’은 특정한 역할을 맡아 다른 사람 혹은 물리적 에이전트와 사회적 행위를 하는 로봇이다. 실제 일상 생활에서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듣고 배워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형태의 이 로봇은, 미국 MIT대학의 신시아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지보(JIBO)를 통해 사람들에게 각인됐다(컨셉 영상과 달리 최근 실망스러운 개발 결과물을 내놓아 비난을 사기는 했다).

이후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홈 등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소셜 로봇 개발 준비에 한창이다. 왜 그들은 소셜 로봇에 주목하는가?

필자가 보는 소셜 로봇의 핵심은 경험적 주도권(experiential locus of control), 즉 권한이다. 그동안 컴퓨터와의 상호작용에서 사용자는 컴퓨터에게 권한을 주어야 했다. 사용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아예 정보도 제공받을 수 없었다.

날씨를 알아보려면 날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야 했고,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만 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내면까지 닮지 못한 또 다른 이유다.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다양한 정보의 종류별로 자기 자신의 권한 하에 관리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학습하고, 이것을 정보로 제공하는 방식은 기존의 UX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소셜 로봇에게 “날씨 사이트 웨더닷컴에 들어가서 서울 강남구의 지금 날씨를 알려줘”처럼 자신의 요구를 일일이 자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달라고 일임하는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된 사용자의 권한 부여 방식을 종합 판단해 명령의 의미를 파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소셜 로봇은 컴퓨터와 사용자의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간을 닮아야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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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는 소셜 로봇에게 “날씨 사이트 웨더닷컴에 들어가서 서울 강남구의 지금 날씨를 알려줘”처럼
자신의 요구를 일일이 자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달라고 일임하는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된 사용자의 권한 부여 방식을 종합 판단해
명령의 의미를 파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동반자(companion)를 원한다

컴퓨터와 대화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 모두 웨어러블 디바이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자동으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억함으로써 가능해지고 있다. 컴퓨터를 우리의 또 다른 뇌로 비유하는 것처럼 사용자 사고의 일부를 대신하거나, 사용자의 행동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로 UX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UX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목할만한 것이 바로 동반자 경험(Companoid Experience, CX)이란 차세대 UX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동반자와 함께 삶을 영위해 왔다. 언제나 최소 둘 이상 존재할 때 의미를 갖는 인간의 삶은 동반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인문학에서 동반자는 활동(activity sharing)과 필요를 공유(need sharing)하며, 사회를 공유(social sharing) 하는 관계라고 정의한다.

이는 지금 디지털 환경에서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들 역시 끊임 없이 자신의 상태와 생각, 지인 관계를 공유하고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이제 컴퓨터는 명령만 내리면 되고, 또 내려야만 작동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다루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사용자 모두 컴퓨터를 일종의 매개체로만 생각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다른 사람의 소통을 지원하는 매개역할을, 소셜 커머스 서비스는 공동의 필요를 더 빠르고 편리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해결하는 매개 역할을 했다. O2O 서비스 역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지만 실제 이를 경험하는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구식(old-fasioned)이다.

컴퓨터는 사용자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을까? CX에 관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서비스 프로토타입 예시.
컴퓨터는 사용자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을까? CX에 관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서비스 프로토타입 예시.

 

컴퓨터는 사용자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을까? CX에 관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서비스 프로토타입 예시

 

CX는 이 상호작용을 새롭게 만든다.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상호작용 요소들은 사용자와 연대감을 형성(sense of kinship with a user)하고, 사용자를 위해 수행(fulfillment for a user)하며, 사용자에 의해 반영(reflection by a user)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다.

그 형태는 챗봇이 될 수도, 소셜 로봇이 될 수도 있다. ‘대화를 시도하고, 권한을 조정하는 주체’로 제품과 서비스가 발전하고 CX란 개념이 새로운 방향이 될 것으로 필자는 전망한다.

CX는 삶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메시지를 통한 상호작용을 연구한 결과, 동반자 경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자 걸음 수와 강도, 수면에서 유효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사용자의 맥락에 기반을 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 생각, 판단, 분석, 제안하는 사고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를 받은 사용자 집단에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일 수 있다.

세컨드 휴먼, 컴퓨터가 또 다른 인간으로서 사용자와 수평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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