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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MIT리뷰/인공지능과 대화④] 자신을 설명하라

2016-11-30MIT테크놀로지리뷰



스탠포드 심리학과 노아 굿맨의 사무실은 벽에 기대어 세워놓은 몇 점의 추상화와 웃자란 화분 몇 개 덕에 확실히 유달라 보였다. 그의 방에 들어갔을 때 굿맨은 맨발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노트북으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스 커피를 들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캠퍼스를 산책했다.
“언어 능력은 언어 자체에 대한 많은 지식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세상에 관한 상식이 필요합니다. 또 이 두 가지를 매우 미묘한 방식으로 조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한 능력입니다.”

굿맨과 그의 학생들은 일종의 확률적 상식을 컴퓨터에게 제공, 대화를 구현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것으로 밝혀진 웹플이란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시험판 중 하나는 말장난을 이해하며 다른 시험판은 과장법을 다룰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식당에서 종업원을 ‘영원히’ 기다렸다고 말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 단어가 원래의 의미일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실은 그가 긴 시간을 기다렸고 화가 났다는 의미로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진짜 지적인 능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새로운 접근이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보다 현실적인 대화를 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굿맨의 시도는 기계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영원히’와 같은 단어가 문맥상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반드시 알아야 할 문제이며 그 중에서도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어려움과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사진 인식과 바둑 같은 게임에서 보인 딥러닝의 놀라운 성공은 적어도 언어의 문제에서도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거의 눈앞에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만약 그렇다면 그 시기가 다가오는 것은 그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지능을 증강시키며 또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일을 맡길 수도 있는 만능의 도구가 되려면 언어는 반드시 정복해야 할 요소이다. 인공지능이 딥러닝과 다른 기술들을 이용해 스스로를 프로그램 할 수 있게 될수록 언어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딥러닝은 그 자체로 놀라운 기술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딥러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MIT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존 레너드의 말이다.
도요타는 자신이 왜 그 길을 골랐는지 설명할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MIT와 함께 인공지능과 프로그래밍 언어의 전문가인 제랄드 서스만이 이끄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율주행차가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줄 방법은 당연히 대화를 통해서 일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아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MIT에서 도요타가 지원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레너드의 말이다. “그렇지만 이상적으로는 그저 답만이 아니라 설명까지도 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온 지 몇 주 뒤, 뉴욕의 한 학회에서 구글 딥마인드에서 알파고를 디자인한 데이비드 실버가 이세돌과의 경기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실버는 두 번째 게임에서 알파고가 그 치명적인 수를 내놓았을 때, 그의 팀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놀랐다고 말했다. 그들이 본 것은 흑 37 이후에 그저 알파고가 예측한 승률이 조금 올랐다는 사실뿐이었다.

며칠 뒤 세밀한 조사 끝에 구글 팀은 한 가지 사실, 곧 앞서 일어난 게임에서 알파고는 인간이 그 같은 수를 둘 확률이 1만 분의 1 이라는 것을 계산했고 자신의 연습 게임에서 이 수가 특별하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해 주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알파고는 이세돌 기사가 이 수를 모를 것이라는 사실을 안 것이다.
실버는 구글이 알파고에 사용한 기술을 상용화할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똑똑한 비서와 의료 용도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에게 그런 인공지능 시스템과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일지 물었다.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말한 그는 잠시후 “몇몇 경우에는 중요할 것 같다”며 “병원에서는 인공지능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말해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스템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 그들과 협력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컴퓨터와 쉽게 대화할 수 있게 된다면 컴퓨터는 훨씬 더 유용한 기계가 될 것이며 이는 거의 마술처럼 느껴질 것이다.

어쨌든 언어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이제 기계가 우리를 막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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