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표준기구(ISO)는 제조로봇에 대해 ‘제조 자동화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정 또는 이동 가능한 3축 이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가능한 다목적 조작기로, 자동제어되고 재 프로그램 가능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로봇은 식음료분야의 포장부터 전기전자분야의 조립검사, 자동차분야의 용접에 이르기까지 부품 또는 완성품 자동화 공정 및 반자동화된 생산공정에서의 생산, 생산보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활용 공정이 지속적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국가의 지속성장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의 중요성이 재 부각되면서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조업용 로봇 기술의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로봇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제조업 본국 회귀 전략의 일환으로 제조로봇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 국립과학재단이 인간협동로봇의 개발과 사용 촉진에 3150만 달러 지원을 발표했다.
독일은 중소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제조혁신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4년 세계 1위 로봇강국 도약 목표를 발표했다.
일본은 야스카와, 나치, 화낙, 가와사키 등 주요 제조업용 로봇 메이커를 중심으로 기존 제조업 로봇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인간 로봇의 협조공정과 완전 무인화 로봇 공장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독일의 스마트 공장 시스템 개발 등 하이테크 전략을 모델로 ‘제조혁신 3.0’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역할이 단순 반복작업 수행장치에서 조립작업의 핵심장치로 변화하고 있다. 또 생산공정의 유연성과 효율성의 확보를 위해 인간과 로봇의 작업공간 공유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안전로봇 ‘ModMan’)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로봇학습 연구 모습.로봇이 인간의 작업 관찰을 통해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
로봇과 사람의 시너지 만드는 협동로봇
제조로봇은 새로운 단순동작을 담당하는 로봇에서 인간으로부터 작업을 배워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기술로 로봇 지능(클라우드, 빅데이터), 안전지원기술 등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협동로봇은 로봇의 반복적인 성능과 사람의 개인 스킬, 능력을 결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람은 부족한 정보를 갖고도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반면, 로봇은 정확하면서 긴 시간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봇이 수행하는 동작을 만드는 일을 교시(Teaching)라고 한다. 이 교시작업을 하는 방법으로 오프라인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는 고가의 전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과 간단한 조작기계를 활용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그런데 로봇의 관절 형태의 특이성으로 인해 실제 로봇이 동작하는 3차원 세계(World Space)에서 로봇을 구동하는 관절공간(Joint Space)의 모양이 다르다. 이 때문에 작업자가 직관적으로 로봇의 동작을 이해하면서 교시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최근 교시조작을 손쉽게 하는 방법으로 기구적 교시(Kinetic Teaching)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 방법은 로봇에게 무게(중력)에 의한 힘을 보상해 줌으로써 작업자가 적은 힘으로도 로봇을 구동하도록 하는 힘 보상기법(Compliance Control)이 사용됐다.
리씽크로보틱스의 ‘소이어’가 대표적이며 컵 포장, 제품 품질 검사와 같은 간단한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국내에서도 개발 중이며 일부 제품으로 출시돼 있다.
인간과 로봇의 협력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원칙은 사람과 기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람과 로봇의 안전을 위협하는 충돌방지를 위해 로봇 시스템 자체뿐 아니라 로봇의 작업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ISO에서는 ISO10218-1과 ISO10218-2에 안전규정의 라인을 규정했으며, ISO/TS 15066 문서를 통해 인간협조로봇의 구체적인 안전동작 기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유니버설로봇의 ‘UR’ 시리즈, 가와사키의 양팔로봇의 ‘duAro’는 협동작업이 가능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연구용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안전로봇 ‘ModMan’을 비롯해 전자부품연구원의 안전관절모듈, 한국기계연구원의 협업로봇 등이 개발됐다.
로봇이 사람과 함께 협동 작업을 하려면, 주변 환경의 제약을 극복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실행기술(Skill)과 함께 수행할 행동을 선택하는 기술(Autonomy)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EU에서는 로제타 프로젝트, SME로봇 프로젝트 등 매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행기술은 주변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는 로봇기술로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주변 고정된 보조장치(Jig) 없이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조립과정이나 포장작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물체 삽입과 같은 작업(Peg-in-Hole)에는 미세한 손끝 요령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산학연(로보스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서울대, 고려대 등)이 협력해 영상과 손끝 반발력의 특성을 스스로 분석해 조립작업을 능숙히 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외국에서는 쿠카(KUKA)가 ‘iiwa’ 제품에서 이 기능을 이용해 톱니 기어 박스를 조립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또 다른 형태이지만, 이동 플랫폼 위에 로봇 팔을 부착해 작업을 수행하는 이동조작 로봇기술도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쿠카의 이동조작로봇이 항공기 점검작업이나 컨베이어로 이송되는 물건 검사에 활용되고 있다.
또 로봇이 인간으로부터 행동요령을 배우거나 스스로 수행한 결과로부터 행동결정 및 수행방법을 배우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인간으로부터 행동요령을 배우는 기술(Learning from Demonstration)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개최된 국제로봇학술대회인 ‘세계지능형로봇시스템총회(IROS) 2016’에서 관련 논문 수십 편이 발표됐다. 국내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와 한국과학기술원 등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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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로봇, 4세대로 발전…장기적 전략 요구
![[자료: 한국생산기술연구원]](http://techm.kr/data/editor/1610/1981902326_1477275002.68416.png)
독일의 산업용 로봇기업 쿠카의 혁신과기술관리책임자 도미닉 보슬은 IROS 2016 키노트 발표에서 제조로봇이 단순반복 작업을 위한 고정된 위치의 다관절 로봇(1세대), 인간안전협동로봇(2세대), 자율이동능력과 조작이 가능한 이동조작로봇(3세대), 인간과 같은 학습과 자율성을 갖는 로봇(4세대)의 형태로 발전한다고 전망했다.
이 분류를 기본으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제조로봇과 연구용 로봇을 비교하면 <표>와 같다.
외국 대형 로봇제조사들이 새로운 세대의 로봇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제조로봇 생산업체들에서는 연구개발 인프라 및 시장상황을 고려해 하드웨어 중심, 저가로봇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발굴되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라도 3년 내 제품 개발과 같은 단기적인 목표보다 긴 안목으로 추진해 나갈 문제다. 이를 위해 외국 선진 연구원들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학연기관들과 제품화를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Point]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제조로봇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로봇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협력하며 작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로봇 기업들이 안전 확보와 작업 지시 효율 극대화를 위한 연구와 기술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