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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브 인수 계기로 본 국내 기업의 AI 전략
(SK텔레콤이 출시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누구’) |
삼성전자는 6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비브의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전자는 "비브 인수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며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사용자에게 하나의 인공지능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디바이스에 접근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구글홈' 등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말이다.
지난 8월에도 삼성전자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신은 삼성전자가 내장 마이크와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스피커 ‘삼성 스쿱’에 관한 문서를 미국 연방 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제품 판매를 위한 인증을 받는 과정으로, 마이크가 내장된 스피커라는 측면에서 아마존의 에코처럼 음성명령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삼성은 인공지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난 3월 스타트업 투자조사전문회사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삼성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자금을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나타났다.
발표 당시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캐리어스, 이디본, 익스펙트랩, 리액터랩,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 말루바, 킨진 등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1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중 7개 기업의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공개된 기업 가운데 비캐리어스는 삼성뿐만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투자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 인간의 뇌가 가진 계산 원리를 이론화해 인간과 비슷하게 사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 삼성은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삼성이 투자한 스타트업은 주로 자연어와 텍스트 생성에 특화된 기업이다. 이디본과 익스펙트랩은 자연어 처리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리액터랩과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는 뉴스나 데이터를 정리해 새로운 뉴스나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면 에코와 같은 서비스는 물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사전에 찾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비브 인수로 그간 인공지능 스타트업 투자에서 보여준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향한 삼성의 행보가 더욱 확실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폰 플러스(Phone +)'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첨단 기기들의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확장할 계획이어서 이번 비브 인수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브의 플랫폼에 연결된 서비스들은 각각 따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분석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특징"이라며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연결된 서비스를 사용하면 할수록 플랫폼은 스스로 진화해, 사용자에게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비브는 한층 진화된 개방형 서비스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자연어 인식과 머신 러닝 기능,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모두 염두에 두고 개발된 비브의 플랫폼은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통합하는 생태계 조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조성을 통해 아마존, 구글과의 차별성을 만들어낼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에서 부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출시 바람
최근 삼성전자 이외에도 국내에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SK텔레콤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누구’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누구는 사용자의 명령을 음성으로 인식,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날씨나 일정 등의 정보를 알려주거나,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SK텔레콤은 누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인터넷 쇼핑이나 배달 음식 주문, T맵과 연계한 실시간 경로 안내 등으로 확장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탑재한 별도의 기기를 출시한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SK텔레콤이 처음이다.
아마존이 2014년에 ‘에코’를 처음 선보인 점을 생각하면 출발이 다소 늦은 셈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는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가 필수 기능인데, 한국어에 대한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는 해외 IT 기업들에 비해 국내 업체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누구 출시를 위해 2012년부터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엔진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 외에도 여러 국내 기업이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KT는 연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하는 음성인식 로봇 ‘오토(OTTO)’와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가지니는 SK텔레콤의 누구와 같은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기기다.
KT는 “한국어 음성인식 기술을 20여 년간 자체 개발해 왔다”며 “음성인식 기술을 통화, 미디어, 모바일 앱, 콜센터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측은 또 “이후에도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사업에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출시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잡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많은 서비스에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 중심에는 2013년에 설립된 기술연구소 ‘네이버랩스’가 있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6월 이미지를 인식해 사용자의 질문과 답을 추론하는 ‘VQA(Visual Question Answering) 챌린지’에서 2위에 오를 정도로 수준 높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에 인공지능 접목한 네이버
네이버랩스는 딥러닝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연구와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머신러닝 핵심 기술로 딥러닝에 집중하는 한편,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계번역, 멀티미디어 인식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데이터 분산 스토리지, 네이버 클라우드의 사진 카테고리 자동 분류, 음성검색, 쇼핑, 메신저 등 네이버 서비스에 폭 넓게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가장 최근에 출시한 서비스는 ‘파파고’다. 8월에 베타버전으로 출시된 자동통역 애플리케이션 파파고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간의 음성과 문자를 통·번역 해준다. 파파고에는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계번역 등의 기술이 사용됐다.
특히 네이버는 파파고에 적용된 번역 기술로 ‘2015 아시아 번역 품질평가대회’에서 한국어-일본어 번역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어-일본어 번역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한국어-영어 번역 기능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또 장기적으로 ‘블루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스마트카, 스마트홈, 웰니스 등 생활과 연결되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해 2020년까지 총 1000억 원을 투자해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융합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HW 업체와 협력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장 중인 SW·HW 융합 플랫폼에서 성장을 지속하려는 것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기기 출시도 이런 계획의 일부다.
네이버는 “새로운 연구개발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한 자연스런 흐름”이라며 “SW와 HW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개발은 구글,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과 같은 테크 기업들의 움직임과도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HW와 SW 융합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고 서비스를 구상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행보라는 것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등 여러 가지 경쟁력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닛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엑스레이 사진(왼쪽)에서 병변이 있을 가능성을 정도에 따라 색깔로 알려준다.) |
의학 분야에서 부는 인공지능 바람
의학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도 국내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메디슨은 영상의학과용 초음파 진단기기에 딥러닝을 적용하고 있다. 초음파를 사용한 유방 병변 진단에 딥러닝을 적용한 것이다.
인체 조직은 여러 세포로 구성되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변 세포, 검사 시점의 몸 상태에 따라 영상이 다르게 보인다. 그만큼 영상을 사용한 질병 진단에 어려움이 따르는데 인공지능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의료진이 병으로 변질된 조직이 있는 부분과 질병의 정도를 알려주고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하도록 했다.
질병 진단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루닛은 인공지능 영상인식 기술을 이용해 가슴과 유방 엑스레이 사진에서 폐질환과 유방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특히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유방암 검사를 위한 엑스레이인 맘모그래피에서 유방암을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1~2장의 제한된 사진에서 병변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데, 아시아인의 경우 유방의 밀도가 높아 맘모그래피가 하얗게 나오기 때문에 정상조직과 병변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이런 경우 초음파를 통해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데, 추가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재검사에서 실제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20명에 1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엑스레이 사진에서 폐질환과 유방암 모두 90%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 서울 대형병원 6곳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백 대표는 “최근 파일럿을 마치고 대규모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CB인사이트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유망 영상진단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루닛이 영상인식 기술을 질병진단에 적용하는 다른 기업과 구분되는 부분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 사전에 의사가 질병 유무와 질병 부위를 표시한 영상 데이터를 만들고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를 학습한다. 하지만 루닛은 아무런 표시가 없는 영상과 질병의 유무 데이터만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 백 대표는 “알파고가 스스로 바둑을 두며 학습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라며 “알파고가 바둑 기사들이 알지 못한 새로운 수를 찾아냈던 것처럼 사람이 알지 못했던 영상 진단 지식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 대표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학술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먼저”라며 “파일럿을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루닛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1월에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상의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에서 초록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진단과 관련된 학회 발표를 진행한 일이 매우 드문 만큼 11월 학회 발표는 루닛은 물론 국내 인공지능 연구의 수준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M = 도강호 기자, 주다은 인턴기자(gangdogi@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2호(2016년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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