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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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몸, 이것은 나의 소프트웨어
(▶ORLAN TechnoBody Retrospective ▶2016.6.17.~10.2. 성곡미술관) |
오를랑(ORLAN)은 프랑스 행위예술의 거장이다. 자기 몸을 예술의 재료이자 도구로 활용한다. 1990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술 장면 위성중계 퍼포먼스로 유명해진 오를랑은 조각, 사진, 비디오, 3D, 비디오 게임, 증강현실, 생명공학 등을 이용해 예술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오를랑에게 몸은 그저 매개물이다. 생각이 중요하다. 10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에서는 첨단기술과 육체를 결합시킨 새로운 인류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게 예술이란 일종의 저항이다.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규범과 상식을 뒤흔드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거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을 무릅써야만 하고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한다. - 오를랑) |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국 경극의 가면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색과 무늬는 다르지만 가면 속 얼굴은 모두 동일인물, 바로 오를랑이다. 스마트폰에 ‘오그먼트(Augument)’라는 앱을 깔고 작품 한 점을 스캔하면 허공에 오를랑의 3D 아바타가 나타난다. 오를랑 아바타는 눕기도 하고 요가자세를 취하기도 하며 구석에 쪼그리기도 한다.
2014년에 선보인 ‘베이징 오페라 가면’ 시리즈는 순식간에 가면을 벗겨내 얼굴을 바꾸는 중국 전통 가면극 ‘변검’에서 영감을 받았다. ‘포켓몬고(GO)’ 게임처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작품으로 관람객이 작품을 매개로 즐길 수 있다.
(‘베이징 오페라 가면’, 2014. 순식간에 가면을 벗겨내 얼굴을 바꾸는 중국의 전통 가면극 ‘변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오를랑은 여기에 증강현실을 더해 첨단기술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
또 다른 전시관.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스크린에 3D 비디오 게임 영상이 펼쳐진다. 오를랑의 최신작 ‘MYO 팔찌를 찬 오를랑의 양방향 게임 실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줄거리는 파리의 예술 골목을 무대로 오를랑 아바타의 팔, 다리, 피부 등 신체의 조각들을 찾아내 완전한 인간의 몸을 완성하는 것이다. 양팔에 센서가 부착된 팔찌를 끼면 한쪽 팔은 앞으로 가기, 다른 팔은 방향을 지시하는 컨트롤러가 된다. 처음엔 게임을 작동하기 쉽지 않지만 미션을 수행하며 신체 조각들을 찾는 과정에서 오를랑의 예술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베이징 오페라 가면’ 앞에서 증강현실을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
첨단기술을 몸에 적용하다
1990년대 초, 오를랑은 “몸을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엉덩이, 피부, 입술 등 신체의 일부를 9번이나 성형했다. 수술 전후 화려한 의상을 입고 시식을 하거나 의사와 키스를 하는 등 ‘쇼’를 벌였고, 부분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한 번은 수술과정을 생중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너스의 턱, 모나리자의 이마 등 전통 회화에 묘사된 미녀의 얼굴을 조합한 마지막 9번째 수술에서는 관자놀이 윗부분에 두 개의 작은 혹을 이식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아름답지 않은 모습’을 갖기 위해서다.
(‘구름을 배경으로 한 오를랑’, 1983. 회색 시멘트 벽돌과 천으로 구겨놓은 구름 등 전혀 성스럽지 않은 재료로 제작된 종교적 상징 한가운데 엄숙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를랑. 사람들이 은연중에 따르는 종교적 가치가 과연 절대적이고 올바른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
더 이상 몸에 칼을 대기 어려워진 뒤부터는 첨단기술을 몸에 적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디지털 합성기술을 이용한 ‘자기교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수술 후 찍은 자신의 얼굴 사진에 아프리카, 마야, 아즈텍 등 다른 문명권의 얼굴을 합성하는가 하면,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기술연구소와 협업해 자신의 피부세포와 흑인의 태아세포, 포유동물의 세포들을 교배해 배양한 세포들을 영상으로 담는 생물학적 융합도 시도했다.
오를랑은 “인종과 성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종(種)을 만들어 차별 없는 세상을 그려봤다”고 말했다. 스스로 하이브리드가 돼 ‘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다양한 존재를 실험하는 오를랑의 예술은 그래서 과격하다는 평도 듣는다.
(‘수술실 조명 아래에서 할리퀸 모자를 쓰고 프랑크 소비에르 드레스와 붉은 장갑을 착용한 오를랑’, 1991. 다섯 번째 성형수술 퍼포먼스다.) |
“예술은 기존 규범에 저항하는 것”
17세인 1964년, 바쁘게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부러 매우 느리게 걷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오를랑은 이후 5프랑을 받고 키스를 하거나, 뒤틀리고 부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등의 퍼포먼스를 했다. 이유는 하나. “기존 규범과 상식을 뒤흔드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살가죽 벗겨진 자유의 여신상과 두 명의 오를랑’, 2013. 몸은 껍질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오를랑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피부가 벗겨진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이전 행위였던 ‘분노측량’을 리메이크 한다.) |
오를랑에게 예술은 곧 기술이기도 하다. ‘예술’의 어원이 그리스어 ‘테크네(techne)’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오를랑은 생명과학과 의학,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을 통해 인간의 몸 자체를 변형시킴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신체를 제시한다.
사실 오를랑이 창조한 인류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살가죽 벗겨진 자유의 여신상과 두 명의 오를랑’에서처럼 피부가 벗겨져 있거나, ‘범프로드 스트립쇼의 스캔’ 작품에서 보듯 두개골에 인체의 세포를 합성한 영상처럼 기괴하다. 이것이 오를랑이 전하는 ‘테크노바디’의 핵심일까. 분명한 것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몸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범프로드 스트립쇼의 스캔’, 2013. 영상의학기술을 통해 오를랑은 자신의 뼈 속까지 드러내는 21세기의 스트립쇼를 보여준다.) |
[테크M = 최현숙 기자(coffee@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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