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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리뷰/정밀의료⑤]“부자들만의 유전자 분석은 안된다”
유전자 분석의 선구자는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라호야 지역의 휴먼 롱제비티(HLI)에는 20개 이상의 기계들이 15분 마다 20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한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며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모든 과정은 3개의 방에서 다 이루어진다.
HLI의 창업자인 J. 크레이그 벤터가 처음으로 인간의 게놈을 (본인의 것이었다) 분석했던 2000년만 하더라도, 기계의 크기는 빌딩 한 채만 했고 가격은 1억 달러였으며, 5000만 달러의 컴퓨터가 9개월 동안 계산을 해야 했다.
벤터의 목표는 최소한 10년은 걸리겠지만 적어도 100만 명의 게놈을 분석하는 것이며, 그로부터 얻는 데이터, 곧 유전자 공여자의 건강 기록과 다른 의학적 검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암과 심장병 등 고령자에게 흔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올해 69세인 벤터는 GE 벤처, 바이오 회사인 셀젠(Celgene), 유전자 분석기계를 만드는 일루미나 등으로부터 3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HLI는 영국의 거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테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두 회사 모두 유전자 분석에 사용할 환자의 정보를 HLI에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 연구실보다 두 층 더 높은 곳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은 그는 발 앞에 다윈이라는 이름의 붉은 푸들을 재운 채 HLI 과학자들의 결과 중 하나인, 1000명의 게놈을 분석해 그 유전자 정보만으로 그들의 얼굴을 재구성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사람의 얼굴, 키, 체질량 지수, 눈동자 색깔, 머리 색깔과 결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재구성한 얼굴과 진짜 얼굴이 얼마나 비슷하냐며 이렇게 말했다.
벤터는 게놈으로 얼굴을 예측하는 것은 유전자 기술이 가진 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유전자 정보의 분석을 통해 얼굴의 모양, 동맥 질환, 척추 협착 등의 증상을 예측하려 합니다.”
유전체학에 대한 이해는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에는 한계가 있다. 특성이 잘 알려진 유전자라 하더라도, 항상 뛰어난 의학적 발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벤터는 자신이 발견한 유전자 중 CETP(콜레스테릴 에스테르 전달 단백질)가 자연적으로 건강한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계 있으며, 심장질환과 뇌졸중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는 것을 발견했다.
2000년대 초반, 몇몇 제약회사는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이들을 대상으로 수치를 낮춰주는 약을 개발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사건이 보여준 것은 간단한 연관관계가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분야의 모든 이들이 이 문제가 아주 복잡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벤터는 이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놈 정보와 다른 의학 데이터를 조합, 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약을 통해 이 제약회사가 환자들에게 구한 50만 명의 무기명 유전자 샘플을 HLI와의 임상 시험에 제공하고 HLI는 이들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제 게놈의 모든 유전자 하나하나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게놈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어야만 질병과 약물 반응의 관계를 이해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맞춤형 의약 및 바이오표지 연구팀 대표인 루스 마치의 말이다. “HLI는 그저 임의의 유전자를 찾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찾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게놈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정보와 함께 그 사람의 다른 정보들이 필요하다.
유전자가 어떻게 환경과 행동 요인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 약물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려주는 기록들, MRI 영상과 다른 의학검사 결과 등이다. 벤터는 이러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 의사들이 실제로 각 환자의 유전자에 맞는 개인화 치료, 곧 정밀 의료를 실현할 방법이라고 믿는다.
페타바이트 수준의 유전자 데이터와 특정한 건강 조건의 관계를 찾고 HLI가 모은 수백만 명의 게놈에서 그 패턴을 다시 찾으려면 엄청난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벤터는 구글의 기계번역팀장으로 세상의 모든 웹사이트를 영어로 즉석에서 번역하는 구글 번역의 개발을 이끈 프랜츠 오크를 데려왔다.
오크는 건강 조건과 유전자 코드를 만드는 64억 개 글자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코드는 하나의 언어로 간주할 수 있다. MRI 영상은 또 다른 언어가 되며, 다른 종류의 데이터들도 각각 다른 언어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쓰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발병 몇 년 전부터 해마의 크기가 줄어들곤 한다. 기계학습으로 모든 게놈과 뇌 영상을 비교하면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가져오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혹은 치료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크는 이를 통해 왜 어떤 사람들은 위험 유전인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병에 걸리지 않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을 보호하는 어떤 유전적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HLI의 목표 중 하나는 환자의 유전자 특징과 그들이 가진 특정한 암에 맞춘 암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환자를 먼저 진단, 그들이 가진 종양의 유전자를 분석한 후 백신을 주어 암의 재발을 막겠다는 아이디어라고 HLI의 대표이자 사내 종양학 위원회를 맡고 있는 켄 블룸은 말한다.
벤터는 언젠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게놈 분석결과를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아이디어로 2015년 10월 헬스 뉴클레우스를 설립했다. 환자는 이 회사의 라호야 본사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의학 검사들을 받는다.
2만 5000달러를 지불한 고객은 가죽 의자가 있는 개인 전용공간에서 회사 소속의 의사와 90분간 가족력을 상담하고 혈액 샘플을 채취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건강한 이들에게는 처방되지 않는, 전신 MRI 장비와 시간에 따른 심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4-D 초음파 심장검사 등 첨단 영상장비로 검사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밴드 크기의 작은 장치를 가슴에 붙이며 집에서 2주를 보낸다.
모든 고객들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자신을 나타내는 3차원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가 심장, 뇌, 그리고 다른 장기들에 대해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약 220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이 수많은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벤터를 수년간 알아왔고 그의 회사에서 한 때 자문역을 맡았던 아서 카플란 뉴욕대 랭곤 메디컬센터 생명윤리학 교수는 말한다.
누가 이 모든 검사와 맞춤 의료에 돈을 지불할까요? 그만한 비용을 쓸 가치가 있을까요? 카플란은 보험회사가 유전자 검사나 상담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게놈을 분석하고 싶은 이들은 모두 자신의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이러한 고도의 맞춤 건강요법에는 경제적 불균형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은 부자들만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그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벤터는 HLI의 개인화된 접근이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보험계리사를 고용했으며, 이를 통해 보험회사들이 자신의 사업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환자 한 명 당 2만5000달러가 든다 하더라도 결국 생명을 구할 수 없는 화학요법과 다른 치료법에 수십만 달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2만5000달러 대 수십만 달러, 그리고 40년을 더 살 것인가 아니면 2년을 더 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는 묻는다. “병을 예방하는 것이 나중에 치료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례들을 들어야 하나요?”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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