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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조직문화·사고방식 바꿔야 애자일 성공한다

2016-09-18유석문 라이엇게임즈 기술이사




[테크M = 유석문 라이엇게임즈 기술이사]

사용자가 열광하는 소프트웨어(SW)를 시장의 요구에 맞춰 출시하는 것은 모든 SW 개발 조직의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방법론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자일(Agile) SW 개발방법론이 각광받고 있다.

애자일은 최근 등장한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1957년 IBM에서 SW를 작은 단위로 나눠 점진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방식을 처음 시도했다.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 발전해 오다 2001년 애자일 선언문을 통해 명칭이 통합됐다.

2013년 엠비소프트(Ambysof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자일은 전통적인 폭포수 개발방법론에 비해 프로젝트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애자일은 한국의 조직문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성공적인 애자일 도입은 이룰 수 없는 목표일까?

애자일 도입을 희망하는 조직은 SW 개발의 효과성을 높이고 싶어 한다. 여기서 효과성은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결정의 효과성이다.

규모가 작은 조직이라면 의사결정은 회의나 결재 프로세스가 아닌, 구성원 간의 실시간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근접한 물리 공간에 함께 있는 4인 조직이라면 의자를 뒤로 돌려 앉는 것만으로도 모든 구성원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해 별도의 문서화는 필요 없다. 의사결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자원을 모두 할당할 수 있어 낭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결정 내용이 기록되지 않으면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은 정보를 얻기 어렵다. 시간이 흘러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되면 의사결정의 이유와 목적조차 확인 할 수 없다. 작은 조직은 빠른 결정과 실행이 가능하지만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기 쉽다. 이러한 조직에서 애자일은 빠른 실행력을 해치지 않으며 체계적인 관리를 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다.

이와 반대로 조직의 규모가 크고 복잡한 프로세스를 가진 경우라면 경직성을 해소하고 속도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애자일을 도입하려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프로세스와 승인 체계는 외부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승인 단계를 거치며 그저 안전하기 만한 아이디어로 변질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대기업에서는 스타트업의 기업문화를 이식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애자일을 도입하려면 조직문화가 변해야 하고, 조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역할이 변경돼야 하며, 조직원이 새로운 업무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애자일 도입은 실패하고 만다.





애자일, 조직원 공감대 필수

애자일 도입에서 대표적인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애자일 도입에 대한 조직원의 공감대가 없는 경우다. 하향식으로 애자일이 도입될 때 목적에 동의하지 못한 조직원은 저항하거나 태업을 하게 된다. 익숙한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에 적응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두려움과 불편함을 수반한다.

당연히 이전 상태를 고수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또 애자일 도입이 조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오해되면 적극적인 저항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조직원에게 애자일 도입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애자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며, 안전하게 시도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애자일의 도입은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이므로 조직원의 공감대가 필수요소다.

애자일 도입에서 또 다른 실패는 관리자의 지지 없이 상향식으로 애자일을 도입할 때 발생한다. 업무를 프로세스와 보고체계 기반으로 처리하는 조직에서 실무자 위주의 애자일 도입은 기존 체계에 대한 도전으로 오해될 수 있다. 관리자의 저항은 한국의 여러 회사가 개발 조직 중심으로 애자일 도입을 시도하다 실패한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려면 애자일에 대한 좋은 경험이 축적돼 관리자가 자발적으로 권한 위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만일 관리자가 애자일 도입에 부정적이라면 조직문화와 협업의 개선보다는 개발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애자일의 기본은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것이므로 지금 당장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님’자만 붙인다고 수평조직 안 돼

애자일의 핵심은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는 것’이다. 피드백이란 상호간의 의견을 교환하는 단순한 활동이지만 여기에는 특별한 전제조건이 붙는다. 피드백이 직위가 높은 사람이 단방향으로 전달하는 파괴적인 활동이 되지 않도록 수평조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직위 체계를 없애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는 조직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호칭 변경이라면 진정한 수평조직이 아니다.

애자일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와 ‘닭’의 개념을 사용한다. 돼지와 닭이 동업하는 식당에서 베이컨과 달걀 요리를 제공한다면 닭은 간접적인 참여로 충분하지만 돼지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SW 개발에 있어 관리자는 닭의 역할이며 개발에 참여하는 실무자는 돼지의 역할이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돼지가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함에도 한국 기업은 자주 이를 간과한다.

애자일 조직에서 실무 담당자의 역할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판단하고, 적합한 수단을 결정해 실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한다’는 목표 설정은 관리자의 역할이고,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기술과 기능을 선택하고 개발해 인도’하는 일은 실무자의 역할이다.

만일 관리자가 기술과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실무자는 기계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존재로 전락함을 명심해야 한다.

관리자의 권한위임은 관리계층을 없애자는 이야기로 오해되곤 한다. 애자일은 관리자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며 관리자가 핵심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애자일에서 관리자의 핵심 역할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조직의 목표와 업무 우선순위 결정이다. 관리자가 목표를 잘못 설정한다면 조직의 역량이 낭비된다. 관리자는 세부적인 의사결정은 실무단에 권한 위임하는 대신 목표의 설정, 평가, 조정, 전파에 집중해야 한다.



‘품질 개선 활동’은 피드백과 함께 애자일의 핵심이다. SW 개발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만드는 것이라면 품질 개선 활동은 ‘협업을 통해 높은 품질의 코드를 생산해 사용자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는 SW 개발의 근간이다. 이를 위해 개인과 조직은 ‘테스트 주도 개발’, ‘리팩토링’, ‘코드 리뷰’, ‘지속적 통합’을 습관처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품질 개선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너무 바쁘다’와 ‘효과적이지 않다’를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그를 고치느라 품질 개선을 하지 않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개발이 진행 중이라면 언제나 현재 시점의 복잡도가 가장 낮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과 코드가 늘어나므로 품질 개선 활동을 미룰수록 유지보수가 더 어려워진다. 그 결과 더 많은 버그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느라 더욱 바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만일 개발역량의 상당부분을 당연히 동작해야 하는 기능의 오류를 수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애자일의 품질 개선 활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품질 개선 활동이 효과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다.

품질 개선 활동은 특정 시간에만 수행하는 활동이 아니며 모든 개발 과정에 걸쳐 꾸준히 실천해 체화된 경험이어야 한다. 품질 개선 활동이 빠진 애자일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므로 품질 개선 활동이 일회성 활동이 되지 않도록 꾸준히 실천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애자일 도입 시 최고의 전략은 상향식과 하향식의 동시 진행이다. 동시 진행이 가능하단 의미는 품질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개선할 역량을 갖춘 실무자와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권한위임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실천력을 조직에 이식할 관리자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애자일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하나 이상의 결핍을 갖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애자일은 현재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개선을 이뤄나가는 것이므로 결핍이 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조직의 현황을 파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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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을 전파할 인력에게는 충분한 기회, 교육, 권한이 필수다.
개선점을 찾았음에도 권한 부재로 아무것도 실천할 수 없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날 것이며 회사는 최고의 인재를 잃게 된다.



조직 내에 애자일을 전파할 인력이 없는 경우라면 외부 전문가를 활용 또는 채용하거나 내부에서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의 활용과 채용 시 내부 인력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급진적인 변화와 외부 인력 수급은 내부 인력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신규 입사한 전문가가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개선점을 찾는 일은 기존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담당자를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혜를 모아 현재보다 더 나은 방식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신규 인력과 기존 인력의 상호 신뢰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상호 신뢰를 쌓는 첩경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므로 신규 입사한 전문가는 기존 조직의 일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함께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융합의 시간이 없다면 신규 인력과 기존 인력은 상호 반목하게 돼 조직문화는 애자일 도입 전보다 더 나빠지게 된다.

외부 채용 대신 내부 인력을 활용하기로 했다면 충분한 기회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안전하게 실패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만 내부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다. 개선에 필요한 충분한 권한도 필수이다. 개선점을 찾았음에도 권한의 부재로 아무것도 실천할 수 없다면 내부 전문가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날 것이며 회사는 최고의 인재를 잃게 된다.

끝으로 애자일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의 효과적인 협업이 가장 중요하기에 프로세스나 도구에 매몰돼 사람을 잊는 실수가 없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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