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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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리뷰/스마트기업⑨] 인텔
세계 1위 칩 제조사는 모바일이라는 큰 시장을 놓쳤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성장은 이들이 자신을 증명할 다음 기회를 주고 있다.
1997년 당시 인텔의 CEO 였던 앤디 그로브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주장을 처음으로 수용한 대기업이 됐다. 당시 저렴한 CPU를 만들던 경쟁사에 의해 인텔은 PC 시장의 일부를 잃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로브는 크리스텐슨을 초청, 임원들에게 과거 새로운 위협에 너무 늦게 대처했던 시장의 주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다. 몇 분기 후 인텔은 저가형 셀러론 칩을 내놓았고 이는 당시 인텔의 자리를 꿈꾸던 AMD 같은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 ‘혁신가의 딜레마’를 이겨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텔은 더 이상 적응의 사례연구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지난 10년 동안 칩 제조사에게 가장 큰 기회였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쓰이는 모바일 칩 시장에서 참패했다.
지난 4월 19일 1만2000명을 해고한 그들은 같은 날, 자사의 모바일 칩인 아톰 칩 중 몇몇의 개발을 수년 간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칩 제조사는 또다른 거대시장에 무관심한 듯 행동했다. 그 시장은 딥러닝으로 알려진 인공지능 기술을 위한 칩 시장이다.
한때 불확실했던 AI연구는 이제 가장 인기있는 기술분야가 됐다. 인터넷 대기업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와 음성을 이해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드론, 무인차, 그리고 다분히 과대평가된 용어인 ‘사물 인터넷’ 제품을 위해 딥러닝 칩이 디자인되고 있다. 이는 브라이언 크라니크 인텔 CEO가 회사의 미래가 빅데이터 센터와 사물 인터넷에 달려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인텔에게 특히 큰 위협일 것이다.
인텔은 딥러닝에 특화된 칩을 이제서야 처음 소개하고 있다. 제온 파이 병렬처리장치의 새로운 버전인 이 칩은 인텔의 대표적인 x86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병렬로 연결돼 작동한다. 그러나 이 칩이 실제로 여러 딥러닝 작업에 적합하다 해도 PC시장을 ‘인텔 인사이드’ 전략으로 사실상 독점했던 인텔은 이 새로운 칩과 함께 고객이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도구를 제공하는 데에는 크게 뒤처져 있다.
대규모의 딥러닝 하드웨어를 사용 중인 브라이언 카탄자로 바이두 선임연구원은 인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라이벌 엔비디아가 그런 도구를 잘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주도권을 일찍부터 잡고 있다고 말한다. 바이두는 딥러닝 하드웨어를 구축할 때 인텔보다 4배 더 많은 칩을 엔비디아에서 구매했다.
“인텔은 주요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디에 집중 하느냐에 따라서 말이지요. 인텔은 여러 분야에서 손을 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텔이 이 분야에 사업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카탄자로의 말이다.
지금까지 인텔이 입은 재정적 손해는 크지 않다. 시장 조사회사인 트랙티카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그리고 다른 클라우드 기업들은 올해 딥러닝 시스템을 위해 1억3300만 달러 어치의 칩을 살 전망이다. 이는 인텔의 지난해 매출 560억 달러에 비하면 매우 작은 값이다.
카탄자로는 인텔이 혁명적인 혁신을 약속하는 대신 자신의 칩이 여러 작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고, 또 시장이 성숙할 경우 새로운 칩을 만들어낼 기술역량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 인텔은 다른 AI 기술을 제외한 딥러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실제로 인텔의 경력자들은 과거 AI에 대한 열광과 침체를 보아왔다. 그들은 딥러닝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예전에 이미 이런 상황을 보았죠.” 니디 차펠 인텔 데이터 센터 그룹 머신 러닝 책임자의 말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에게는 딥러닝이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다. 클라우드 회사를 상대로 한 1분기 매출은 63% 증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주의 인텔 근처에 있는 엔비디아는 과거 PC 및 게임기 제조사에게 그래픽 처리 칩(GPUs)을 주로 팔았다.
그러다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그래픽 칩이 AI 관련 작업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이들은 초기 딥러닝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이제 엔비디아는 자동차 산업에서 제약과 금융에 이르기까지 3500여 개의 기업고객과 함께 일한다고 말한다.
엔비디아는 인텔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동안 수익을 올린 유일한 회사가 아니다. 퀄컴은 고객들이 자사의 모바일 칩으로 딥러닝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툴을 발표했다. 크누패스와 너바나 등의 스타트업 역시 보다 혁신적으로 디자인 된 딥러닝 칩을 내놓고 있다. 트랙티카는 이 시장이 2024년에는 3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NASA의 책임자였던 댄 골딘이 세운 크누패스는 지난 6월 헤르모사란 AI 칩을 헤르모사와 다른 칩 51만2000개를 연결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발표했다. 이들의 첫 버전은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의 예상치 못한 목소리(지붕이 열린 자동차에서 운전 중 라디오를 들으면서 목소리로 은행에 접속하는 것과 같은 상황)를 인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는 1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며 이는 기존의 칩 설계방식으로는 미래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가정에 의해 계산된 가치이다.
골딘은 “우리는 기계 지능과 기계 학습의 극초입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과거 서부 개척 시대라고 할 수 있지요. 황당한 일들이 일어날 겁니다” 라고 말했다.
시장의 구멍
페이스북, 구글, MS 등은 이미지의 내용을 분석하고 음성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신경망이라는 거대한 양의 데이터가 수천 개의 연결된 프로세서를 통과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결국 기계는 스스로 패턴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지난 1월 구글의 신경망은 바둑 게임에서 세계 최고수 중 한 명을 다섯 번 중 네 번 이겼다.
구글의 신경망과 프로그램에서도 인텔의 x86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은 디지털 가계부 이상의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인텔의 최고급 프로세서들이 회계 장부나 기업용 운영 프로그램을 돌리는 동안 딥러닝에 최적화된 칩들은 목소리 명령을 이해하거나 그림을 인식하는 것 같은 특별한 종류의 문제를 수백만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해결한다.
엔비디아의 GPU는 하나의 실리콘 조각 위에 수천 개의 작은 프로세서가 집적되어 있기 때문에 수천 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인텔의 프로세서는 복잡한 알고리즘에 적합한 몇 십 개의 프로세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은 자원의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딥러닝 칩은 모든 마이크로 작업을 관할할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픽 프로세서 코어는 이미지나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빠르고 적절하게 분류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두로 옮기기 전 엔비디아가 딥러닝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일을 도왔던 카탄자로는 제온 파이 병렬처리장치를 테스트했다. 그는 이 칩이 그래픽 프로세서에 비해 약 90%의 효율로 몇몇 딥러닝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회의적이다. 인텔은 신경망을 적용하고 다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았다. 그는 인텔이라면 딥 러닝 분야의 선도자들이 이 분야를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인텔은 제온 파이 칩을 응용프로그램을 잘 이해하는 대기업에 대량으로 파는 데 노력해왔다고 카탄자로는 말한다.
그는 “인텔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텔이 이 시장에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지난 5월 구글은 1년 이상 자신들이 만든 텐서 프로세서 유닛 이라는 칩을 사용해 왔다고 발표, AI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록 구글은 수십억 달러를 무인자동차 같은 ‘문 샷’ 프로젝트에 쏟아 붓고 있지만, 그들이 어렵고 고비용인 칩 제조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칩을 직접 만드는 게 ‘우리의 머신러닝 기반 프로그램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구글의 명예 하드웨어 엔지니어 놈 주피는 이메일에 썼다. 구글이 그들의 인프라에 인텔 프로세서를 계속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시장에서 사용되어온 것 이상이 필요했다"고 그는 말했다.
열기를 느끼다
인텔은 다른 종류의 유망한 딥러닝 시장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 자동차, 그리고 우리가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싶은 모든 기기 안에 들어갈 신경망을 통해 학습된 지능을 가진 칩이다. 최대 드론 제조기업인 DJI는 모디비우스가 제작한 ‘비주얼 프로세싱 유닛’을 자사의 팬텀4 모델에 적용했다.
이 칩은 팬텀의 카메라가 보는 장면을 처리해 미숙한 조종으로 지상에 충돌하는 것을 방지한다. 매우 적은 배터리를 소모하는데 이 역시 인텔의 전공분야가 아니다.
칩분야 리서치 회사인 티리아스리서치의 설립자 짐 멕그레고어는 이 칩들은 인텔을 유명하게 만든 시장에 비해 이익이 크지 않지만 스마트 MRI 장비, 생산 로봇, 감시 카메라 등에서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감질나는 시장은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언젠가 매년 천만 개가 팔리는 시장이 될 것이다. 모든 자동차가 각각 이런 칩을 여럿 채용한다면 이 시장만으로도 PC 시장과 맞먹을 수 있다.
인텔의 차펠은 이런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장을 넓게 보고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데 인텔의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AI 연구자들을 압박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신경망을 더 빠르게 훈련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 주 뒤가 아니라 바로 오늘 오후 이 일을 끝낼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그녀는 새로운 제온 파이 칩이 AI 연구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컴퓨터에서 훈련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디자인 할 수 있고 대형 서버망으로 확장하거나 클라우드 같은 거대한 스케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인텔은 이런 훈련 시스템에서부터 사물 인터넷을 위한 저전력 장비까지 모든 상황에 쓸 수 있는 칩을 만들 것이라고 차펠은 말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그래픽 프로세서나 딥러닝에만 특화된 칩이 상대적으로 범용이며 모든 용도에 쓰일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해 불리하게 될 것이다.
인텔이 가진 기술력과 생산능력은 인텔이 미래의 프로세서에 추가비용 없이 딥 러닝 회로를 넣을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인텔이 드론에 필요한 신경망을 관리할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들을 만들 수 있다면 훨씬 많은 회사들이 딥러닝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고객들은 인텔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텔이 PC 산업을 독점하게 만들어준 비법이다. 심지어 지금도 인텔을 배제하고 있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 번 확인했을 때 인텔은 은행에 150억 달러를 가지고 있었고 그 사람들이 멍청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레미 엘-우아잔 모비디우스 CEO의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그들이 열의를 가진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0호(2016년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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