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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린 하드웨어 생산기지 ‘3D프린터’

2016-08-23강민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

 

 3D프린팅 양산 체계를 갖춘 오픈크리에이터즈 ‘폴리팜’


글 = 강민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

 

3D프린터와 오픈소스 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시제품을 구현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해 양산이라는 꽃을 피우는 일련의 과정은 하드웨어(HW) 스타트업에게는 나름의 정석이 됐다. 소프트웨어(SW) 기반의 스타트업 못지않게 HW 스타트업도 ‘린(Lean)’ 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변에 수많은 HW 스타트업이 생겼다. 사물인터넷(IoT), 드론, 3D프린터,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키워드들로 정부의 지원책도 쏟아져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겠다는 HW 전문 액셀러레이터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HW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양산이라는 문턱을 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양산이라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넘지 못해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필자도 양산 단계에서 문제를 경험했다. 2012년부터 보급형 3D프린터를 개발하고 제작.판매하는 HW 스타트업 ‘오픈크리에이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말한 나름의 정석대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약 8개월간의 양산형 3D프린터 개발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양산 견적을 받아보기 직전까지 말이다.

양산 비용 스타트업에게 큰 부담

받아본 최종 양산 견적은 부품 원가만 고려했을 때 연간 5000대 이상을 판매해야 손익분기를 넘을 수 있었다. 또 원가 외에 부품들을 쌓아놓을 창고와 생산, 마케팅, 판매 인력 비용, 유통사 중간 마진과 애프터서비스 비용도 들어갔다. 모든 것들을 계산했을 때는 적어도 1만 대에서 1만5000대를 판매해야 했다.

적은 인력과 부족한 자본으로 양산 비용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혹여나 크라우드 펀딩과 후속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다음을 준비하지는 못했기에 이 프로젝트는 6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픈크리에이터즈는 3D프린터로 다시 한 번 양산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3D프린터는 ‘렙랩(REPRAP)’이라는 오픈소스 HW 프로젝트 덕분에 대중화될 수 있었다. ‘자기복제 가능한 3D프린터’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2009년 원천특허가 풀린 FDM(Fused Deposition Modelling) 방식의 프린터를 누구나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했다.

프로젝트는 적정기술의 성격도 갖고 있다. 렙랩 프로젝트의 초기 3D프린터 모델 대부분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속 봉재나 아크릴 커팅 부품으로 제작됐다. 이를 연결해주는 파트들은 모두 3D프린터로 출력됐다. 3D프린터로 저렴하게 제작된 부품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양산품을 대체한 것이다.

우리도 3D프린터를 생산 서비스에 활용하기로 했다. 보급용 3D프린터로 제작된 부품은 아직 양산된 제품에 비해 표면조도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사출된 제품을 완벽히 대체하기는 힘든 것이다.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한 생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HW 스타트업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재고로 쌓여있던 100여 대의 3D프린터를 생산 서비스를 위한 장비로 재구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3D프린터로 극소량 양산해주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HW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었다.
 

 헬로긱스의 어린이 코딩용 교구재


헬로 긱스는 어린이 코딩용 교구재를 만드는 HW 스타트업이다. 레고처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메인보드와 센서들을 스크래치라는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의 코딩 SW를 통해 아이들도 쉽게 움직이는 물건을 제어해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움직이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체결부나 구조물을 카드보드나 종이컵, 나무판을 잘라서 사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3D프린팅된 부품을 도입함으로써 조금 더 완성도 있고 확장 가능한 키트를 구성할 수 있었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유징은 자동차 스마트키와 휴대폰 케이스를 일체형으로 제작하는 HW 스타트업이다. 일체형 케이스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동차 스마트키를 분리해 그에 꼭 맞는 케이스에 담아줘야 한다.

이때 차종마다 회로부의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양산을 하기에는 부품의 종류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체 보유하고 있는 3D프린터 6대로 생산을 했다. 하지만 주문 수량이 많아지면서 소수의 프린터로 감당할 수 없어 3D프린터 양산 서비스를 이용했다.

작아지는 공장…누구나 생산하는 시대

소비자의 니즈는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며 변화주기가 짧아진다. 그리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는 제품을 만들어 주는 공장이 계속 작아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작아진다는 의미는 생산할 때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누구나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3D프린터라는 이름이 없었을 때는 3D프린터와 같은 이런 기기와 방식을 통틀어 적층 가공 생산을 의미하는 AM(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 불렀다. 특히 M, 즉 매뉴팩처링은 ‘기계를 사용해 대량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계(Rapid Prototyping Machine)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AM이라는 단어보다는 3D프린터나 RP머신과 같은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대량생산 시대의 수요와 그 수요를 감당할 만한 생산성(기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층가공 기술이 제조 산업의 한 부분을 감당할 만큼
다품종 소량생산이나 맞춤형 생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장비의 생산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적층가공 기술이 제조(manufacturing) 산업의 한 부분을 감당할 만큼 다품종 소량생산이나 맞춤형 생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장비의 생산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오픈크리에이터즈는 이러한 세상의 변화와 가능성을 3D프린터라는 도구를 앞세워 어쩌면 세상의 표준이 될지도 모를 3D프린팅 양산의 표준을 만들고자 ‘폴리팜(Poly Farm)’이라는 작은 공장을 시작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0호(2016년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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