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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흥미 따라 반 나누고 교실 없는 대학까지

2016-08-20박서기 박서기IT혁신연구소 소장

 

 스타트업 학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알트스쿨은 나이나 학년이 아닌, 흥미와 특성에 따라 학생들의 반을 구분한다.

 

글 = 박서기 박서기IT혁신연구소 소장

해외 에듀테크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주로 MOOC 등 온라인 서비스를 거론하곤 한다.

하지만 MOOC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공을 거둔 에듀테크 회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전통적인 에듀테크의 범위를 벗어나 학교 교육 자체를 혁신하기 위해 학교를 새로 설립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에듀테크 새 모델 ‘스타트업 학교’

에듀테크의 성공사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많이 알려진 것처럼 온라인 중심의 획기적인 교육 서비스 혹은 교육 플랫폼이고, 다른 하나는 스타트업 학교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교육 서비스 제공이 지금까지 주목받았던 에듀테크의 대부분이라면, 앞으로는 학교 교육 자체의 혁신도 에듀테크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을 거부한 새로운 학교 모델을 내건 스타트업 학교는 최근 들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학교 앞에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스타트업 학교 역시 혁신을 앞세운 벤처기업이다. 또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벤처캐피털로부터 대규모 투자도 이끌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학교로는 알트스쿨(Alt School),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 칸랩스쿨(Khan Lab School)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미국의 스타트업 학교들이다.

이중 알트스쿨은 스타트업 학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구글 임원 출신이자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맥스 벤틸라가 2013년 설립했다.

알트스쿨은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니는 학교다. 무엇보다 ‘데이터 수집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학교라는 점이 특징이다. 알트스쿨은 학생들의 나이나 학년에 따라 반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반을 구분한다. 개인의 학습 동기에 맞춰 반을 운영할 경우 학습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알트스쿨은 전통적인 학교보다 교실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갠 ‘마이크로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알트스쿨에서는 교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에게 알맞은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교사와 학부모가 공통된 디지털 플랫폼에 피드백을 남기면서 상호 소통을 이어간다.

알트스쿨의 매일 스케줄은 9시부터 15분간의 아침 미팅으로 시작한다. 이어 9시 15분부터 11시 30분까지 수학, 과학, 언어, 예술 등 핵심 과목에 대한 학습시간이 제공된다. 이어 오후 1시 30분까지 점심 겸 놀이시간이 제공된다.

또 오후 3시까지 개인 혹은 교실 단위의 프로젝트 학습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6시까지 외국어, 음악, 체조, 코딩 등 공통 과목 학습이 이뤄진다.

등록금은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난다. 한 달 등록금은 저학년의 경우 2625~3045달러, 고학년의 경우 2675~3150달러가량이다. 알트스쿨은 10개월 단위로 운영되는데, 1년에 최소 3만 달러 가량의 등록금이 필요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금액은 샌프란시스코 사립학교에 비해 10~15% 가량 저렴한 금액이라고 한다.

알트스쿨은 2014년 3300만 달러의 시리즈A 펀딩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5월엔 무려 1억 달러에 달하는 시리즈B 펀딩을 완료했다. 지난 3월 추가로 펀딩을 받았지만 펀딩 금액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15년 시리즈B 펀딩에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설립한 저커버그 에듀케이션 벤처스(Zuckerberg Education Ventures)가 참여해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팔로알토, 뉴욕시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가을학기에 시카고에도 학교를 오픈할 예정이다.

알트스쿨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통합한 학교라면 미네르바스쿨은 인가받은 정식 대학이다.

2012년 설립돼 2014년부터 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2015년 입학생 수는 고작 111명에 불과했지만 입학원서를 제출한 학생은 무려 1만1000명에 달해 약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식 대학 인가를 받은 만큼 미네르바스쿨을 졸업하면 학위를 받는다. 미네르바스쿨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강의실이 없다는 점이다. 교수와 20명 이하의 학생이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모든 학생은 4년 내내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다. 수업 방식은 일종의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이다.

학생들은 강의 전에 해당 강의 주제에 대한 공부한 후 온라인에 모여 토론을 진행한다. 교수는 이들을 돕는 협력자 역할을 한다. 미네르바스쿨의 인터넷 강의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영상회의용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교수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 외에는 나머지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없지만 미네르바스쿨 수업 중에는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의 의견이 표시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또 수업 중에 발표량이 적은 학생은 화면에 표시가 이뤄지는 만큼 교수는 해당 학생들에게 추가로 의견을 묻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학생들의 수업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학생들은 모두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한다. 4년 과정 중 첫 해는 샌프란시스코 기숙사에서 머물고, 이후 나머지 3년 동안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방갈로, 이스탄불, 런던 등 6개 도시에서 생활하게 된다. 4년 동안 7개국 7개 도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간 등록금은 1만 달러다.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방, 보험, 책 구매 등 다양한 비용 등을 위해 1인당 연간 1만7950달러가량 추가로 지출된다고 학교 측은 설명하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은 연간 1만 달러의 등록금이 미국 사립대학 등록금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은 설립 초기에 벤치마크캐피털로부터 2500만 달러 시드펀딩을 받았고, 2014년에 중국의 3개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700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칸랩스쿨의 수업은 학생들 간 협업을 중심으로 하며,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진다.


무료 온라인 강의로 유명한 칸아카데미가 설립한 칸랩스쿨은 미국의 5~12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다.

칸랩스쿨은 칸아카데미의 교육 철학, 즉 ‘개인 맞춤형 학습’을 오프라인 학교 현장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커리큘럼이 없고, 진도 중심의 일방적인 강의도 없다. 수업은 학생들 간 협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곤 한다.

칸랩스쿨이 이처럼 개인 맞춤형 학습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은 각자 배우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학습을 진행하면, 학생들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칸랩스쿨은 성별, 종교, 국적, 경제 수준 등에 상관하지 않고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칸랩스쿨의 1년 등록금은 5세 대상의 로어스쿨의 경우 2만3000달러, 6~12세 대상의 미들 스쿨과 어퍼 스쿨의 경우 2만5000달러에 달한다.

8개 스타트업 1억 달러 이상 투자받아

벤처캐피털 정보사이트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듀테크 회사들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29억8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특히 지난해 4월엔 링크드인이 에듀테크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린다닷컴(Lynda.com)을 무려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에듀테크 회사의 가장 큰 엑시트(exit)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벤처 펀딩 전문사이트인 인베스토피디아는 올해 초 펀딩 규모를 중심으로 2016년 주목할 만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10선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플루럴사이트(Pluralsight)다. 이 회사는 전문가 주도형 온라인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플루럴사이트는 지금까지 무려 1억625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두 번째는 2011년 설립된 유다시티(Udacity)로 지금까지 총 1억600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스탠퍼드대 교수들이 만든 온라인 교육 서비스로, 초창기 대학 강의 유형의 코스를 제공하다 지금은 iOS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테크 창업가 등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1억3300만 달러를 펀딩 받은 알트스쿨이다. 주목받는 에듀테크 10선 중 유일하게 스타트업 학교로 분류되는 곳이다.

네 번째는 MOOC로 잘 알려진 코세라(Coursera)다. 2012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총 1억460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코세라는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인증서 발급은 유료로 진행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개인맞춤형 학습 플랫폼을 제공하는 뉴튼(Knewton)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총 1억475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여섯 번째는 코딩, 설계, 디지털 마케팅 관련 온라인 교육과 캠퍼스 교육을 제공하는 제너럴어셈블리(General Assembly)다. 현재 4개 대륙의 15개 캠퍼스에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1억193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일곱 번째는 온라인 비디오 관리, 생성, 협업을 위한 오픈소스 비디오 플랫폼을 제공하는 칼투라(Kaltura)다. 2006년에 설립된 칼투라는 지금까지 총 1억151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여덟 번째는 다양한 온라인 강좌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유데미(Udemy)다. 프로그래밍에서부터 요가에 이르기까지 3만5000개 이상의 코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학생 수는 900만 명을 넘겼다. 유데미는 총 1억130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아홉 번째는 소셜 러닝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에드모도(Edmodo)다. 교사들이 학생, 동료, 학부모들과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2008년에 설립된 에드모도는 지금까지 총 875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마지막으로 어학 교육 플랫폼인 듀오링고(Duolingo)가 꼽혔다.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으로 어학을 배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모든 어학 코스는 무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된 듀오링고는 지금까지 총 8330만 달러를 펀딩받았다.

한국, MOOC 활성화부터 시급

이처럼 에듀테크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전통적인 에듀테크 시장조차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스타트업 학교는 언감생심 꿈조차 꾸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발전하려면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 ‘평등한 교육 기회’라는 에듀테크의 본질적 목표가 가장 잘 구현된 MOOC 서비스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MOOC 서비스를 통해 대학의 고급 강좌를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하면 개인 맞춤형 교육, 평등한 교육 기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대학 강의가 아닌 다른 강의 영역에서 에듀테크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에듀테크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숙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0호(2016년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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