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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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스크 스내커와 청소의 종말
글 = 이혜진 더 밈(The MEME) 대표
청소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세탁과 함께 집안일 중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이다. 흐트러진 물건들을 제 위치에 놓는 것을 시작으로 바닥과 각종 물건의 먼지와 오염을 제거하는 것은 힘도 들지만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지루한 과정이다. 미국 사람들도 집안일 중 가장 싫어하는 일 1위로 청소를 꼽는다.
이를 반영하듯 홈 클리닝 글로벌 청소시장은 약 400조원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 같은 시장성을 겨냥한 홈 클리닝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얼마전 아쉽게 사업을 접은 홈조이(Homejoy)가 대표적인 사례고, 보스턴의 밴틀리대학 출신이 집을 더 세분화 해 거실, 화장실, 부엌 등 원하는 곳만 청소할 수 있도록 한 집(Zyp)이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집(Zyp)은 창업자가 대학 시절 여러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면서 겪은 불편함을 서비스로 만든 것이다. 그는 4명의 룸메이트가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각기 돌아가며 화장실 청소와 부엌청소를 하기로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늘 더러운 욕실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한 것.
이 서비스는 거실은 20달러, 부엌은 35달러, 화장실은 25달러의 요금을 받고 있다. 식기세척기가 아닌 손으로 씻어야 하는 그릇들이 부엌에 있으면 10달러의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집 청소는 순수하게 ‘청소’만 포함돼 있고 부엌 싱크대에 있을 법한 냄비, 팬, 그릇류와 수저 등은 청소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청소하기로 한 시간이 좀 남았다고 셔츠까지 다려주고 가시는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의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생산성 중심으로의 가치 변환
한동안 디지털 제품의 폭발적인 출시로 모든 제품들은 사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경쟁했고 멀티 플랫폼을 통한 멀티 태스킹이 일반화됐다. 특히 201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걸쳐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한 이같은 행동 패턴은 각종 테크놀로지 지식으로 무장한 얼리 어댑터에 의해 수용돼 일반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는 글로벌 앙트러프르너십과 스타트업 문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서 업무의 효율과 생산성을 점차 중요시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번에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은 대부분 실제 행동을 하면서 얻게 되는 가치보다 그 순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느낌을 통해 만족감의 가치를 더하는 경우가 많다.
1~2분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PC에 필요한 파일을 내려 받는 동안 부엌의 조리대를 닦는다든지, 전자 레인지에서 음식이 데워지는 동안 이메일에 답장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다. 사람들은 이 같은 행동을 통해 뭔가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적시적소에 작은 규모로 짧은 시간 동안 ‘생산성’을 높인다는 느낌과 만족감을 주는 청소 기기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태스크 스내커(Task-snacker)’다. 태스크 스내커란 일을 하면서 스낵을 즐기는 즉, 목표로 하는 일을 수행하면서 그 일과 특별한 연관이 없는 일들을 함께 진행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이른 아침 회사에 출근하면서 로봇 청소기가 다른 방들을 청소 하도록 조치 설정해 놓는다든지, 집에 돌아올 때쯤 빨래가 끝날 수 있도록 세팅을 해 놓고 집을 나서는 행동이 습관화되어있다.
태스크 스내커의 증가에 힘입어서인지 미국의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약 2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가 로봇 청소기가 속속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고 이와 함께 지능이 높은 청소기, 예를 들면 실내 공간의 지도를 그리는 기능이 탑재 되어있거나 여러가지 기구를 코디네이트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청소기 등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신제품의 출시는 로봇 청소기의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
청소는 누구의 일인가?
미국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여러가지 집안 일중 여성에 비해 남성의 노동시간이 늘어난 분야는 부엌에서 하는 일이었다. 청소관련 일은 조금씩 남성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세대, 사회,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 부분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에는 각종 진공 청소기에 강한 디자인을 적용해 출시했다. 남성 소비자를 겨냥한 ‘남성다운’ 색상을 포함, 밝고 강한 컬러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청소가 잘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품의 일부에 투명한 소재를 사용했다.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가족 구성원이 청소라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냥 청소기 같은 장난감의 개념을 뛰어넘어 자동차처럼 타고 다니면서 청소를 할 수 있는 청소기기의 컨셉이 등장했을 뿐 아니라 청소기기와 도구에 흥미로운 요소를 더해 청소의 과정을 좀 더 재미있는 경험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됐다. 또한 청소 기기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동적인 청소기기에서 대화가 가능한 능동적이고 협력적인 기기를 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또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확대 될 전망이다.
보조 기구와의 통합
청소와 관련한 디지털 기기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청소 도우미 로봇이다. 모든 청소 과정을 수동으로 조작했던 과거의 청소 과정과는 다르게 팔이 잘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자유자재로 청소할 수 있는 도우미 로봇 팔이 있다. 유연하고 능숙한 청소기를 이용하면 그동안 청소가 불가능했던 부분의 청소까지 가능하다. 더구나 먼지센서가 달려있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청소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3차원 움직임이 가능해 틈새, 긴 원통형의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청소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청소기기
태스크 스내커들의 요구로 인해 청소에 관한 기구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고 행동과 환경의 맥락에 맞는 곳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벽걸이 세탁기의 경우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혼자 살거나,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각자의 빨래를 할 수 있는 소규모의 세탁기가 등장했다. 세탁기를 놓는 위치도 옷을 갈아입는 행동을 하는 옷장이나 욕실이 제안되고 있다.
이러한 추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부엌처럼 벽걸이 세탁기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욕실이나 옷장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트렌드는 청소 기기의 기능을 아예 분리하기도 한다. 건물 전체의 공조 시스템과 연결해 제품으로서가 아니고 환경의 일부로 청소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다양한 공간에서 부분 청소가 필요하면 어디서나 쉽게 청소할 수 있다. 콘센트가 방마다 설치돼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 재료를 이용한 오염방지
먼지와 오염을 수동적으로 없애는 것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능동적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 재료를 사용하여 오염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하이드로포빅 나노파이버를 통한 오염 방지, 구리 성분을 스며들게 하는 방법, 폴리머를 사용한 세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방법들은 박테리아나 오염을 방지하고 습기를 막으며 세균을 죽이고 곰팡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면서 청결함을 유지한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거나 자연 치유(Self-healing)를 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청결 노력을 최소한만 기울이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고 하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건축공간에 박테리아를 스며들게 하는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 표면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0년 또는 20년 뒤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미국 필라델피아주의 드렉셀대학(Drexel University)의 디자인 퓨처랩에서 지금 한창 연구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생산기술(Digital Fabrication), 마이크로 프로세싱, 비디오 프로젝션, 게이밍 등의 기술이 모두 이용된다고 한다.
생물학적 감지(Bio-detecting) 기술을 이용해 키친 표면을 분석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에서 적용하는 기술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테리아가 오염물질로 이동하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 손질하고 있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농약, 병원균, 알레르기 유발 물질, 박테리아 등이 잔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키친 디텍터는 조리대에서 몸에 해로운 물질을 발견하면 각기 다른 컬러를 이용하여 쉽게 조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다양한 청소 방법들이 각종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뒤에도 청소는 집안일 중 가장 꺼려하는 일로 남아있을까? 미래에 우리가 청소를 하는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우리는 미래에도 청소를 할까?
홈런을 위한 훈련
● 드론을 이용해 집안을 청소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자.
● 로봇 청소기로 선택된 공간을 청소하는 스케줄을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사용자와 청소기가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앞으로는 청소를 직접 하는 행동에서 청소를 지시하는 행동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어떤 내용의 ‘지시’가 가능할지 구체적인 청소의 과정을 예를 들어 아이디어를 제안해보자.
이혜진 대표는
해외에서 글로벌 디자인 전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인 이혜진 대표는 서울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 디자인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더 밈은 미국 보스톤에서 2006년 창업한 경험 디자인 전략 컨설팅 회사다. IT분야의 기술이해와 사용자 연구,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많은 선행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할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 "경험"임을 강조한다. 디자이너, 건축가, 심리학자, 인류학자, 컴퓨터 공학자, 인간 환경의 관계 연구자,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구성된 탄탄함 팀?을 통해 디자인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영역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0호(2016년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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