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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창조적 지식 감소다”
2016-07-18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맬서스는 경제학의 역사에서 지대론, 일반적 과잉생산론, 지배노동 가치론 등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상가였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경제 사상가가 아니라 인구 사상가로 더 유명하다.
그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은 초판을 포함해서 4회의 개정판을 냈는데, 이 가운데 인구증가의 법칙을 선언한 1798년 초판과 이를 방대한 자료로 입증한 1803년 2판의 내용이 주로 거론되어 왔다.
인구론이 출판됐던 시기는 근대 자연과학이 발전하고 계몽주의 철학이 초석을 다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지식인들은 인류의 진보 가능성에 대해 낙관론 일색이었다. 인구론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초판의 부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그 책은 당시 낙관론의 대표 주자였던 고드윈(Godwin)과 콩도르세(Condorcet)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가 말한 자연의 법칙은 뉴턴이 행성과 물체의 세계에서 그렸던 조화로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겉잡기 힘든 인구 증식과 식량 자원의 부족 속에서 만나게 되는 빈곤과 기아의 세계였다.
토지와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끝없이 생식 본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그 참상은 우연이 아니라 일종의 필연(必然)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맬서스의 주장에 더욱 경악했다.
훗날 생물종의 다양성을 설명할 원리를 연구하던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자연 선택의 원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자연 법칙은 부적합한 종은 무자비하게 절멸시키고 적합한 종은 활발히 번식하도록 한다. 창조론과 대립 관계에 있는 진화론이 오히려 성직자였던 맬서스의 사상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어쨌든 이후 한동안 맬서스의 사상은 잊혀졌다. 동시대에 그와 정반대의 입장에서 논쟁을 벌였던 리카아도가 승리하면서 적자(嫡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물의 가치가 거기에 투하된 노동(embodied labour)의 양이 아니라 교환되는 상대 생산물의 노동량, 즉 지배 노동(commanded labour)의 양이라는 그의 생각은 훗날 효용가치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일반적 과잉생산이 불가피하다는 케인즈의 이론을 통해 되살아났다.
인구의 비정한 자연 법칙
또한 1970년대에 로마클럽(Club of Rome)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Limit to Growth)’는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채굴을 멈추지 않으면 머지않아 자원이 고갈되고 경제성장이 정지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내렸다. 이것은 맬서스 식 비극의 재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맬서스는 본의 아니게 오늘날 환경론자들에게도 적지 않게 자양분을 제공한 셈이다. 물론 이는 환경론자들이 맬서스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와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도 맬서스의 사상은 2차 대전 이후 저개발국에서 산아제한 정책의 이론적 기반으로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든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에 익숙할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한 집에 5명 이상 자녀는 흔한 모습이었다. 전통적으로 농경에 의지해 왔던 경제에서 자녀의 수는 곧 노동력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 산아제한 포스터) |
하지만 농업과 산업의 생산력이 부족했던 시절에 많은 인구는 가난을 피할 길이 없었다. 정부가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가족계획을 펼친 이후,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은 1970년대에 4.5명, 1980년대 2.8명으로 하락했다.
1994년에 산아제한 정책은 사라졌지만, 출산율 하락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2010년대 접어들어 출산율은 2명 이하인 1.8명 내외를 유지하다가 2015년에는 그 수치가 1.25명으로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절대 인구의 감소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왔고, 심지어 이 추세로 나가면 2700년경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편, 산아제한론자들의 입장과 다소 모순되기는 하지만 맬서스 자신은 인구론 개정판에서 금욕은 신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며 피임을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인구 증가와 식량 생산 사이의 불균형
여하튼 저개발국에서 인구증가에 대한 공포는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것이다. 맬서스는 그런 공포에 근거가 있음을 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이것은 독법의 문제였다. 초판에서 인구는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로 증가한다는 주장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논리적 엄밀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인구와 식량이 기하급수와 산술급수의 방식을 따르는가를 놓고 따지기 시작하면, 맬서스의 그 주장은 이내 반박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날 맬서스 연구자들은, 그의 이 주장이 인구와 식량 증가의 절대적인 수량 법칙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 힘의 상대적인 크기를 비교하려는 취지로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즉, 맬서스는 인구가 증대하려는 힘이 식량 생산이 증가하려는 힘보다 크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인류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하나는 이성 간의 성욕은 필연이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생존을 위해서는 식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둘 사이의 힘이 서로 조화하지 않는다는 사실, 즉 토지가 인간을 위해 식량을 생산하는 힘보다 인구가 스스로 증식하는 힘이 더 크다는 데에서 나온다.
이렇게 양자가 서로 맞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는 반드시 다른 하나와 일치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자연법칙이 작용한다.
즉 인구는 절대로 자연의 생산력 제약 이상으로 늘어날 수 없다는 것이 맬서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맬서스는 결코 공포의 예언자가 아니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아귀다툼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수정 구슬 같은 것은 맬서스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의 초점은 인구의 증식력은 반드시 또 다른 거대한 힘에 의해 억제 당한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데 있었다. 그 억제력은 자원의 획득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출산율을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인위적인 노력을 포함하여, 기아나 질병과 같은 자연의 작용이나 최악의 경우에 자원을 탈취하려는 전쟁처럼 사망률을 높이는 적극적인 힘의 형태로 나타난다.
앞의 것을 예방적 억제력(preventive check)이라 불렀고, 뒤의 것을 적극적 억제력(positive check)이라고 불렀다.
흔히 농업혁명과 기술발전으로 맬서스의 비관적인 예언이 빗나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가 목사이기는 했지만 결코 예언가는 아니었으니 예언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만 맬서스가 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의미를 자신의 직업에 맞추어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는 했다. 적극적 억제력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한결 같이 불행과 죄악인데, 이야말로 신이 인구법칙을 통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구법칙이야말로 사람이 나태와 탐욕에 빠지지 않고, 정신을 깨우치며 근면한 삶을 살도록 이끄는 일종의 작용이었다. 사람들은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토지를 더욱 더 경작하도록 자극을 받는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선과 아름다움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의 제약이 인구의 증대력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하기만 하면, 인구는 그만큼 늘어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당시 신대륙이었던 미국은 그 광활한 국토 때문에 사람들이기꺼이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려 했다. 그래서 북미지역 인구가 25년마다 2배가 될 수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인구절벽’ 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
한국 경제의 위기론 가운데 인구 감소설이 있다. 이 설은 2020년대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인구 절벽(population cliff)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구 절벽이란 주력 소비연령층인 40~50대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식 시장의 변동을 주로 인구 변화 요인으로 설명했던 해리 덴트(Harry Dent)가 제안한 용어다.
인구 감소가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는 우려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생산이 아니라 소비 측면에 두었을 때 불가피한 면이 있다. 부동산 수요와 소비 지출의 감소를 우려하며, 소비 진작책을 경제 회복의 중심에 두는 정책은 한결같이 그런 사고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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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다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인구 감소는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지금 청년들은 왜 이른 나이에 결혼하지 못하는가?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ry Stanley Becker, 1930~2014)는 사람들이 결혼하고 출산을 하려는 동기는 분명히 경제적 편익과 비용에 대한 기대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런 의미에서 베커는 맬서스의 인구 사상을 충실히 계승했다. 많은 청년들이 미래에 자녀를 부양할 자원을 획득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기대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 포기라는 예방적 억제력이 발동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서 예상되는 고통과 비용을 포기하는 대신 개인의 삶에서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에 자족하게 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소위 3포 세대와 나홀로족이 늘어나는 현상은 어떻게 보면 인구의 자연법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이미 결혼한 부부가 아기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1970년대 이후 개발경제와 고성장 시대에 고용을 급속히 늘렸던 것과 같은 현상은 다시 도래하기 힘들다. 비정규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과거에 사람들이 행했던 많은 일들을 컴퓨터가 맡아서 처리하는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편 많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수록 인구 고령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득 창출 기회가 부족한 청년은 노년층이 저축해 놓은 자산에 계속 의존하게 되고, 생산 없이 오직 소비하기만 하는 노년층은 청장년층의 미래 소득 일부를 연금의 형태로 끝없이 갉아먹게 된다.

경제 문제의 해법을 주로 소비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면, 이 갈등은 해결할 길이 없다. 출산율 감소는 불가피하다. 저성장 역시 불가피하다.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노동 시장의 구조는 이미 통째로 바뀌었다. 이제 기업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지식’을 찾는다.
토지의 생산력이 인구의 증식력을 제약한다는 맬서스의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오늘날 그 토지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흙이 토지인가?
지금은 지식이 과거 토지의 역할을 점점 대신해 가고 있다. 정신적 토양이라는 말은 결코 비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이 되었다. 심지어 작물 생산조차도 이제 예전처럼 제한된 토지의 신비한 생산력에만 의존하던 시대를 벗어나 생화학 지식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은 단지 부동산이 많다고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얼마나 탁월한 지식을 갖춘 인력들로 하여금 일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 놓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다.
정말로 우려할 일은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식 감소다. 아무리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다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그런 인구 감소는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어디서나 고용되거나 스스로를 고용하면서, 끝없이 소득을 창출할 것이다.
반대로 증가한 인구의 상당수가 평범하고 낡은 지식만 지닌 채 오직 과거의 사업만을 반복하고 소비를 통해서 일상을 영위하는 데에만 주력한다면, 그들은 당장 고용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득을 창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소비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 경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자연은 생산력의 제약 하에 ‘잉여’를 결코 남겨두지 않는다. 이 현실이 무자비해 보일지 모르지만, 맬서스나 다윈은 이 현실을 ‘필연(necessity)’으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원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슘페터는 20세기를 배경으로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야말로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구가 이렇듯 감소하는 상황에서 창조적 다수(creative majority) 육성에 주력하지 않는 한, 경제의 몰락은 필연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21세기판 맬서스의 메시지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 |
1766년에 영국 남부 서리(Surrey)의 길퍼드(Guilford) 시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발음 장애가 있었지만 강한 학습열과 의지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지저스 칼리지에서 라틴어와 영어 낭독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1789년에는 성직자 서품을 받아 목사가 되었고, 서리 주 워튼(Wotton)의 교구장이 됐다. 주요 저서로 ‘정치경제학의 원리(1870)’와 ‘인구론’, 그리고 동시대의 경제사상가 리카아도와 논쟁을 벌인 ‘서한집’이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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