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구글 I/O 리뷰

2016-06-08최호섭 디지털 컬럼니스트

지난 5월18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에서는 구글I/O가 열렸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 개발자 행사는 마치 록밴드들과 그 팬들이 모이는 록페스티벌을 연상시킬 만큼 흥겨운 분위기에서 열렸다. 10번째 열리는 개발자 회의로, 구글I/O라는 이름을 가진 건 올해로 9째이다.

그 동안 이 행사를 통해 구글은 지도, 클라우드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크롬 등 대부분의 기술과 서비스를 발표했고, 이제는 다음 한 해를 책임질 기술들을 공유하는 자리로 성장하고 있다.

구글 I/O 현장 사진(1)

(구글 I/O 현장 사진(1))


인공지능과 기존 서비스의 결합

많은 사람들이 이번 구글I/O의 중심 주제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글은 머신러닝 도구인 텐서플로를 공개하고,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바둑 대결을 여는 등 연일 머신러닝과 관련된 이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의 화법은 기대와 조금 달랐다. 머신러닝에 대해 기술적인 접근이나 업데이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 가지 있다면 텐서플로에 최적화된 머신러닝 전용 프로세서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해서 데이터센터를 꾸렸다는 것 정도다. 돌아보면 이 TPU만 해도 작지 않은 사건인데, 순다 피차이
CEO는 “사실은 알파고에도 이 TPU가 들어갔다”는 정도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넘어갔다.


구글 I/O 현장 사진(2)

 

 

 

(구글 I/O 현장 사진(2))


TPU는 인텔의 CPU나 엔비디아의 GPU 등 범용적으로 쓰는 칩이 아니라 구글이 용도에 맞춰 설계한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형태의 칩이다. 상세한 구조는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고, 하반기에 이 칩과 머신러닝과 관련된 내용이 업데이트된 논문이 별도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 TPU로 인해 구글은 머신러닝과 관련된 기본 엔진과 이에 특화된 전용 데이터센터를 갖게 됐다. 우리가 당장 구글I/O 이후 피부로 느끼게 될 변화라면 구글이 이 TPU를 적용한 텐서플로 머신러닝 솔루션을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컴퓨터 엔진을 통해서 서비스할 것이라는 것이다.

구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텐서플로는 머신러닝을 위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된 도구인데, 그 동안은 이 서비스를 올릴 서버 자원을 직접 마련해야 했다. 구글은 개인용 PC부터, 데이터센터, 심지어 스마트폰에도 텐서플로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글이 직접 클라우드 형태의 서비스로 공급할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TPU의 등장과 함께 텐서플로의 머신러닝 모델링만 할 수 있다면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곧바로 쓸 수 있게 된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든 알파고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글은 점점 더 머신러닝과 관련된 기술들을 개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가장 빠르게 시장을 집어삼켜가고 있다.


구글 I/O 현장 사진(3)

 

 

(구글 I/O 현장 사진(3))


머신러닝, 어디에 쓸꼬…

결국 이 머신러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고 있다. 구글도 지금 단계에서 머신러닝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더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머신러닝과 우리 일상이 접목되면 어떤 그림이 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을 또 하나 꺼내 놓긴 했다. 바로 메시징 서비스인 ‘알로(allo)’다.

구글은 벌써 메시지 앱을 몇 개나 내놓은 바 있다. 문자메시지 앱은 몇 번이나 판올림을 했고, 구글메시지는 행아웃으로 통합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에서도 다시 행아웃을 슬쩍 내려놓고, 메시지 앱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알로를 위한 대비였던 것으로 보인다. 알로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말귀를 알아먹는 메신저’라고 할 수 있다.



구글 I/O 현장 사진(4)

 

 

(구글 I/O 현장 사진(4))


구글I/O에서 발표된 서비스 중 하나는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였다. 이는 문장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고, 전체적인 문맥의 흐름까지 이해하는 언어 관련 도구다. 구글은 이미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구글 나우의 음성 검색에서 이를 활용한 바 있다. 그 기능을 메신저에 접목했다는 점이 기존 메신저와 가장 큰 차이다. 구글 포토에 썼던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도 더해졌다. 메신저가 사진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알로는 대화에 무서울 정도로 밀접하게 따라 붙는다.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메시지에 간단하고, 정형화된 답이 있다면 키보드 위에 슬쩍 풍선으로 띄워준다. ‘저녁 식사 약속에 늦어?’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구글이 ‘곧 도착할 거야’와 ‘오늘 바빠서 못 가겠어’라는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다른 답이 있다면 직접 입력하면 된다.

이는 그 동안 구글이 e메일에 썼던 ‘인박스’에서도 보여주었던서비스다. 전체적인 문장의 내용을 이해하고, 특히 문장 전후의 흐름을 읽어 대명사의 의미까지 알아챈다.

문장 뿐이 아니라 강아지 사진을 받으면 ‘강아지 예쁘네’, ‘잡종견이야?’같은 답을 제시한다. 메신저 대화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잡은 것이다. 구글은 이미 구글포토를 통해 사진의 내용을 글자처럼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이 부분이 메신저에 붙은 것이다.



구글 I/O 현장 사진(5)

 

 

 

(구글 I/O 현장 사진(5))


이쯤되면 봇(bot)이 빠질 수 없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도 머신러닝을 이용한 봇을 메신저 서비스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메신저의 큰 흐름이다. ‘저녁에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까?’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대화 내용에서 주변의 음식점 정보를 띄운다. 그리고 메신저 안에서 곧장 예약을 할 수 있다.

뜯어 보면 하나도 새롭지 않은 기술들인데, 그 요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머신러닝으로 연결되고, 이를 ‘메신저’라는 아주 일반적이고 낡은 플랫폼에 붙인 것 뿐인데, 이 뻔하디 뻔한 메신저가 새로워 보이게 됐다. 적어도 머신러닝에 있어서 구글의 ‘포장’은 그 어떤 기업들보다 재미있고 직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머신러닝!’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머릿속에 남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거실을 지배하는 자

구글의 숙원 사업 중 하나는 바로 거실이다. 돌아보면 그 누가 이 거실을 탐내지 않은 기업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가족공간을 제대로 휘어잡지 못했다.

구글의 시작은 빛도 보지 못한 넥서스Q를 비롯해, 안드로이드TV, 크롬캐스트, 네스트 등 온갖 서비스로 이어졌다. 그나마 구글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이유는 거실에 서버 역할을 하는 기기를 두지 않고, 클라이언트만 둔다는 것이었다.

구글I/O에서 발표된 ‘구글홈(google home)’은 여기에 또 하나의 클라이언트이자 어떻게 보면 허브 역할을 더한 기기다. 주요 역할은 음성만으로 집안의 기기들을 제어하는 것이다. 키보드는 없다. “오케이 구글”이라고 외치고 말로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거실 온도를 25도로 맞춰줘”라고 하면 네스트를 이용해 온도를 조절하고, “작은방에 아침마다 듣는 음악을 틀어줘”라고 하면 크롬캐스트 오디오가 구글뮤직을 이용해 음악을 재생하는 식이다.



구글 I/O 현장 사진(6)

 

 

 

(구글 I/O 현장 사진(6))

구글을 통한 지식 검색도 하나의 기능이고, 앞서 메신저에서 보여주었던 음식점 예약이나 인터넷 쇼핑도 이어진다. 아마존의 ‘에코’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제품이다. 아마존은 쇼핑에, 구글은 검색과 가정의 사물인터넷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주는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가정에 기기가 많아지고, 기능이 더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모든 기기를 통합적으로, 그리고 아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만능키 하나쯤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까지 많은 기업들의 접근은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통합 기기였는데, 구글의 경우 하나씩 쪼개서 온도조절계, TV, 스피커 등에 기기나 작은 동글을 붙이는 작업을 해왔고, 이제 열쇠를 꺼내 놓은 셈이다. 당장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앞으로 모든 구글의 기기는 이 구글 홈을 중심으로 묶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방법의 거실 지배 전략이 떠오른 셈이다.

구글의 에너지, 자유로움

구글I/O는 온갖 기술이 소개되고, 개발자들에게는 앞으로 1년동안 먹고 살아야 하는 먹거리를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구글 관련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큰 축제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딱딱한 컨벤션 센터를 벗어나 공연장이 있는 야외로 무대를 옮겼다. 날씨와 내리쬐는 햇볕, 바람 등의 변수는 있었지만 ‘구글의 행사’라는 인식을 주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새삼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구글의 임원들이 자유롭게 행사장을 오가면서 개발자들을 만나고, 미디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부분이다. 각 세션에는 제품 담당 매니저 외에도 안드로이드를 맡고 있는 히로시 록하이머나 데이브 버크, 근래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를 쓴 인사 담당 라즐로 복 수석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고, 비교적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많이 마련됐다.

구글 I/O 현장 사진(7)

 

 

 

(구글 I/O 현장 사진(7))

첫날 키노트 이후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파티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도 구글의 각 서비스들을 이끄는 임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다 피차이 CEO도 PR 담당자 한 명과 함께 등장해서 격없이 발표 내용과 근래 이슈들을 이야기하고, 기자들과 함께 셀피를 찍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익숙한 장면이라지만 과연 우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기업들의 임원들과 열린 공간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나 되돌아보게 된다.

구글I/O는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길게 내다보지 않고 일단 시작하고 본다는 지적, 혁신의 속도가 멈추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구글은 프로젝트들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에도 꾸준히 끌고 가서 결국 다른 서비스에서 꽃을 피우는 사례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혁신의 속도에는 변화가 있지만 그 자유로움과 스스로 즐기면서 일하는 문화들은 몇 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고, 그 결과물은 아직도 다양한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I/O는 그 분위기를 나누는 자리로 발전해 나가는 인상이다.



구글 I/O 현장 사진(8)

 

 

 

(구글 I/O 현장 사진(8))

 


공동기획

 

 

 

(주)테크엠주소 :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2길 27, 10층 (역삼동, 비젼타워)대표이사.발행인 : 김현기편집인 : 허준개인정보보호책임자 : 김현기청소년보호책임자 : 허준
사업자등록번호 : 553-81-01725대표전화 : 070-4513-1460보도자료 및 제보 : press@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