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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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TV를 베끼지 말라
영상 미디어 분야에서도 ‘모바일 퍼스트’가 당위론이 됐지만, 과연 현실은 어떠할까? 우리가 접하는 현실은 여전히 ‘TV 퍼스트’이고, 이런 관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주요 방송사들은 ‘TV를 넘어서(Beyond TV)’를 주창하면서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세상이 크게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TV 포맷에 고정된 동영상의 기획-제작-배포 프로세스는 여전히 유효하고, 쉽게 바뀔 것 같지가 않다.
‘태양의 후예’같은 걸출한 TV 콘텐츠가 계속되고, 이에 힘입어 국내 광고시장의 40%를 점유하는 TV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한 모바일은 부수적으로 고려할 사항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모바일에 미래를 건 동영상 회사들이 최근 많아졌고, 이들 중 일부는 스타트업의 부족한 자금과 인원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면, 이는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라고 흔히 일컬어지는 신종 동영상 기업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속한 MCN 회사는 이를테면 ‘신개념 디지털 스튜디오’ 인데, 분명한 차별성은 모바일 퍼스트를 제1의 사업전략으로 삼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당당히 흑자경영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콘텐츠 사업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니 운이 좋았다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운’이 전부였을까? 2014년 10월 창업 이래 짧은 시간 좌충우돌하면서 스스로 깨우친 온갖 노하우가 운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었던 성과를 가져왔고, 그것이 작지만 의미 있는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효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모바일 동영상 제작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 노하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쏟아 부은 시행착오를 거쳐 쌓은 것으로, 모바일 영상 콘텐츠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그것으로 만족할 따름이다.
TV에 없는 아이템을 찾아라
작은 규모의 콘텐츠 기업으로 공중파 방송사를 흉내 내어서는 답이 있을 수 없다. 큰 방송사의 유능한 PD와 경험 많은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콘텐츠를 무슨 수로 이기겠다는 것인가?
회사를 움직여 강호동과 이승기의 출연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나영석 PD의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어설프게 TV와 대결해서는 승산이 없다. 유명 TV콘텐츠를 베낀 삼류 콘텐츠를 만들려하지 말고, ‘TV에는 없는 모바일 콘텐츠’의 아이템을 찾는 게 우선이다.
다양한 모바일 영상 분야 중에서 필자의 캐리소프트가 개척하는 시장은 어린이이다. 회사의 ‘깜냥’과 지향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키즈에만 주력하기로 한 것인데, 중소기업들의 모바일 콘텐츠 분야는 종합편성같은 범위의 경제가 통할 리 없기에 뷰티, 게임, 코미디, 드라마 등의 버티컬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글로벌+버티컬’의 ‘글로벌 키즈 콘텐츠’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금과 인력이 부족하다면, 틈새를 찾아 한 우물을 파는 게 정답이다.
신속해야 모바일이다
제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콘텐츠 제작의 효율이 떨어지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효율이라 함은 돈과 인력을 적게 들이면서도 목표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이다.
필자의 회사는 유튜브, 네이버, IPTV 등에 3개의 영상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채널에 대해 ‘1일 1편 배포’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기 뉴스와 일일 연속극처럼 정해진 시각에 어김없이 영상을 내보내는 것이야 말로 절대로 어길 수 없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휴일을 포함해 매일 1편씩을 제작해 배포하는 작업의 수행인력은 출연자(크리에이터)를 포함해 채널당 3~4명이다. 이처럼 소수의 인원으로 아침에 기획해 낮에 제작하고 저녁에 배포하는 제작 시스템을 갖췄을 때 비로소 모바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스토리지에 잘 정리된 영상과 음원, 컴퓨터그래픽 소스 등을 작업자가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촬영과 파일 복사, 가편과 종편, 검수와 수정, 변환과 배포의 업무 단계별로 병목지점을 찾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 하면 어 하는’ 찰떡궁합의 팀워크를 갖춘다면, 주 5일의 근무환경에서 주 7편의 영상 콘텐츠를 훌륭하게 제작해 배포할 수 있다.
오늘 당장 시청자들이 관심 가질 영상을, 내일이나 모레쯤 만들려 한다면 그것은 모바일답지 못하다.
시청 데이터 분석자료를 활용하자
모바일 영상에서 효율이 일의 능률이라면, 효과는 일의 결과인데, 모바일 동영상에 있어서 효과의 척도는 조회 수(또는 플레이수)가 아니라 시청시간으로 삼는 게 유효적절하다.
일례로 조회 수는 높지만, 시청 지속시간이 낮은 콘텐츠가 있다. 콘텐츠의 초반부에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있지만, 중반 이후로는 따분해서 시청자들이 빠져나오는 콘텐츠이다.
평균 시청시간이 1분인 10분짜리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보다는 평균 시청시간이 3분 이상인 5분짜리 콘텐츠를 만들고자 기획해야 한다. 모바일에서는 평균 시청 지속시간이 긴 콘텐츠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시간이 지나도 트래픽이 떨어지지 않는 놀라운 특징이 있다.
(영상 초반의 10초 이내에 이탈률이 높았지만, 그 이후로는 완만한 하강세를 보이는 인기 영상의 시청시간 그래프다.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는 비율이 높은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다.) |
인기가 높은 모바일 영상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추세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스낵 컬처’의 트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 1분짜리 콘텐츠라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도록 시종 흥미진진한 콘텐츠의 스토리라인을 짜는 데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
구글 유튜브는 시청시간 분석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분석 리포트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어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특정 콘텐츠의 날짜별, 지역(국가)별 조회 수와 평균 시청 지속시간은 물론 ‘좋아요’와 ‘싫어요’의 숫자, 댓글과 SNS 공유 횟수 등의 데이터를 자세히 제공한다.
수시로 이런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서 영상 콘텐츠의 제작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TV 방송의 경우 제한된 표본에 의한 가구 시청률 정도만 파악이 가능하지만, 모바일은 시청자의 인구통계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시청 데이터를 잘 해석하는 능력이 인기영상 제작의 노하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진실한 화면을 구상하자
시청자들이 4~7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창으로 영상을 본다면, 영상 속 배경의 다채로운 세트는 불필요하다. 모바일에서는 시청자가 주목할 영상 속의 대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를 화면 한 가운데 큼직하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게 적합하다.
(4~7인치의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도록 진행자와 소품을 크게 부각시키는 카메라 앵글이 모바일에서 주효하다.) |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어린이 영상 콘텐츠의 경우 검은색 배경에 영상 속 진행자(크리에이터)의 이목구비와 손짓, 그리고 들고 나온 소품이 또렷하게 보이도록 한 ‘상반신 클로즈드샷’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또 진행자의 눈높이와 카메라 앵글의 높이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어린이가 키 높은 탁자에 간신히 두 팔을 기대고 앉듯이 진행자는 자세를 최대한 낮췄고, 스튜디오 안의 어린이 시청자가 팔을 뻗으면 손에 닿을 듯이 카메라가 진행자를 화면 가득히 비추도록 했다.
(어린이 영상 콘텐츠는 검은색 배경에 영상 속 진행자의 이목구비와 손짓, 그리고 들고 나온 소품이 또렷하게 보이도록 한 상반신 클로즈드샷이 효과적이다.) |
사실 이런 식의 카메라워크가 TV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일 것인데,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을 차용한 이런 정면 샷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무릎 앉아’의 자세로 두 팔을 벌려 원아들을 맞이하듯, 진행자는 어린이 시청자를 향해 그렇게 행동했고, 카메라는 어린이 시청자의 눈이 돼 진행자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것이다.
양방향 소통의 미덕을 쌓자
모바일 영상은 시청자와의 상호 교감을 먹고 사는 특성이 있다. 제 아무리 돈을 많이 쓰고, 화려한 기법을 동원해 만든 영상일지라도 댓글이 없는 영상은 죽은 영상이다.
시청자와의 상호교감이 영상을 펄떡이게 만든다. 유튜브, 네이버, 페이스북 등의 동영상 플랫폼은 예외 없이 ‘좋아요’와 ‘싫어요’, ‘댓글’과 ‘공유’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영상 크레에이터는 소셜 네트워킹 기능을 통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때론 웃고 울며, 때론 기뻐하고 좌절한다. 모바일 영상은 시청자와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토양에서 자라는 생명체와 같아서 시청자와의 즉각적인 교감을 외면한 영상은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모바일 영상은 각종 SNS와의 유기적인 연동을 통해 확산되고 부각됨으로써 그 생명력을 더 한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되지”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으며, 미흡한 콘텐츠라도 양방향 소통을 통해 시청자와 호흡을 할 때 콘텐츠의 가치는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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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섣부른 상업주의가
투영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해야 먹고사는
기업이지만, 자칫 ‘톤 앤 매너’를
잃어버릴 경우 미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톤 앤 매너’가 영속성을 보장한다
끝으로 앞서 언급한 모바일 영상 제작의 조언을 모두 합친 것 이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채널의 성격 혹은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노력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키즈 채널은 ‘Fun and Healthy’를 제1의 모토로 삼고 있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도 재미가 없는 콘텐츠에는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콘텐츠에 교양과 정보의 가치를 덤으로 심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콘텐츠에 섣부른 상업주의가 투영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목전의 영리를 추구해야 먹고사는 기업이지만, 자칫 ’톤 앤 매너‘를 잃어버릴 경우 미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바일 동영상에 있어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실망하거나 외면하지 않도록 한 장 씩 벽돌을 쌓는 자세로 하루하루 열심히 고민하면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노력을 최소 1년 이상 경주해야 한다.
라면 값도 벌지 못하는 고난이 있더라도 톤 앤 매너를 잃지 않고 끝까지 유지한다면, 반드시 그 보답이 온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8호(2016년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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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名家' LG CNS, 1200억 '행복e음' 사업 수주로 자존심 회복할까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강자 LG CNS가 올해 공공시장 첫 '대어'로 꼽히는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구축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17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이날 행복e음 사업 재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행복e음 사업은 지난 2009년 복지부가 각종 사회복지 급여 및 서비스 지원 대상자의 자격과 이력에 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을 현대화 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3년간 약 1220억원이 투입된다.이 사업은 지난 3일 첫 입찰 공고를 마감했으나 무2020-03-17 16:54:47테크M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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