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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k12 현장 이야기

2016-05-18최호섭 디지털 컬럼니스트

교실의 변화는 매우 급박하게 일어나고 있다. 모바일은 이미 우리에게 일상이 됐고, 연필보다 스마트폰을 더 먼저 손에 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교실의 주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은 정부와 사회, 가정 모두의 끊이지 않는 고민거리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근래 교실의 변화는 몇 차 교육과정 등으로 규정되는 입시 제도의 변화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을 넘어 통신과 모바일의 파도를 묵직한 교문도 막아낼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환경 변화를 교실이 어떻게 괴리감 없이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사실 그간의 해결책은 ‘밀어내기’에 가까웠다. 돌아보면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교칙을 세우고 학교에 휴대전화, PC를 갖고 다니는 것을 막는 걸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는 모두가 그 디지털 기기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학교는 혼란스럽다.

학교, 특히 교실 현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수업 방법의 개선이다.

물론 목표는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자’라는 것이다. 다만 세상이 달라졌고, 아이들이 달라졌다. 현재 학교 수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19세기 교실에서 21세기 아이들이 20세기 교사들을 통해 교육 받는다’는 이야기다.

역설적이지만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더 많은 고민과 결과들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적지 않은 교사, 더 나아가 학교와 교육청이 빡빡한 틀 안에서 ‘에듀테크’로 부르는 새로운 교육 환경을 싹틔우고 있다. 이 새로운 교육 문화는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교사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대학 몇 명 보낸 학교’가 아니라 ‘새로운 교수법을 잘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학교, 교사’들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게 요즘 교육환경이기도 하다.

디지털, 테크에 대한 오해

에듀테크, 그러니까 교육과 기술의 접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타깝지만 정답은 없다. PC가 그야말로 ‘개인용 컴퓨터’가 된 게 이제 10년 남짓 됐다. 스마트폰과 함께 밀어닥친 모바일 환경은 이제 막 5년 지났을 뿐이다. 경험과 답을 얻기에는 짧은 시간이고, 지금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과도기다.



교과서를 인터넷으로 옮기는 것이 기술과 교육의 접목일까? 물론 시작은 그 디지털 교과서 등에서 싹 텄지만, 결국 종이를 디지털로 옮기기만 하는 것은 확실히 답이 아니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을 뿐이다. 새로운 교수법이 필요하다는 경험을 우리 사회가 몸으로 익히게 된 것이다.

근래 교육 현장에서 나오기 시작한 또 한 가지 답은 교육과 기술의 결합을 꼭 ‘기기’로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경험이다. 특히 새로운 교수법들이 주로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기기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적지 않은 시도가 교육 시스템보다 일단 기기를 보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과제에서 시작했다. 부랴부랴 태블릿을 구입하고, PC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가 됐던 게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적지 않은 국가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기와 통신 등 인프라 환경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기기 보급에 대한 집중도는 매우 높았다. 그리고 실제로 적지 않은 실패 사례들이 나왔다. 디지털 교과서, 그리고 기기 중심의 교육 환경 변화 시도는 근래 들어 새로운 답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들이 그래서 더 흥미롭다.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는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일상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한다. 모바일은 우리 산업의 근간이자, 경쟁력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기들에 인식 자체가 ‘학습도구’보다 ‘게임기’나 ‘메신저’ 등 교육에 가장 방해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더 극단적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을 끄거나 걷어 놓고, 혹은 MDM(모바일 단말 관리, Mobile device management) 통제에 맡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이를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막아야 할 것’을 도구로 이용하는 교육은 교사, 학부모들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그 혼란은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곤 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서은아 부장은 이를 ‘학교에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했다. 학교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이 낙하산은 구호물품처럼 받아들여지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IT가 떨어지면 학교 구성원들이 좌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기업들도 학교에 제품을 팔기 위한 목표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품보다 교육 환경 자체의 변화를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육 자체의 가치관 변화다. 에듀테크와 관련된 자리에서는 어디서든 21세기 인재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교과서를 외우고, 공식에 맞춰 문제의 답을 뽑아내는 데 익숙해 있던 것에서 벗어나고 세상에 뿌려진 갖가지 정보들을 필요에 맞게 찾아내고, 그 안에서 논리적인 사고로 정보를 선별해 통찰력을 갖게 되는 인재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묘하지만 에듀테크, 디지털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극단적으로 기기가 없어도 되더라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학교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본질의 고민

결국 ‘학업 성취도’를 판단하는 기준의 변화가 요구된다. 아직까지 학교 수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입시, 성적이다. 당장 그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새 교육법을 먼저 시작한 교사들이 힘들었다고 꼽는 부분도 당장 옆 반 교사, 학교의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왜 이런 걸 가르치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대구 중앙중학교 박재천 교장은 “본질적 관점에서 보면 학생들이 미래를 사는 데 성적은 하나의 예일 뿐,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중고 교육의 목표는 진학에 있고, 결국 성적은 대학 입시의 잣대로 쓰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질 뿐”이라는 것이다.

성적으로 그 사람의 몇 가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전부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지식을 머릿속에 많이 외워서 담고 있는 것이 인정받는 시대에서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로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학교가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원하고, 실제로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은 학생들에게 그 준비를 해주는 것일 뿐이다.

성적과 에듀테크에 대한 연결고리는 전혀 없을까? 그에 대한 의견은 다소 분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둘의 만남이 성적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의견들이 많다. 가르치는 것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오해하기 쉬운 게, 연필과 노트 위주의 수업이 태블릿과 인터넷으로 전환되는 것이 교육 변화의 목표가 아니다. 모바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세종시의 학교들도 모든 수업에 태블릿을 필수로 쓰지 않는다.

또한 기술은 교육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 수업에 적절한 교수법과 도구가 더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 업계는 단순히 도구의 문제를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에 싱가폴에서 열린 BETT(영국교육기술협력박람회)의 아시아 서밋에서 나온 기술들과 사례들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던 시스템에서, 데이터 분석이 더해져 개개인이 학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보강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처럼 직접 솔루션을 갖고 나온 기업들 뿐 아니라 비롯해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인프라를 이용한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꺼내 놓았다. 현장을 찾은 교사들이나 교육 관계자들 대부분도 분석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 시험과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학교 안팎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에듀테크와 맞물려 가장 톡톡한 효과를 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유학기제다.

영천 금호중학교의 손대성 교장도 “자유학기제 전후로 성적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고 말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3년 중 한 학기를 정해 시험과 성적, 학기과정 대신 토론이나 실습, 현장 경험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다.

실제로 이 기간 중에 적성이나 잠재력을 찾는 학생들도 많고, 오히려 학업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데 좋다는 반응이 많다. 교사 입장에서도 성적을 떠나 새로운 교육 경험을 만드는 데 자유학기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 아니라 ‘교육 문화’로 받아들여야

에듀테크, 그리고 새로운 교육에 대한 인식이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들도 있다. 특히 교육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학교들은 서울, 수도권 지역보다 지방에서 더 많이 눈에 띈다.

수도권은 이미 교육에 대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학원이나 방과 후 수업 등 교육 환경이 많이 갖춰져 있다. 성적 자체에 대한 경쟁도 심하기 때문에 다른 그 무엇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방 학교들의 고민은 성적이나 학업 그 자체에도 있지만 학교 경쟁력 자체가 곧 존립과도 연결되는 경우들이 많다. 꼭 성적과 학교수업에 발을 맞추는 것 외에 학생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 자체가 학교를 차별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사례들이 많다.

금호중학교는 대구와 영천 사이에 있는 농촌학교다. 대도시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가정환경이 넉넉하거나,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이 남는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학생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하며, 소프트웨어 교육과 운동으로 차별성을 갖추게 됐다. 결국 학생이 늘어나 학급이 증설됐고, 교사도 충원됐다.

아이들이 기업과 학교가 연계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 모습

(아이들이 기업과 학교가 연계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 모습)

용인정보고등학교는 소프트웨어과를 세우고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김정미 교장은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중독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게임을 통해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실제 교육으로 녹여내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을 비롯해 모바일, 스마트 기기가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관점의 차이를 교육으로 연결 지으면서 학교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들의 인식 변화만큼 모든 시도가 마음처럼 척척 이뤄지지는 않는다. 제도적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일단 학교 안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사용이 제한된다.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서비스도 자유롭지 못하다. 거창한 기술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당장 학교 내에 무선랜을 설치하는 것조차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 교육환경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이 제도로 만들어졌지만 교육현장 변화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정부도 스마트교육,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고,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대되는 요소들이 맞부딪친다. 정부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꺼내 놓지 못한 것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디지털 접목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정답도 없다. 민간이, 또 교육현장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터를 마련해주고, 그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현장의 공통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성급히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는 없지만 현재의 에듀테크 흐름은 누구도 거스르기 어렵다. 교사들의 머릿속, 수첩 안에 들어있는 각종 정보들을 꺼내 놓아 데이터로 만들고 시스템으로 가다듬는 것이 시급하다.

교실의 새 패러다임은 이미 제시됐고, 학생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어른들이 눈을 뜨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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