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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정치 그리고 선거

2016-04-13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정치와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2000년 대 들어오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경험에서 얻어진 상식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험으로 시작해, 2011년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선거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를 논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2011년의 시장 선거에서는 각 후보의 네트워크와 메시지의 전파, 소셜 미디어에서의 투표 참여 독려 등 여러 측면에서 소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등장했다.



미국의 경우는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매우 뛰어난 소셜 미디어 운영 방식을 보여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의 긍정적 역할이 보였고, 오바마는 소셜 미디어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도중에 ‘소셜 미디어는 후보들이 저널리즘의 필터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페이스북
(오바마 페이스북)




과연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의 참여와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와 선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상황이나 시민 참여에 어떤 역할을 하는 가에 대해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 결과는 2012년 네이처 지에 발표한 UC 샌디에고와 페이스북의 공동 연구인 ‘사회적 영향과 정치적 움직임에 대한 6100만 명 실험’이라는 논문이다. 6천 백만 명에서 ‘투표합니다’ 또는 ‘나는 투표자입니다’라는 버튼을 노출한 결과 실제 34만 명 정도가 추가로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수천 건의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2015년에는 캐나다의 쉘리 불리앙 교수가 35개의 연구를 분석한 메타 연구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o 82%의 연구는 SNS 사용과 시민 운동과 정치에 대한 인게이지먼트와 참여에 긍정적 관계를 보였으나, 이 중 50%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o 소셜 미디어 사용과 선거 캠페인 참여사이의 상관 관계는 연구 분석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데, 시민의 인게이지먼트는 높게 나타난다.

o 저항적인 참여에 대한 움직임은 행진, 데모, 청원, 보이콧에 따라 다양하며, 이들을 따로 따로 분석해 보면 소셜 미디어가 시민 참여에서 일반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

o 전반적으로 SNS가 강한 효과를 유발하고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가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명백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는 연구 대부분이 실험적이지 못하고 정확하게 디자인 되어 있지 못한 면에서 기인한다.



대중적인 담론은 소셜 미디어의 사용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이런 캠페인이 선거 캠페인을 온라인에서 하는 측면을 혁명적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보이고 있지 못한다. 즉, 소셜 미디어에 대한 활발한 사용이 투표 참여도의 증가나 캠페인에 참여 수준을 높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소셜 미디어 사용과 다른 정치적 이해 등에 대한 깊은 분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SNS 사용을 참여의 유형으로 파악하고, 인게이지먼트를 공적 이슈에 대한 서사의 형성과 이해를 돕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미국의 디 애틀랜틱의 부편집자인 호빈슨 마이러는 소셜 미디어가 선거에 활용되는 측면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1. 사람들과 선거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를 확산에 이용하지 대화에 이용하고 있지 않다. 사실 어느 선거에서도 트위터를 보면 리티윗트 되거나 멘션되는 비중은 매우 낮다.

2. 웹사이트가 여전히 선거 캠페인의 허브 역할을 한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얘기를 시작해도 후원금, 커뮤니티에 가입, 자원 봉사, 무엇인가와 같은 긴 내용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웹사이트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3. 메이저 정당이 아닌 경우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한다. 특히 트위터 사용이 활발하다.

4. 엘리트 저널리스트는 상호간 대화를 많이 한다.

5.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반 사용자가 부각되는 경우가 생긴다.

6. 이미 논의된 뉴스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7. 소셜 미디어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유명인이나 엘리트가 아닌 사람이 메시지 전파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8. 온라인에서 정치 토론에 더 많이 참여한다는 것이 정치적 지식을 늘리지는 않는다.

9. 소셜 미디어가 선거에 갖는 가장 큰 효과는 엘리트가 만든 콘텐트를 일반 사람들이 프레임을 걸고 배포하도록 하는 일이다.



최근 국내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인들의 소셜 미디어 활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메시지 전파에 비중을 높이지 시민과의 토의나 시민 간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면은 거의 없다. 이는 현재 소셜 미디어가 정치 특히 선거 영역에서 갖는 한계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군소 정당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소셜 미디어를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존 언론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가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확산과 전파에 있어서는 미흡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대화와 담론의 전개가 아닌 정치 집단의 목적에 맞는 메시지의 전파에는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채널의 사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예산이 풍족하다고 볼 수 있는 여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채널을 사용한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의 경우는 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인스타그램이나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카오스토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야당은 아직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으며, 블로그 운영이 그 다음이다. 일부 적극적인 후보들이나 정치인들이 유튜브 사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뷰나 채널 가입자 수준이 매우

저조하다. 이는 콘텐츠를 올리는 것에만 신경쓰지 그 콘텐츠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후보나 정치인들이 아직 소셜 미디어 활용에 있어서 매우 초보적인 수준임을 알 수 있는 것은 공식 블로그가 아직도 예전 소속 정당이나 과거의 지역구를 나타내고 있거나, 접속이 안되거나, 업데이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우리 선거가 오프라인 중심의 캠페인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큰 비중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제 세상은 이미지와 비디오 중심으로 변했고, 모바일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인이 아직도 글 중심의 메시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선에 비해서 글의 길이는 줄어든 점이 그나마 전략적 선택일지 모르지만, 인포그래픽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영상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확산의 특성을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한 증거이다.



여당은 오히려 이미지를 많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공유와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 활동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당 성향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2015년 5월 페이스북의 데이터 사이언스팀에서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보수적인 사람과 리버럴한 사람들의 연결 관계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해 보니 자기 정치적 입장과 다른 포스팅에 노출되는 비율이 오히려 보수적인 사람들이 더 개방적이라는 연구이다.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스팀 연구결과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스팀 연구결과)




보수적인 사람들은 33%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콘텐츠에 노출되고 그 중 29%를 클릭하는데 리버럴한 사람은 22%가 노출되고 20%만 클릭한다. 생각보다 리버럴한 사람들이 다른 생각에 접하는 면에서 제한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진보적이거나 리버럴한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닫혀 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보이는 문제 중 하나는 선거 관계자나 선거 운동원의 실수에 의한 문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선거 콘텐츠가 어떤 영향과 확산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에 대해 충분한 사전 교육이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함을 의미한다.



몇 가지 알려진 사례 외에도 여러 영상을 보면 후보자 보다 지지자나 자원 봉사자들의 말투와 예의에 벗어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볼 때마다 그 위험성에 대해 인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혀 리스크 관리가 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석 영역에서도 이번 선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트위터 공간이 객관적 기준의 위치를 상실했고, 특히 총선은 대선과 달리 지역에 관련된 내용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매우 편향된 모습만 보일 수 밖에 없어 소셜 미디어가 여론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 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좀 더 많은 채널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분석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투입하는 예산의 한계 때문에 실력 있는 소셜 미디어 분석 회사들은 대부분 정치 분석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아마도 선거가 끝난 뒤에 분석이 나오겠지만, 이는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캠페인의 방향을 재 정립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정치나 선거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선거 기간 중에나 조금 사용하는 추가 미디어로 생각을 한다면, 보다 의미 있는 소셜 미디어 활용은 시간이 더 필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꾸준히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서 팬이나 팔로우의 적극 참여와 행동 유발을 꾀하지 못한다면, 투입한 자금에 비해 어떤 의미 있는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정치 공간에서 소셜 미디어 무용론이 나올 것 같은 우려가 생긴다. 그런데 그것은 제대로 공부도 안하고 올바른 사용도 안 한 고객이 무조건 물건 탓만 하는 모습일 것이다.



공인이고 수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페이지가 아닌 일반인 계정을 사용해 친구가 4천 명도 안된다는 점이나, 열심히 올리는 유튜브 영상이 몇 백 명이 본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경고등을

켜야 한다. 공유하지 않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미디어 기업의 좌우명은 정치인의 메시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정치와 선거에 보다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미디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 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해 고도의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관심과 자원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정치하는 사람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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