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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스스로 판단하는 컴퓨터와 함께 산다는 의미는

2016-03-30최호섭 디지털 컬럼니스트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새로운 제품들은 세상을 바꾼다. 때로는 그 기술이 멀리 있는 줄 알았지만 갑자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세상은 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시선을 보내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기술들은 또 다른 단계의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근래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술들은 컴퓨터가 판단력을 갖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이다. 올 1월만 해도 CES 직후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동차로 세상이 들썩였다. 순식간에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이 없는 브랜드는 경쟁력을 의심받게 될 정도였다. 그렇게 갑자기 자동차는 또 하나의 컴퓨터가 됐다.

불과 두 달 뒤, 이번에는 사람과 맞서서 최고 수준의 바둑을 두는 소프트웨어가 공개됐다. 딥 러닝 기반의 ‘알파고’는 순식간에 나타나 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데에 최적화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CES 2016에 전시된 자율주행차(좌)와 알파고(우)
(CES 2016에 전시된 자율주행차(좌)와 알파고(우))




이 기술들은 사람이 놓치는 부분을 컴퓨터가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와 인공지능에 의해 사람이 지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비록 양쪽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막연하게나마 영화에서 보던 인공지능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 코앞에 닥쳤고,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공격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컴퓨터

‘자동화’, ‘인공지능’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 이 기술들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우리 곁에서 발전해 왔다. 자동차는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전자화되면서 운전자가 해야 할 사소한 일들을 도맡아 왔다.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이미 오래 전 기술이고,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비서나 검색엔진, 사진 등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알파고의 충격은 사람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것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자동차에서 운전을 덜어내고, 바둑에서 사고를 떼어내는 그림은 어떤 면에서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좌)와 페이스북 얼굴인식 알고리즘 딥페이스(우)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좌)와 페이스북 얼굴인식 알고리즘 딥페이스(우))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제 도심을 다닐 수 있을 정도 수준에 오르자, 이 기술이 차량에 대한 근본적인 역할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우선 택시를 비롯한 대중교통 업계를 밀어낼 것이고, 자동차의 형태도 달라질 뿐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소유와 이용 개념도 달라질 것이라는 위협이 나왔다. 보험과 법률적인 문제도 떼어 놓을 수 없다.



알파고가 바둑판에서 이세돌 9단과 맞붙어 내리 세 판을 이기자 다시 여론은 ‘인공지능이 바둑 뿐 아니라 인간의 직업까지 밀어낼 것’이라는 위기에 대해 주목했다. 소셜미디어는 온통 ‘내 직업은 온전할까?’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이어졌다. ‘사람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정말 내 직업은 언제까지고 안녕할까? 그리고 이 기술들이 안 나온다고 해서 내 일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까?

우리는 컴퓨터가 스스로 뭔가 만드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건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이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인공 지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큰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최근의 기술들이 모두 ‘효율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결과적으로 사람이 하던 일들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차원적인 인공지능까지 내다 볼 것도 아니다.

실제로 새로운 기술들은 업무 환경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일자리에도 변화를 주어 왔다. 당장 IT 업계의 흐름인 클라우드와 자동화 솔루션은 지난 십수년간 IT 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IT 기업들은 한결같이 제품의 포인트로 ‘비용 절감’을 외쳤다.



그 비용 절감에는 IT 인프라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 뿐 아니라 시스템의 간소화가 주는 ‘인력 절감’이 빠지지 않는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비효율적인 작업을 줄이고, 그 인력들이 창의적인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이라는 공식같은 답으로 이어졌다.

계산기 시절부터 컴퓨터는 사람의 일을 대신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에 맞춰져 있다. 세상은 더 효율성을 강조하고, 그 흐름은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인공지능 때문에…’라고 말하는 것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특히 머신러닝 분야는 또 하나의 고성능 계산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술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공지능의 직접적인 도전을 받은 바둑계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알파고의 대전을 앞두고 바둑계는 살짝 들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껏 정상급의 프로 기사가 컴퓨터에게 바둑을 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비슷한 실력이라도 바둑을 둘 수 있는 컴퓨터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이세돌 9단의 첫 패배는 쓰라렸다. 인공지능은 이세돌 9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바둑 업계의 문제가 되었다.



2국, 3국 패배 이후 정보의 불균형과 규칙이 불공정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알파고의 파급효과는 컸다. 무엇보다 직업으로서의 바둑이 끝장났다는 분위기까지 돌았다. 바둑 중계를 맡던 해설가들도 그 고민을 했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공포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바둑계는 이내 특유의 냉정함으로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진짜 이 인공지능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된 건 승부가 판가름 난 4국부터였다. 바둑계의 반응도 알파고를 적대시하기보다 좀 더 깊이 알아보자는 쪽으로 흘렀고, 해설자들이 알파고의 수를 판단하는 기준도 분명히 달라졌다. 이세돌 9단이 승리하면서 끝난 것 같던 드라마는 진짜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세돌 9단이 언급한 ‘컴퓨터가 모르는 바둑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모든 대국이 끝나고 바둑계는 알파고의 우수성을 인정했고, 명예 단증도 주었다. 그리고 대회 이후 바둑계는 기술에 놀랐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끌어안을 수 있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기술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반응들이 많다. 4국의 해설을 맡았던 하호정 사범은 “알파고는 통계에 따라서 바둑을 둔다고 생각했는데 창의적인 수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둔 수들이 이전에 세상에 없던 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그렇게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파고의 바둑을 보니 요즘 흐름과 관계없이 다른 방식으로도 둘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송태곤 9단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 동안 생각조차 안 했던 수가 나왔는데, 우리가 알던 상식 같은 것들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유연성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알파고 이후의 바둑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바둑계는 그 동안 무시했던 인공지능이 위협처럼 다가왔고, 경계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들을 끌어안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분석을 이어가고 있고, 다소 굳어 있던 바둑계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기술들이 연구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며칠새 이 업계는 놀랍게 성숙해지고 있다.



"사람의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쉽게 말하면 모든 기술은 양날의 검이고, 사용자가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있다.

일단 이 기술들을 만드는 기업의 입장을 들어보면 현재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보완해주는 기술이다.



공교롭게도 구글은 이 두 가지 주제에 모두 속해 있다. 구글은 각 사업에 대한 목표를 명확하게 발표해 두었다. 자율주행의 목적은 ‘안전’ 문제다.

애초 이 프로젝트는 구글이 세상의 고민을 풀어보자는 의도의 프로젝트X 팀에서 시작했다. 하루에도 도로 위에서 죽는 사람이 수 백 명이고, 다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안전 부분에서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기계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글의 자율 주행 자동차는 실제로 도로를 주행하며 안전에 대한 부분들을 실험하고 입증해 나가고 있다.



알파고는 게임에 딥 러닝을 도입한 사례다. 딥 러닝, 그리고 머신 러닝은 수많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입력해서 컴퓨터가 원하는 방향의 답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판의 확률을 맞추는 데에 최적화된 인공지능이다.

바둑의 특성상 상대와 대결이 필요하고, 그게 이세돌 9단이었던 것 때문에 더 인공지능을 적대시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알파고의 판단대로 돌을 놓던 딥마인드의 아자황 박사다. 이번에는 알파고의 의지대로만 바둑을 두었지만 언젠가 알파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자황 박사가 스스로의 통찰력을 더해 바둑을 두는 경기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리고 구글과 딥마인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둑 챔피언이 아니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애초 알파고의 논문을 발표한 직후 인터뷰에서 ‘바둑을 선택한 이유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확률이 있는 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 천년의 바둑 역사 중에서 똑같은 대국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할 정도다.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끌어내야 하는 바둑으로 딥마인드의 기술력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구글 자율 주행 자동차
(구글 자율 주행 자동차)




알파고 이후 어쨌든 머신러닝은 또 다시 주목받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티센크루프와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기 전에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전세계 엘리베이터에 설비하고 있고, IBM의 왓슨은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을 시험중이다.

이 기술들이 전문가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는 없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한다기보다 사람들이 감에 의존하고, 경험에 의존하던 것에 데이터가 확신을 주는 쪽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물론 관계된 업계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문제점을 누가 찾느냐가 아니라, 그 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찾을 수 있느냐 그 자체에 있다.



전자 계산기를 믿고, 엑셀에 의존해서 일을 하는 것을 두고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고, 사람의 영역을 해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고르게 결과를 내는 것, 특히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부분을 경험과 감에만 의존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컴퓨터에 맡겨놓을 수도 없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사람에 비할 수 없다. 그래서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고, 인공지능은 인공지능대로 영역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최근의 가장 큰 성과는 자율 주행 자동차로 시작해 알파고로 오는 3개월의 시간동안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의 현 주소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시작됐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기술을 품는 방법을 익혀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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