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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왕좌 건 세기의 대결 누가 이길까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하는 스케줄이 확정됐다. 3월 9일부터 5번기로 대국하며 전세계로 중계한다는 것.
IBM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이긴 것이 1997년이고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왓슨’이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긴 것은 2011년이다. 이번에는 또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바둑 챔피언에 도전한다.
바둑은 인간이 발명한 게임 중 경우의 수가 가장 많은 어려운 게임이다. 경우의 수를 단순히 계산하면 바둑판이 가로 세로 19칸으로 되어 있으니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9x19)! = 361! 이고, 이는 10의 768제곱과 같다. (물론 대국에서는 돌을 놓을 수 있는 모든 곳에 돌이 놓이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를 감안한 경우의 수는 보통 10의 170제곱 정도다.)
알파고는 이미 유럽 프로챔피언이자 중국 프로바둑 기사인 판 후이와의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면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세계 기사들 중 수읽기가 빠르고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두 점만 접어주면(치수) 신하고도 겨룰 만 하다는 세계 최고 프로 기사다. 과연 승자는 누가될까?
이번 도전은 과거 체스 챔피언에 도전해서 이겼다거나 퀴즈게임에 도전해서 이겼다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체스 챔피언에 도전했던 ‘딥블루’는 사실상 인공지능 이라기보다는 체스를 위해 특화된 게임기로 보는 게 맞다.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퀴즈왕을 눌렀던 왓슨도 딥 블루보다는 많이 낫지만 역시 ‘제퍼디!’에 특화해 만든 인공지능이었다. 이렇듯 과거 인간에게 도전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인공지능과는 달리 알파고는 특수 목적달성을 위한 것이 아닌 소위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다. 인공지능이지만 범용성이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다.
과거 딥블루나 왓슨은 그것을 만든 특수한 목적 외의 다른 용도나 영역에 적용하여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에 비해 알파고는 거의 모든 용도나 영역에서 자율(Unsupervised)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예컨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든지 새로운 형태의 학습하는 등의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강력한 인공지능에 사용된 기반 기술은 딥러닝이라는 신경망 조직 기술이다. 실제로 신경망 조직 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분야에 적용돼 새로운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알파고는 과거 3000만 개의 기보를 입력해 자율 강화학습(Reinforced Learning)을 했다. 그러나 판 후이와의 대국을 검토해보면 알파고의 한계를 발견할 수 있다. 알파고는 자율 강화 학습으로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혀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일반적인 대응에는 능숙하지만 선수를 뽑거나(바둑에서 주도적으로 돌을 놓는 것),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대세점을 발견하는 것에는 약하다. 또 30~40수 후의 안배를 위해 당장은 가치가 적어 보이지만 사활을 좌우하는 수(맥점)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약점은 자율 강화 학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대국은 이세돌 기사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후반으로 가면서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계가 바둑이 된다면 이세돌이 질 확률이 높아진다. 끝내기로 갈수록 계산은 쉬워지고, 쉬워지면 기계는 정확해 지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대국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을 잃게 되고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마도 이세돌 기사가 한 50수나 100수쯤 남겨둔 상태부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이길 것이다.
알파고가 바둑 세계챔피언이 되지 못하더라도 시간은 알파고의 것이다. 일 년 후쯤에는 인간의 수준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알파고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는 가히 광속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스페이스 인베이더’란 게임을 마스터하고 최고점을 올리는 데는 하룻밤 밖에 걸리지 않았다. ‘블록 깨기’ 게임을 정복하는 데는 500게임으로 충분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고 학습하는 인공지능 알파고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해지게 돼있다.
또 다른 이유는 기하급수적으로 진보하고 있는 컴퓨터 기술이다. 지금부터 2년 후에는 지금보다 2배쯤 빠르고 강력한 컴퓨터가 나올 것이고 알파고는 그만큼 강력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 관건은 과연 알파고가 자율 강화 학습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냐 이다.
아무리 사칙연산을 잘한다고 해도 탁상용 계산기와도 경쟁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과거 주판을 잘하는 사람들이 10자리 숫자를 100개를 더하거나 곱하는 능력을 자랑해 보이기도 했다. 탁상용 계산기는 10자리 숫자를 100개가 아니라 천 개나 만 개를 더한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아직 바둑을 탁상용 계산기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않았지만 이세돌 기사와 바둑을 둘 수 있을 만큼 발전했고 곧 인간의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하다.
2차 대전 후 핵무기와 이를 목표에 적중시키는 로켓의 기술 개발을 놓고 경쟁하던 시절, 구 소련은 1957년 10월 스푸트니크호란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스푸트니크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이었다.
냉전 때문에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과학 및 기술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던 소련의 기술을 체감하게 되자 국가적 충격을 받은 것이다. 미국은 이 충격을 교육을 개혁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과감한 투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대응했다(교육개혁을 위한 회의에는 기존의 교육학자들이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기존 교육체제에 대한 반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 우주개발을 선도하고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만들어 실패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도전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발사가 결과적으로 교육을 개혁하고 기초학문을 가르치며 과학기술 분야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미국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세기의 대결이 한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행운이다. 인공범용지능이 인간에게 도전하는 순간을 주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인공 범용지능이 인간을 챔피언을 능가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술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대결이 아직 과거의 아날로그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뜨고 불빛을 발견하는 만큼의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향한 염원이 싹트고 교육과 사회혁신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2016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근간은 기술 발전이다. 기술 발전은 인류의 경제 사회 문화와 함께 생태적인 환경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로봇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이 중요한 기반 기술로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 중 조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분야가 하나도 없다.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한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후진국인 것이다.
구 소련에서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가 미국 교육과 과학기술 발전의 큰 자극제가 되었듯 구글이 만든 세계최고의 인공지능 기술이 대한민국에 큰 국가적 충격이 되기를 바란다. 이 충격을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디지털 시대의 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한강의 기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5호(2016년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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