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
TECH M
세이가 말했다 “모험하는 기업가만이 앙트러프러너다”
2016-03-19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얼핏 21세기의 지식, 글로벌, 모바일 경제는 20세기 이전의 굴뚝 산업 경제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황의 본질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불황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논쟁의 와중에 세이처럼 많은 오해를 받았던 사람도, 세이처럼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도 드물다. 케인즈는 세이를 그릇된 경제 이론의 대명사처럼 취급했고, 마르크스는 노동가치론을 부정한 그를 노골적으로 우물(愚物)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세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경제 이론을 전개한 이류 사상가에 불과했을까. 케인즈 덕분에 오늘날 일명 ‘세이의 법칙(Say’s Law)’으로 알려진 그의 판로(debouches) 이론에 대해서 살펴보자.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와 금리 인하, 감세 정책, 부동산 거래 규제 완화, 고용 유연화, 벤처 창업 활성화 등 온갖 정책에도 불구하고 탈피할 기미가 안 보이는 불황, 도대체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 케인즈는 그의 유명한 ‘화폐, 고용, 이자의 일반이론’에서 종전의 경제학이 “세이의 법칙이라는 잘못된 사상에 입각해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케인즈는 세이의 법칙을 이른바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명제로 요약했다. 시장의 법칙(law of market) 케인즈는 이를 다시 부연해서, 재화가 생산되면 거기에 투입된 생산비용은 생산요소의 소득으로 다시 여타 재화를 구입하는 데 지출되고 그에 따라 경제 전체에서 총수요와 총공급은 항상 일치하게 되어 있다는 주장이, 세이의 시장 법칙이라고 정리했다. 그래서 세이의 법칙을 암묵적으로 수용한 종전의 경제학은 경기 침체와 비자발적 실업을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세이 본인은 총수요와 총공급이 항상 일치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 세이가 그의 ‘정치경제학 논고(Traite d’Economie Politique, 1803 1판~1826년 5판)’의 여러 판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고 표현이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그가 주장하고자 했던 내용의 핵심은 경기 침체가 일어나는 원인은 화폐 부족이 아니라 생산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서라는 것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재화를 구매하는 것은 화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재화(생산물)가 재화(생산물)를 구매한다는 이면의 본질을 강조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세이가 독창적으로 해낸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경제학자들 사이에 흔히 오가던 논리였다. 영국의 제임스 밀(1773-1835)3)은 ‘상업옹호론(Commerce Defeneded, 제2판 1808)’에서 이 생각을 매우 체계적으로 전개한 또 한 사람의 인물이었다. 둘 중 누군가는 틀림없이 상대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영어권에서는 시장 법칙이라고 통용되지만, 세이가 사용했던 원래의 프랑스어 ‘debouches’는 시장이라기보다는 출구, 통로(outlet, vent)의 뜻이다. 내 물건을 팔려면 반드시 그 물건을 내보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어야만 비로소 그 통로가 형성되며, 타인의 화폐 자체는 표면의 현상일 뿐 결코 본질적인 통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세이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을 활성화시켜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맬더스와 케인즈는 세이와 반대 입장을 취했던 경제학자다. 맬더스는 지주를 비롯한 부유한 계층의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케인즈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유효 수요라도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당장 동일한 구매력이라도 소비를 통해서 나오는 것과 생산을 통해서 나오는 것은 효과가 너무나 다르다. 소비는 사람의 생존을 유지하거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화를 소모해버리거나 생존을 지속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 기여하는 정도로 끝나지만, 생산에 투입되는 소비는 생산 활동과 소득 증대를 가속화할뿐더러 소비 자체도 활성화할 수 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소비와 생산을 위한 소비는 반드시 둘 다 필요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오직 소비의 활성화에 초점을 두게 되면 경기 침체는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이는 “좋은 정부의 목표는 생산을 장려하는 것이고, 나쁜 정부의 목표는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케인즈는 세이가 마치 균형의 자동적인 달성을 주장한 인물인 것처럼 왜곡했지만, 세이는 사후에 자신에게 그런 딱지가 붙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케인즈처럼 위대한 지성조차도 이렇게 경솔한 왜곡을 범할 수 있었다니 놀랍다. 프랑스인들의 자부심 ‘앙트러프러너’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 프랑스인들은 이 프랑스어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모험적 사업가’로 해석되는 앙트러프러너는 독일어권에서는 같은 뜻으로 ‘Unternehmer’가 흔히 사용되지만, 영어에는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굳이 번역하지 않고 그냥 이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100년 넘게 이 단어를 잊고 살다가 슘페터가 극적으로 부활시킨 이래, 앙트러프러너는 오늘날 사업가는 물론이고 정책 담당자 사이에서도 유행어가 됐다. 세이는 자유주의자로서 앙트러프러너의 특성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무엇보다 중개하는 존재(intermediary)의 역할을 강조했다.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은 앙트러프러너가 경제학자들의 어휘집에 늘 등장하는 생산자(producer)와 전혀 다른 성격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세이는 앙트러프러너를 첫째, 모든 생산자 사이의 중개자, 둘째, 생산자와 고객 사이의 중개자라고 규정했다. 아니, 생산자가 곧 기업가 아닌가? 그리고 자본가가 곧 기업가 아닌가? 21세기기 되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 요즘도 사람들은 반기업 정서, 반 법인(法人)정서, 반 부자(富者) 정서를 한 없이 혼동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게 아니라는 것이 세이의 생각이었다. 그는 기업가야말로 생산자, 상인, 자본가 그 어느 주체와도 동일시할 수 없는 별도의 존재라는 사실을 처음 인식했다. 바로 여기에 세이의 위대성이 있다. 앙트러프러너는 이미 자본을 보유한 사람일 수도 자본이 없어서 타인의 자본을 빌려오는 사람일 수도 있다. 오너일 수도 있고 피고용자일 수도 있다. 부자일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일 수도 있다. 개인일 수도 있고 법인의 경영자일 수도 있다. 모든 상인, 모든 기업 오너, 모든 부자, 모든 관리경영자가 다 앙트러프러너인 것은 아니다. 그 어떤 경우에든 앙트러프러너는 자원을 비생산적인 곳으로부터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이끌어 들이는 존재다. 그는 시장 수요, 가격, 욕구 이 모든 것들을 관찰한 뒤 과연 어떤 새로운 재화를 생산할 것인지, 이를 위해서 어떤 자원들을 끌어들여야 할지 결정한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 물론 그들도 얼마든지 오판할 수 있고 판매부진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을 통해서 부문별로 재화의 수급은 불일치를 극복하려는 동력을 얻게 된다. 이것이 세이가 바라본 시장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시장성이 없는 제품은 폐기되고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도입된다. 이들이 없으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이내 침체에 빠진다. 그가 당시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던 앙트러프러너의 역할을 인지하게 된 것은 그 자신이 알코올증류업과 제분업을 영위한 기업가였다는 사실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당시만 해도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실무 경험이 없는 학자들이었다. 그들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생산과 소비 현상을 관찰했고, 이로부터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 당연히 저 불확실한 세계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세이가 창설한 세계 최초의 경영대학 ESCP Europe [출처 : 위키미디어]](http://www.techm.kr/data/editor/1602/1981902326_1456213771.56257.png)
| (세이가 창설한 세계 최초의 경영대학 ESCP Europe [출처 : 위키미디어]) |
장-바티스트 세이 장-바티스트 세이(Jean-Baptiste Say, 1767-1832)는 프랑스 리옹에서 출생했다. 정치경제학자, 사업가로서 프랑스의 국가 주도형 통제 경제 시스템을 반대하고 자유무역과 경쟁,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나폴레옹 정부의 정보 수집 요원으로 영국에 파견되어 당시 발달된 영국 경제 시스템을 견학하고 맬더스, 리카아도 등 당대의 정치경제학자들과 교류했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에서 깊은 감화를 받고 이를 프랑스에 전파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재화의 가치를 주장하는 요인이 노동이 아니라 수요에 있다는 생각은 스미스와는 반대되는 것이었고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대표작으로 ‘정치경제학 논고(Traite d’Economie Politique, 1803 1판~1826년 5판)’가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5호(2016년3월) 기사입니다>-
'전자정부 名家' LG CNS, 1200억 '행복e음' 사업 수주로 자존심 회복할까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강자 LG CNS가 올해 공공시장 첫 '대어'로 꼽히는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구축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17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이날 행복e음 사업 재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행복e음 사업은 지난 2009년 복지부가 각종 사회복지 급여 및 서비스 지원 대상자의 자격과 이력에 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을 현대화 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3년간 약 1220억원이 투입된다.이 사업은 지난 3일 첫 입찰 공고를 마감했으나 무2020-03-17 16:54:47테크M 남도영 기자 -
네이버 vs 카카오, 포털-메신저 이은 3라운드... 링은 '콘텐츠'#수천억 자금으로 뭘 만들까#넷플릭스 잡을 수 있을까#톡TV-네이버TV 경쟁 볼만할 듯국내 대표 인터넷 맞수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세번재 경쟁 무대 막이 올랐다.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두 기업의 3라운드 링은 '콘텐츠'다. 이미 양사는 콘텐츠 자회사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쌓아놨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양산에 돌입한다. 콘텐츠 주도권 경쟁의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실탄 마련한 카카오M, 직접 콘텐츠 제작 개시카카오는 지난 16일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M이 3자 배정 유상증자2020-03-17 15:53:45테크M 허준 기자 -
[템 사이트] 게임 하면 유니티! 2020년 기대되는 유니티 기반 게임은?연일 쏟아지는 신작 소식이 게이머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게임업체들의 대형 신작은 물론 독특한 게임성을 내세운 게임까지, 게이머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신작게임들이 많습니다.오늘은 특히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신작 게임들을 엄선해서 소개할까 합니다. 유니티는 이미 전세계 수백만명의 게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유명한 게임엔진입니다. 최신 버전의 엔진 '유니티 2019.3' 업데이트를 통해 260가지가 넘는 개선사항과 신규 기능이 포함돼 진일보한 고성능 그래픽과 최적화 기2020-03-17 15:30:39테크M 허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