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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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허구인가 실제인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진짜 현실같은 꿈을 꾼 적이 있는가?” 모피어스가 건넨 빨간 약을 먹는 순간 네오는 지금 있는 공간이 실제가 아닌 가상현실임을 깨닫는다. 그 순간 네오는 현실로 끌려나온다.
올해 세계가전전시회(CES 2016)에서 가상현실(VR)은 단연 화두였다. 올해 CES에는 VR 관련 전시부스가 지난해보다 1.7배 증가했다. 가트너는 CES 폐막 후 지난해 14만 대에 불과했던 VR 및 헤드셋 출시량이 올해 140만대로 10배 급증할 것으로 예견했다. 메이저 IT 기업들이 가상현실 업계에 뛰어들고 있고 사용자들은 눈앞에 다가온 가상현실에 한껏 기대를 올리고 있다.
VR은 실제와 유사한 시각적 환경을 뜻한다. 이를 위한 가상현실 시스템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인간에게 가상현실을 디스플레이해주는 출력장치, 인간의 감각이나 주변 환경을 입력받는 입력장치, 입출력의 제어와 동기화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최근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는 VR 기기는 입출력장치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 사용자의 오감을 입력받고 출력장치로 반영시킨 인터랙티브 영상을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덕분에 최근 사용자가 보는 VR 영상은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3차원처럼 지각돼 꽤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는 가상현실의 가능성
VR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아직 VR 시장이 태동기에 불과해 게임업계에만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영화, 미디어, 교육, 훈련,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면 몰입도가 깊어진다. 소파에 앉아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있는 세계로 나도 함께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최대 TV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PC, 스마트폰, 크롬캐스트, 애플TV 등에 이어 VR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VR 헤드셋을 연결하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가상 홈씨어터룸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 VR 앱에서는 나무 오두막 같은 멋진 별장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창밖을 보면 에베레스트 정상에 있는 듯 한 설경이 보인다. 정면으로 보이는 넷플릭스 TV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가상 영화관 앱인 오큘러스 시네마 같은 형태로 벽돌 질감이며 바닥에 이르기까지 꽤 자연스럽다. 아직은 성능 제한 탓에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360도 둘러보는 것은 가능하다. 사용자가 마치 나무 별장에 앉아 홈씨어터를 시청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넷플릭스 VR 앱에서 제공하는 사용자 시점의 화면) |
(매터포트 앱 화면) |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바라본 VR
최근 VR 기술이 내세우는 경험은 실재감(presence)이다. 사용자가 가상의 환경에 푹 빠져 VR 기기를 인식하지 않으면서 마치 자신이 실제 환경 안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주관적 경험을 뜻한다. 아울러 데스크톱 컴퓨터를 넘어 사용자의 시각 전체를 커버하면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상현실 시장 리서치업체 그린라이트가 미국 전역의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가상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79%는 다시 경험해보고 싶어 하고, 가상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81%는 친구들에게 경험한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때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끝내준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VR 기술의 비약적 성장에 따른 밝은 미래를 시사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현실 기술이 넘어야 할 산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가상의 현실은 3차원 공간을 표현하지만, 이 공간은 사용자의 물리적인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것. VR 헤드셋 같은 매개기구를 착용했을 때, 눈 앞에 ‘인셉션’의 한 장면처럼 어떤 방안에 들어가 있고 책상 위에는 팽이가 돌고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하자. 생생한 몰입감에 마치 실제 공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나지만 팽이를 잡으려 다가가도 결코 팽이와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심지어 현실세계의 책상에 부딪혀 넘어질 수도 있다.
가상현실은 공간을 구현하고, 사용자는 공간을 지각하면 그 안에서 이동을 하려한다. 하지만 가상공간의 시각적 표현이 그럴 듯 해질 수 있어도, 공간 항해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사람들은 공간에서의 항해 혹은 이동을 할 때 사용자는 어디에 있으며,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등을 어떤 시각적 경험으로 제공할 것인지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가상현실의 인터랙션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시각적 경험의 수준은 이제 상당히 높아졌지만, 아직 가상현실이나 가상현실 내 사물을 어떻게 만지고 조작할지는 구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눈앞에서 팽이를 잡으려 해도 대상을 정확히 만지기 어렵고, 시각적으로는 만졌다고 해도 적절한 촉감피드백이 나타나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손 때문에 대상이 가려진다면, 손과 대상과의 거리를 계산하기는 수학적으로도 쉽지 않고,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는 요원하다.
또 멀티모달 환경에서 사용자의 오감을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인간의 시지각 및 인지 시스템과 맞지 않아 생기는 두통, 구토감이나 가상의 물체에 닿는 순간 인간의 촉각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청각이나 미각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매터포트 VR’은 부동산 업계에서 활용되는 가상현실 투어 앱으로 공간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퀄컴과 싱가포르의 GIC에서 30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차세대 부동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실제 공간을 가상현실로 만들어 앱에 올릴 수 있고 온라인에서 공유해 쉽게 실 공간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부동산 업자가 부동산을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매터포트 프로 3D 카메라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 업계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간이동 서비스는 가구 및 실내 인테리어, 호텔 및 펜션 등 숙박업계, 아트 갤러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헬스케어 역시 가상현실의 적용이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대 하버뷰 화상센터에서 활용된 스노월드 VR은 강력한 몰입감을 이용해 화상환자의 고통을 경감시켰다. 화상환자는 치료를 받을 때 극심한 고통에 사고 당시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와 반대되는 얼음이 가득한 환경에 놓여있는 착각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시킨다.
(영화 ‘인셉션’ 중 주인공이 가상현실 속에서 팽이를 돌리는 모습) |
(화상환자가 스노월드 VR을 통해 고통을 경감하는 모습) |
이 외에 최근 폴란드 학계에서 심박수 변화에 따른 LF/HF 지수의 값 측정을 위해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각종 공포증의 치료 기법으로도 사용된다. 공포증 치료법의 일환으로 한 종류의 강한 자극에 환자를 계속 노출시켜 자극에 둔감하게 만드는 노출치료가 있는데 가상현실은 환자에게 이러한 치료를 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의 매커니즘을 이해한 기술 가상현실로 경험하는 화면은 훌륭하다. 사람들은 영화 속 VR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길 꿈꾸며, 지난 몇 십년간 VR 시장을 발전시켜왔다. “사용자를 가상현실의 유토피아로 초대하고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적 경험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던 1990년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로부터 2014년 ‘구글글래스’를 거쳐 지난해 킥스타터에서 240만 달러를 모금받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등장까지, 실로 가상현실 시장의 기술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기술은 이처럼 발전해왔지만 사용자 경험(UX)의 고려는 아직 미진하다. 인간의 인지행동 매커니즘에 반하는 경험에 사용자가 가상의 공간이 실제와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용자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을 먹은 네오처럼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끌려나오는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제는 인간의 매커니즘을 이해한 기술이 필요하다. 기기와 인간 사이의 정교한 인터랙션을 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앞으로 가상현실에서 관련 UX 엔지니어와 UX 기획자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5호(2016년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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