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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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의 미래와 가상현실
이번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는 유난히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관련된 부스가 많이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을 가상으로 느낄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고, HTC도 스팀과 협업해 게임용 VR을 보여주었다. 통신사들도 5세대 이동통신에 가상현실을 덧붙인 시나리오를 전시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가상현실 위에서 소개됐다.
VR이 MWC를 주도하는 주제가 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었지만 실제 현장은 기대 이상으로 곳곳에 VR이 쓰였다. VR이 대세로 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VR은 분명 재미있는 콘텐츠고, 중요한 차세대 먹거리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흥분할 일도 아니다. 숨 고르고 통신과 가상현실의 연결고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으로서의 VR
가상현실이 전시장 곳곳에서 보였지만 모두 같은 용도는 아니었다. 삼성이나 LG처럼 제품으로서의 VR관련 기기를 꺼낸 기업들도 있었고, VR을 이용해 직접 서비스나 제품의 시연을 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어렴풋이나마 기업들이 VR을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건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이 범주로 분류된다. 그리고 HTC도 여기에 포함된다. 가장 화려했던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MWC 개막 전에 열었던 신제품 언팩(unpack) 행사에 5천여명을 초대했는데 모든 자리에 기어VR을 설치했다.
그리고 제품 소개 영상이나 중요한 장면들을 가상현실로 보여주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삼성전자가 VR에 대해 얼마나 큰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특히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초대해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행사의 백미를 장식했다.
이 이벤트로 삼성전자는 VR 분야에서 페이스북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자랑하고자 했다. 페이스북은 VR 플랫폼 중 하나인 '오큘러스(oculus)'를 갖고 있는 회사다.
삼성전자는 VR을 볼 수 있는 기기, 그리고 360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카메라를 발표했다. 보고 만드는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 콘텐츠를 올리고 유통하는 핵심 파트너는 페이스북이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고동진 사장은 마크 저커버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것으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HTC는 스팀의 바이브(Vive)를 끌어 안았다. 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VR이 아니고 자체 VR기기다. VR디스플레이와 게임 콘트롤러까지 포함된 게임용 통합 VR이다. HTC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주 공격적으로 성장했지만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HTC 역시 VR이 다음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략을 세웠고, VR의 방향성을 게임으로 잡았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3D 모델링을 하기 때문에 게임은 아주 자연스럽게 3D VR 콘텐츠가 된다. 여기에 어떤 경험을 더해 줄 것이냐가 스팀의 숙제고, HTC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게임이 아니라 몸을 쓰는 가상현실 게임을 소개했다.
LG전자는 VR파트너로 구글을 택했다. 구글은 유튜브, 그리고 카드보드를 통해 VR 시장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 왔다. 익스페디션이나 교육 프로그램에도 VR을 이용하고자 한다.
다만 구글은 그들의 특성상 비싼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VR을 구현해 왔다. 바로 카드 보드다. 단돈 몇 천원이면 안드로이드폰으로 VR을 체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중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VR 기기도 필요로 한다. 더 나은 콘텐츠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요즘 구글과 관계를 돈독히 다지면서 시장 회복을 노리는 LG는 자연스럽게 구글과 손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 구글, 스팀은 VR의 가장 큰 세 축으로 꼽히는 회사다. 그리고 이들은 하드웨어보다 규격, 표준화 등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들과 손을 맞잡은 삼성, LG, HTC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사활을 건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 사이의 관계는 우연이 아니다.
하드웨어 회사들은 과거 안드로이드가 운영체제와 플랫폼으로서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릴 때 누구와 어떻게 손을 잡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지는 극단적인 경험을 했던 게 삼성, LG, HTC다.
스스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 수 없다면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이 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고, 이번 MWC를 통해 그 해답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플랫폼을 갖는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안드로이드 보급 초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림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과 저커버그의 포옹에는 서로 다른 계산과 의미가 숨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콘텐츠의 숙제, ‘재미 그 이상의 무엇’
VR의 성패는 역시 콘텐츠에 달려 있다. 어디에 쓸 것이냐는 것이다. VR 콘텐츠를 단순하게 나눠보자면 '엔터테인먼트 VR'과 '기업용 VR'로 구분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VR은 게임이나 영화, 혹은 MWC 곳곳에서 시연됐던 롤러코스터 영상같은 가상 체험 등을 말한다.
엔터테인먼트 VR은 지금 당장 이 기술에 대해 알려줄 달콤한 먹거리다. 하지만 그게 자칫 기술에 대한 생각을 가둘 수 있다. 과거 3DTV처럼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3DTV는 콘텐츠나 플랫폼보다 하드웨어의 경쟁이 먼저 시작됐다. 심지어 하드웨어도 순조롭게 깔렸다. 영화 ‘아바타’가 빵 터지면서 데모 형태의 콘텐츠에도 시장은 열광했다. 이렇게 멋진 콘텐츠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고, TV 업체들은 일단 제품부터 만들어서 팔았다.
하지만 3D 콘텐츠는 너무 제한됐다. 개인이 영화 수준의 콘텐츠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아니, 영화도 흔치 않았다. 이를 유통하는 매체도 3D블루레이 정도로 제한됐다. TV업체들도 ‘스마트TV’에 3D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3D는 그렇게 잊혀져 버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인용 VR 카메라를 발표한 데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보는 것만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짜 VR의 잠재력은 산업용 VR이 가름지을 가능성이 높다. 수십 만원씩 하는 카메라와 VR 액세서리를 개인이 디카나 스마트폰처럼 덥석 구입하긴 쉽지 않다.
기업용 입장에서는 다르다. 수 천만원, 수 억원에 만들던 것을 VR은 단돈 몇 십만원, 혹은 몇 백만원에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업들은 가상현실을 꽤나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노키아는 가상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 모여서 원활하게 대화를 나누려면 지연 시간이 짧아야 하고, 5세대 이동 통신이 그 역할을 해준다는 시나리오다.
12개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붙여 실시간 VR 영상을 만들어내는 오조(OZO)도 시연했다. 이 카메라는 현재 산업 현장을 촬영하기도 하지만 VR기반의 영화 촬영에도 쓰이고 있다. 화웨이 역시 실시간으로 현장을 360도 둘러볼 수 있는 VR 기반의 관제 솔루션을 선보였다.
가상 공간을 만들어내는 VR 뿐 아니라,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올려 보여주는 증강현실도 실제 사용 시나리오들이 선보였다. 액센츄어는 피아트, 구글과 손잡고 AR(증강현실)기반의 가상현실 자동차 전시관을 만들었다.
빈 공간에 실제 크기의 자동차를 가상으로 띄워주는 기술이다. 기기는 주변 공간을 인식하는 프로젝트 탱고 기술을 이용한다. 주변 공간을 인식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실제 자동차가 없어도 차량의 크기나 디자인을 짐작하기 쉽고, 실제 차량에 앉아보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태블릿 외에 전용 안경을 끼고 실제처럼 볼 수도 있다. 액센츄어는 카메라로 기기 설비를 인식해 손봐야 할 부분을 증강현실로 알려주고, 수리 방법까지 실시간으로 띄워주는 기술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를 부스에 전시했다. 실제 데모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파트너 상대로 시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화를 꿈꾸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있지만 확실한 건 VR 시장에 '재미'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MWC를 통해 비춰졌다.
하드웨어의 한계도 풀어야
아직 풀어야 할 문제도 많이 있다. 일단 하드웨어의 개선이 필요하다. 일단 VR 기기들은 머리에 계속해서 쓰고 있어야 하는데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짓누르는 느낌을 주는 제품도 있고,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손으로 계속해서 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을 꽂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이 앞쪽에 쏠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화질도 숙제다. 더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볼 때는 풀HD(1920x1080)이나 심지어 HD(1280x720) 정도의 해상도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VR은 아주 가까이에서 보기 때문에 갤럭시S7의 QHD(2560x1440) 해상도도 다소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그보다 해상도가 낮은 제품도 많다.
반응 속도도 더 빨라질 필요가 있다. 머리를 움직였을 때 아주 미묘하게 늦게 움직여 멀미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편하게 쓸 수 있어야 그에 따른 콘텐츠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영화나 게임만 해도 한 두 시간씩 이어지는 콘텐츠고, 산업용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기기 관련 기술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결국 반도체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보다 더 빨리 풀릴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기대만큼 냉정한 시선 필요
통신 관련 전시회인 MWC에 VR이 왜 나왔나 하는 고민을 놓칠 수 없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모바일 기기와 이동통신 기술의 미래로 VR을 꼽았다.
그 명분 자체는 MWC와 잘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MWC를 통해 VR을 선보여야 했던 기업들은 많았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의 변화로 VR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이 만들고 보여줄 콘텐츠가 VR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도 마찬가지다. VR의 사실성을 높이려면 콘텐츠의 해상도가 높아져야 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빠른 통신망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현실과 가상 공간을 연결하는 데 지연 시간이 0초에 가까워질 만큼 획기적으로 줄어야 한다. 0초에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5G, 그리고 더 좋은 스마트폰 단말기는 VR이 자리잡기 위한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5G는 VR', '통신의 미래는 VR에 달렸다' 같은 낯부끄러운 해석도 적잖이 눈에 띈다. 어떤 경우에도 VR은 스마트폰처럼 모두가 하나씩 갖고 다니면서 어디서나 활용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기는 어렵다. 섣불리 환상과 거품은 실망을 가져올 수 있다.
VR이, 그리고 AR이 갖고 있는 가치는 분명하다. 조금은 천천히, 냉정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발을 내딛을 필요가 있다. VR을 두고 스마트폰처럼 단숨에 폭발력을 보여달라고 보챌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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