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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동전 없이 돈 쓰는 디지털 세상 준비해야
[테크M = 김정혁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급수단 이용행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합적인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지급수단은 현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여전히 사용이 편하고 눈에 보이면서 손에 쥐고 거래하는 현금의 안정감과 보편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거나 재화나 용역을 거래할 때 지급되는 돈의 유형은 다양하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대부분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카드와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카페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와 차를 주문할 때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매하는 소액결제도 신용카드 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바일카드를 꺼내든다. 동료들과의 점심식사나 금액이 큰 저녁모임에도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간단히 장을 볼 때 잔돈을 마트 포인트로 적립하는 경우도 있다. 불과 10년 전에는 상점에서 많은 지폐와 동전을 확보하고 장사를 시작해야 했다. 공중전화, 자판기, 대중교통은 물론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았던 현금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낮아지는 동전의 효용성
두둑한 지갑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신용카드 몇 장으로 생활이 가능한 시대로 진입하면서 특히 동전에 대한 효용성과 가치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본에서도 현금 사용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화폐발행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IT 기업과 전자금융업자들은 다양한 전자결제 관련 페이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으며, 통신사, 유통사까지 가세해 현금 대신 전자결제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편의성과 맞춤형 온·오프라인 가맹점 프로모션을 확대해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는 원화 대신 전자화폐 개념의 e머니, e캐시, 사이버머니 등으로 거래되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도 국경을 초월해 지구촌 사용처와 새로운 소비자 계층을 넓혀가고 있다.
기원전 7세기경 터키지역에서는 금과 은을 섞어 오늘날 e머니의 어원이 되는 ‘일렉트론’이라는 천연합금으로 동전을 제작했다. 메소포타미아 왕조시대 법전에는 어린이를 납치하거나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경우 각각 은 15쉐켈(5온스)과 5쉐켈을 지불하도록 해 벌금부과 용도로 화폐를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화는 고려 성종 때 철전으로 주조한 ‘건원중보’인데 대규모 상업지역인 개성에서 쌀과 함께 활발하게 유통됐다. 중세 후기 이후에 생산력 발달, 의식주 욕구 확대와 함께 동전이 발행되고 은화와 금화가 등장하면서 재빠른 상인들은 화폐를 모아 은행가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동전의 발행은 지금도 주조과정이 복잡하고 제작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보관, 교환, 수납 등 일련의 유통관리에 소용되는 사회적 비용 또한 적지 않다. 세계 최초의 은행권을 발행한 나라는 1661년 스웨덴이지만 현재는 현금사용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로 등극하면서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의 상점들은 모든 결제를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로만 제한할 예정이며, 정부에서도 현금거래를 위한 비용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반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평소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평균 7만 4000원이며 월평균 현금인출금액은 14만 9000원으로 매년 이용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10대와 20대는 중장년층보다 훨씬 적은 현금사용과 디지털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동전과 지폐보다는 스마트폰과 결합된 선불카드 개념의 지급수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갈수록 현금사용률이 떨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점포가 없는 은행, 금융기관의 개입이 없는 금융서비스, 개인간 국경 없는 금융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이는 IT 기반의 모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이 독자적인 금융플랫폼을 갖추면서 금융과 IT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데 기인한다. 기존의 금융시장 장벽이 높고 신규 진입이 어려운 국내 금융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금융문턱이 낮은 디지털채널을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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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는 중장년층보다 훨씬 적은 현금 사용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결합된 선불카드 개념의 지급수단을 선호해
현금 사용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페이팔’, ‘애플페이’, ‘알리페이’ 등이 글로벌 모바일 페이먼트 영역에서 높은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문을 활짝 열고 주도권 경쟁을 달구고 있다. 여기에 통신사와 유통사까지 가세해 기존 전자금융업자들의 전통적인 지급수단인 선불·직불카드, PG, 휴대폰 소액결제 등과 기술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또 카드회사도 모바일 앱에 신용카드 기능을 집어넣은 ‘앱카드’에서 벗어나 모바일카드 단독발급 허용을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의 한축을 형성해 방대한 가맹점을 기반으로 경쟁적으로 마케팅 중이다.
이처럼 모바일 뱅킹, 모바일 결제 시대가 활성화되면 머지않아 우리는 우리의 생체 일부를 활용해 인증과 금융거래를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화 기기에서 홍채, 정맥을 이용해 본인확인과 동시에 송금, 대출이 성사되고 편의점에서는 음성이나 지문을 통해 쿠폰 제공과 포인트 적립을 수반하는 구매가 이뤄지며 식당과 대중교통은 스마트폰 하나로 간편하게 결제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현금 없는 사회로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하지만 개인들의 현금사용률이 줄어들고 있어도 동전과 지폐가 필요한 장소와 상점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며 전자결제가 안고 있는 해킹, 스미싱 등 정보유출과 부정거래 등 불안감이 어느 수준까지 해소되기 전에는 현금사용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위기와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 저금리와 경제 성장 정체가 지속되면 현금보유량이 많아진다.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는 노년층과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적 노력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숫자 ‘0’과 ‘1’의 디지털 데이터가 실물 화폐를 대체하는 경제활동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제 공은 기존의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으로 향하고 있다. 금융·IT 융합을 과소평가하거나 제한적인 영향으로만 여기고 소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수익의 원천인 충성도 높은 고객을 잃거나 신종 화폐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 새로운 금융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기관들의 체계적인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맹거는 인류의 3대 발명품 중의 하나이자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장 큰 선물이라는 화폐를 ‘물물교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발명품’으로 간주했다. 이제는 화폐 거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디지털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주도하에 통화정책과 지급결제를 연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래 금융결제 정책을 펼쳐 나갈 시기라고 여겨진다. 일부 국가에서 자연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바뀌거나 정부 주도하에 이끌고 가거나 하는 경우는 모두 우리에게 좋은 사례다.
‘동전 없는 사회’ 워킹그룹 신설
현금거래 시 발생하는 동전의 유통을 스마트하게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가맹점에서 고객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적립해 편의성과 경제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줄어드는 동전 발행 비용으로 공공인프라 성격의 시스템 개발과 운영에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산하에 ‘동전 없는 사회’ 워킹그룹을 신설해 금융업계와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모델을 발굴해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는 지금 IT가 주인공인 새로운 금융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금융업계의 지속적인 혁신모델 발굴 노력과 함께 장기적인 디지털 비즈니스 로드맵을 수립해 책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5호(2016년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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