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는 실물카드를 소지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로 ‘모바일 카드’와 ‘모바일 간편결제’ 방식으로 구분된다. 모바일 카드는 스마트폰의 유심(USIM)칩 또는 앱에 카드를 저장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별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반면, 모바일 간편결제는 개인이 소지한 카드를 전자지갑에 등록한 후 간단한 본인인증만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로 비금융권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다.

비금융권, 모바일 간편결제 출시 급증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는 새로운 결제수단이라기보다는 카드의 복잡한 결제단계를 축소한 부가 서비스 개념으로, 특정 신용카드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는 범용성과 뛰어난 편의성을 무기로 모바일 결제시장을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삼성페이 같은 기존 마그네틱 단말기를 지원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늘어날 경우 오프라인에서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모바일 결제의 95.4%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수가 전국 유효가맹점 177만 개의 1.5% 수준인 2만 6000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지원책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간편결제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혁신 환경이 핀테크 성장을 이끌면서 국내외 비금융 기업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네이버, 카카오, 구글, 텐센트), 모바일 기기 제조사(애플, 삼성), 유통업(신세계, 롯데, 옥션, G마켓, 아마존), 전자결제 사업자(KG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 페이팔) 등 다양한 산업에서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 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시작한 결제영역을 오프라인으로 넓히고 있다. 그러나 전용단말기를 갖춘 가맹점 부족으로 확산이 더디며, 간편결제 사업자간에 타사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아 사업자별로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 소비자 불편도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바일 간편결제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구조에 간편결제 사업자가 개입하는 형태로 간편결제 수수료는 무료이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들 기업의 매출 규모에 비춰볼 때 수수료 수익이 극히 미미해 수수료가 주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간편결제 서비스의 제공은 수수료 수익보다는 고객 창출과 유지, 상품판매 확대, 결제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통한 마케팅 강화, 신규 서비스 개발, 미래 시장 선점 등의 부가적인 가치 창출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비금융 기업들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은 카드 시장규모 및 카드사 영업비용 측면에서 신용카드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카드 시장규모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휴대폰 소액결제 및 계좌이체 등이 카드결제로 대체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스포츠, 레저 활동 등 지갑 소지가 불편한 환경에서 모바일 결제가 늘어나 전반적으로 카드 이용규모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모바일 결제가 발전함에 따라 은행, 유통업체 등이 카드결제시스템을 우회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면 카드시장의 잠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은행을 중심으로 구매자와 판매자간 간편 계좌이체를 통해 결제하는 P2P 결제서비스 ‘zapp’이 개발돼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미국에서는 60여 개의 대형 유통사가 연합해 가맹점 수수료를 우회하는 ‘커런트C’라는 결제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또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금융거래를 위한 접점을 확보한 후 소액대출시장에 진출할 경우 신용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카드론, 현금서비스와 같은 단기신용대출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 중국에서 ‘알리페이’를 운영 중인 알리바바는 고객의 상거래 내역 및 결제내역을 바탕으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대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둘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산은 카드사의 영업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바일 간편결제가 확대됨에 따라 자사의 카드가 메인카드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각종 포인트 혜택, 할인, 홍보 등 프로모션 확대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될 경우 부정 사용률도 동반 상승할 수 있으므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 고도화 등 보안 투자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애플페이 거래의 약 6%가 금융사기로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신용카드 거래의 0.1% 정도가 금융사기에 연관돼 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모바일 결제가 시장에 정착돼 실물카드가 필요 없게 될 경우 장당 1만5000원~2만 원이 드는 실물카드 발급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신용카드업계, 기회와 위기 공존 ‘페이 전쟁’의 서막을 알린 ‘카카오페이’ 출시 이후 어림잡아 20~30개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이 향후 지급결제 분야를 넘어 다른 금융영역으로 서비스 확대를 시도하는 것은 카드사에게 분명 위기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의 발전은 신용카드업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카드 사용 및 고객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공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누가 승자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개방적인 사고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업만이 최종 승자로 남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5호(2016년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