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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영향을 미친 정치 전략의 사례들

2016-04-13최홍규 EBS 연구위원



인터넷, 정치 전략적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다
흔히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공론의 장이 형성되었고 대안미디어가 탄생했으며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그러나 필자의 관점에서 인터넷이 새로운 정치적 환경을 창출해내고 있다기보다는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전략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고 본다.



커뮤니케이션 영역의 한 분파인 정치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논의들을 살펴보면, ‘인터넷이 도구로써 활용ㆍ매개되어 기존에 이미 개념화된 정치적 전략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관점이 일반적이다. 물론 인터넷이 정치적 전략들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정치적 상황과 판세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행위자나 이슈, 사회ㆍ경제적 분위기, 대중의 의식수준 등 정치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들을 모두 차치한 채 ‘인터넷 때문에 정치는 큰 영향을 받았고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인터넷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혹은 정치 분야에 있어서 인터넷의 역할이, 기존에 이미 형성되어 왔던 정치 전략적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정되어 있다고 보고 그 범위를 좁혀 논의해보고자 한다.



인터넷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2013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펑과 그의 동료들은 법과 정책이 형성되거나 공공영역에서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이른바 정치적 결과들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ICT)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이러한 정치과정을 도식화하면서 ICT가 각 단계별로 어떠한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6개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인터넷이 관여될 수 있는) 정치적 과정의 도식화. 출처: Six Models for the Internet + Politics (Archon Fung,Hollie Russon Gilman and Jennifer Shkabatur, 2013)
((인터넷이 관여될 수 있는) 정치적 과정의 도식화. 출처: Six Models for the Internet + Politics (Archon Fung,Hollie Russon Gilman and Jennifer Shkabatur, 2013))




각 6개 모델들은 ‘어떠한 정치적 과정에서 ICT가 관여하는지’에 따라 나뉜다.

모델 1: 시민들이 공공영역에서 의견을 내고 이것이 정치인과 정부기관 등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관여하는 경우
모델 2: 시민들이 즉각적으로 공소를 제기하는 등의 공개활동 과정에서 관여하는 경우
모델 3: 시민들이 정치인이나 정부기관들에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관여
모델 4: 여러 기관과 기업들이 공공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관여
모델 5: 시민들이 여러 기업이나 기관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관여
모델 6: 시민들이 여러 기업이나 기관, 정치인, 정부기관 등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관여



이 모델들의 전제는 간단하다. 인터넷을 포함한 ICT가 정치적 과정에서 도구로 활용되는 방식은 정치적 주체들이 어떠한 정치활동을, 어떠한 경로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요소들이 기능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이 영향을 미치는 양상에 따라 각각 6개의 모델이 제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각 모델들을 설명할 수 있는 몇가지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사례 1 : 정당의 채팅방 만들기
1996년 8월, 미국 공화당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온라인 채팅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최초의 정당이 된다.

IRC chat forums에 접속한 의회의 멤버들과 공무원들은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로써 인터넷을 통한 전당대회 홍보가 가능하며 시민과의 소통도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앞서 언급한 모델을 상기해보면, 이는 [모델 3]과 같이 시민들이 직접 정치인 혹은 정부관계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이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

공화당이라는 정치적 주체가 인터넷 채팅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냄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의 효과적 전달’이라는 정치 전략에 인터넷이 매개체로써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전략적 효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사례 2: 소셜미디어에서의 유명인 지지선언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앞설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오프라 윈프리의 지지선언’이 꼽히기도 한다.

원래 마케팅 영역에서 쓰이는 유명인에 대한 인도서먼트(endorsement) 효과는 정치커뮤니케이션 영역의 여러 연구들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오프라 윈프리라는 유명인이 지니고 있는 인기와 명예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서 보증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2012년 미국대선에서는 오바마에 대한 더욱 많은 연예인들의 지지가 이어졌는데, 이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인도서먼트 효과의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2012년 미국 대선 선거운동의 효과를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트위터의 ‘트윗수’로 측정할 수 있다던 당시 업계의 전언 역시 이러한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기업이나 기관들이 공공영역과 공공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앞서 언급한 [모델 4]에 해당)에 정치적 이슈들의 ‘진실’ 역시 뉴스형태로 전파되어 공공에 전달된다. 물론 이러한 뉴스들은 전통적인 미디어와 뉴미디어 이용자들에게까지 확산된다.

이 경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연예인 공개지지 선언의 효과가 그대로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전이될 수 있다. 유명인의 공개지지 선언을 통해 인도서먼트 효과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표심의 이동이 이뤄지는 정치 전략적 과정에서 역시 인터넷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사례 3: 후원금의 온라인 송금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2000년 미국 대선 후보자였던 빌 브래들리는 대통령 후보자로서는 최초로 인터넷으로 후원금을 모았다. 1999년 3분기에만 65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후 10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되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당시로서도 인터넷으로 후원금을 모으는 일이 생소했는지, 빌 브래들리 측 캠프는 인터넷 공간에서 신용카드로 기부받는 방식에 대한 허가를 연방 선거위원회에 요청했다고 한다.

미국 정치에서 후원금은 선거 입후보자의 정치적 입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후원금 규모의 산정이나 모금형태가 정치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요소에 해당된다.

빌 브래들리 캠프의 인터넷 후원금 모금은 시민들이 정치인과 상호작용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행위의 일부이다(앞서 언급한 [모델 6]의 일부개념에 해당). 후원금 모금이라는 구체적인 정치 전략의 실행을 위해 인터넷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정치 전략은 어떠한 정교화 과정을 거칠 것인가
앞서 필자는 인터넷이 기존에 형성되어 왔던 정치 전략적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인터넷을 정치의 도구로 상정하고, 정치적 결과에 있어서는 인터넷을 매개적 요인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치라는 테마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고 그에 포함된 학술적 개념과 사회적 현상들은 이미 이론적으로도 무수히 정립되어 왔기 때문에 인터넷을 정치적 현상의 원인으로 상정하기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 TV, 라디오, 잡지라는 전통적 미디어들에 대한 경계마저 모호해지고 인터넷의 개념적 범위도 역시 규정하기 어려워, 인터넷으로 정치가 바뀌었다고 결론내기 힘든 상황이다.

기존 미디어들도 현재 인터넷의 일부 기능을 이미 수행하고 있었으며, 인터넷도 기존 미디어들의 기능을 수렴하는 형태로 개념이 점차 진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인터넷이 정치를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 미디어들이 수행하던 정치 전략 실행의 도구적 기능들이 인터넷으로 인해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개념의 등장 자체가 인류 정치사에 남긴 족적은 선명하고 그 역할도 크다.

필자는 인터넷이 정치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정치 전략의 요소들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했던 것인데, 이는 어떠한 미디어도 역사적으로 이루지 못했던 ‘정치 전략적 성과’들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성취된 측면을 부각시키고자 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터넷은 어떠한 측면에서 더욱 정치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까. 필자는 정치적 전략을 정교화 위한 필수적 절차인 수용자 조사 및 분석 분야에서 인터넷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행위에는 연설, 선거운동, 광고홍보물, 토론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행위들은 미디어가 진화할 때마다 그 포맷이 변화해왔다.

운동장에서 유세하던 정치인이 소셜미디어 페이지를 통해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신문의 지면토론이나 라디오 토론이 TV토론으로 대체되거나 동영상을 통해 연설을 공개하는 식으로 말이다. 정치적 메시지 전달 행위가 다양한 미디어 포맷에 담겨지는 과정에서 메시지 전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여론조사도 발전해왔다.

면대면 조사에서 우편조사, 이메일조사, 전화조사, 모바일조사 등 그 진화의 형태도 미디어가 발달하는 형태에 맞춰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정치와 선거의 전략들은 모두 정치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인식수준에서 실행되어야 하기에 이러한 수용자 조사분야의 발전은 정치 전략을 정교화하는데 필연적인 것이었다.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4에서는 미국 대통령 후보들 간 TV토론 시청자가 반응한 데이터, 이른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을 다뤘다.

인터넷 유저들이 TV에 나온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 모습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면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내용이다. 드라마에서 알고리즘 개발자는 컴컴한 방에 앉아 사람들이 쏟아내는 반응들과 이를 분석해내는 결과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또한 TV 토론에서 어떠한 단어가 등장할 때 자기쪽 후보에게 유리한지까지도 모니터링 한다.



드라마의 장면은 인터넷이라는 매개체가 어떻게 정치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매우 적확한 사례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생산해낸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용자 분석이 이뤄지며, 이를 통해 정치 메시지가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여지는 이용자 데이터가 없으면 절대로 실행될 수 없는 수용자 분석절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터넷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정치 전략을 정교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내는데 더욱 정교한 분석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인터넷의 능력은 이미 극대화되고 있다.

인터넷은 여전히 정치 전략적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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