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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정치
2016-04-14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일상적인 인터넷과 다른 점은 인터넷은 정보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지식의 접근성, 활용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을 유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사람들과의 네트워크의 경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동기(motivation)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액션인 사회적 활동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네트워크에서 만난 첫 사회적 경험은 PC통신 동호회를 통한 것이다. 1990년을 전후로 인기를 끌던 PC통신 서비스인 케텔과 PC서브(이후의 천리안)에는 다양한 동호회들이 개설되었고, 이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저자는 PC서브의 ‘셈틀소리’라는 미디, 컴퓨터 음악 동호회에 가입해서 미디 음악을 작곡하고 기계를 구매하였고,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스튜디오에서 녹음도 하는 등 재미있는 사회활동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PC통신 동호회를 통해 여러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런 경험을 혼자서는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의 힘은 실질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강력하게 발휘된다. 최근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는 이런 네트워크의 결성과 영향력의 범위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누구나 개인적인 자신만의 페르소나(persona, 자신의 한 단면)를 가상공간에 소유하고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다.
인간들의 의도를 묶어내면 무슨 일이
인터넷은 무엇보다도 숨어있던 열정적인 사람들을 전면으로 끌어내어 이들이 서로 연대하고, 실제 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비록 형태는 온라인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기저에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실제 세계에서의 철학과 오프라인에서의 역량 및 생각이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2011년에 있었던 중동의 쟈스민 혁명과 월스트릿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들불처럼 퍼졌던 “월스트릿을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 운동의 양상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중동의 쟈스민 혁명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는 이들 민중들의 억압된 마음을 연결하는 일종의 신경계처럼 작동을 하였다.
작은 그룹이 조직되고, 이들이 행동에 나서면 또한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연결고리에 의해서 운동의 크기는 삽시간에 나라 전체로 확산이 되었고, 결국 이런 실제적인 움직임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의 혁명으로 끝을 맺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이들 플랫폼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심장부인 월스트릿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부패하고, 탐욕스런 금융산업과 치솟는 실업율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99%가 1%의 상류층의 거리를 점령한다는 의미의 시위가 뉴욕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운동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 전 세계 82개 국가의 95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운동은 캐나다의 행동주의 그룹인 애드버스터스(Adbusters)에 의해 시작되어 “99% 대 1%”라는 어찌보면 단순명료한 슬로건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데 성공했지만, 쟈스민 혁명과 같은 명확한 끝맺음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사회, 그리고 기업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일자리와 수익의 분배에 대한 문제점, 금융산업의 변화, 그리고 검은 돈이 정치를 좌우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과 철학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주의가 구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풀뿌리에서 선출한 정치인들이나 자신들이 먹여살리고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민초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변화를 위해 싸울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운동을 “비이성적”으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셜 미디어가 어떤 실체적 진실을 담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며, 그에 비해 퍼져나가는 속도는 광속과도 같으니 이것이 커다란 문제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쟈스민 혁명이나 월스트릿을 점령하라 시위에서 사람들이 경험과 감성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동작하였다.
단순히 인터넷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어떤 비전이 중요하고,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 지에 대한 메시지와 감성이 이들의 변화를 이끌었다.
운동에 불을 붙인 것은 억압과 불평등, 불공정, 그리고 비전과 희망에 대한 의문이었다. 기술은 이런 근본적인 의문에 대하여 소셜, 모바일, 실시간의 이름으로 약간의 도구적인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자유를 추구하는 해커들 vs. 이들을 통제하고 싶은 정부
1989년 텍스트로 인터넷을 하던 시절, 아직 웹은 탄생도 하지 않았을 당시 R. U. Sirius (읽으면 당신 심각해? 라는 발음이다)라는 인물이 몬도 2000(Mondo 2000)라는 잡지를 창간한다.
미래학자이자 SF소설가로 유명한 사이버펑크의 대가 윌리엄 깁슨도 즐겨보았다는 이 잡지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보여줄 미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였다.
R. U. Sirius는 1992년 몬도 2000을 같이 집필하던 St. Jude Mihon과 함께 창조적인 해커들이 세상을 변형하고 지배하는 세상을 소재로 한 SF소설을 같이 쓰고 있었는데, 암호화를 통한 해커들이 자유를 확보하고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난다는 설정을 하였다.
그리고 이런 설정을 이야기하면서 에릭 휴즈(Eric Hughes), 존 길모어(John Gilmore), 팀 메이(Tim May)와 함께 다양한 사이버펑크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당시 팀 메이는 공산당선언(The Communist Manifesto)을 흉내낸 암호화무정부주의자선언(The Crypto Anarchist Manifesto)이라는 것을 쓰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암호화된 무정부주의자인 스펙터(specter)가 등장하고, 암호화된 통신과 익명성을 가진 온라인 네트워크가 정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서 경제활동을 컨트롤하고, 정보들은 비밀리에 유지되는 그림을 그려냈다.
당시의 암호화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런 문화는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정부와 같은 빅브라더의 통제가 커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대한 탈출구의 역할을 하였고, 1990년 초반 다양한 암호화 기술에 심취한 해커들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 중 유명한 인물 중의 하나가 현재 와이어드의 수석기자로 해커선언문과 <해커스>란 책을 쓰기도 한 해커문화의 대가인 스티븐 레비(Steven Levy)이다. 또한, 존 길모어는 암호화와 관련한 다양한 문서들을 사람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는데, 이 때 미국 국가안보국 NSA에서는 존 길모어를 방첩법(Espionage Act,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보안법쯤 된다) 위반으로 잡아들이겠다고 위협을 하자, 이 사실을 공표하여 위기를 벗어나기도 하였다.
필 짐머만(Phil Zimmermann)이 개발한 PGP(Pretty Good Privacy)는 당대 최고의 암호화 소프트웨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 사이버펑크에 열광한 수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이 되었고, 비상업적 용도로 완전한 오픈소스로 공개되었다. PGP는 알고리즘에 대해 전혀 몰라도 누구나 간단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 암호화된 메시지와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클린턴 행정부는 1993년 4월, 암호화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한다.
NSA에서 안전한 음성통화를 위해 암호화 칩셋인 클리퍼 칩(Clipper Chip)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것을 강제화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 때 암호화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백 도어를 열어서 다양한 감시/감청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를 좌절시키기 위해서 나섰던 집단들도 사이버펑크 운동을 주도했던 존 길모어 등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클린턴의 이런 시도는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이 사건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정부 등에서 주도한 중앙집중적이고도 제어를 할 수 있는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 산업계와 개인의 자율적 선택으로 네트워크에서의 자유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사이버펑크와 암호화 및 해커들의 문화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실리콘 밸리의 다양한 젊은 층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혁신의 물결이라는 긍정적인 부분과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나 NSA의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일련의 사건들에서 보듯이 과거의 빅브라더와 암호화를 이용한 무정부주의자들의 충돌이 다시 한번 가시화되면서 네트워크 사회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나 국가가 전체를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주민등록번호 및 공인인증서라는 체계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몇몇 사건 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과 기술, 그리고 행정편이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에, 이렇게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논쟁, 그리고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는 상관없는 피상적인 이야기와 대책들만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펑크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해서도 더 고민을 하고, 그런 사회에서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네트워크의 강력한 힘을 통해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혜안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이제는 더 이상 숨을 곳도 없고, 사실 상 프라이버시라는 것은 거의 사라지는 세상에서 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를 내가 개방할 것이며, 어떤 것들을 보호할 것인지 정도는 개인들의 자유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보호하려면 보호할수록 할 수 없게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불편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내 필요에 의해서 명시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그런 배려가 필요한 게 아닐까?
다양성이 존재하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는가
관계를 통해 연결한 연결지성이나 소셜 미디어는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단, 스스로 힘을 가지려면 네트워크에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과도한 집단성이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이슈를 포괄해야 하는데,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성향이 많이 보인다.
이는 인터넷 본연의 자정능력을 해치는 행위다. 진정한 사회적 경험은 오픈 마인드에서 시작한다. 마음을 열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생각을 듣고 그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려는 노력,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정치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쉽게 뭉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고, 동시다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혁명의 중심에는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불타오르는 감성이 있다.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적인 열망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가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선순환의 고리를 통한 변화를 경험한다.
이런 변화는 개개인의 비젼과 리더십에 기인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비전을 공유하고, 한사람 한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 자신들을 따르게 하는 물결이 나타날 때 이런 변화의 동력이 발생한다.
이런 변화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일하는 환경과 인프라의 변화, 서로가 상부상조하며 도울 수 있는 그런 프로세스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런 철학을 숙지하고 실천에 옮긴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의 2011년 11월 CNN 머니와의 인터뷰 일부를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정치에 대한 간단한 결론을 대신하려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신뢰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제가 생각하기에 기업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은 우리 자신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워싱턴이 무엇인가를 하도록 기다릴 수 없습니다.”
하워드 슐츠는 2011년 10월 미국 전역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작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우리 모두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행동가이다. 이것이 인터넷이 미래의 정치에 있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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