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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와 개표

2016-04-14최호섭 칼럼니스트



투표와 개표, 어디까지 왔나
많은 부분들이 점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른바 O2O(offline to online) 시대다. 쇼핑부터 배달음식까지 이제는 직접 움직이는 걸 떠나 사람을 마주하는 것조차 멀어지는 시대다. 하지만 잘 안 바뀌는 분야도 있게 마련이다. 선거와 투표도 그 중 하나다.

돌아보면 선거의 전체적인 진행 방식은 큰 변화 없이 수 십년을 흘러 왔다.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이 후보자 당선의 주요 셈법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인데, 투표 방법에 대한 고민은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선거운동 정도가 유세장에서 TV로, 그리고 다시 포털과 소셜미디어로 확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의 변화는 먼 이야기다.

물론 모든 사회적 행동이 온라인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다. 특히 선거는 대표자를 뽑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눈으로 보여지는 행사 자체로 그 무게감을 더하고, 당선자들에게 더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는 효과도 있다. 선거의 사회적 비용은 단순히 돈으로만 가치를 매기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투표에 디지털 더하는 시도
투표 제도 변화에 대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종이 없는 전자 투표는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는 기술이다.

프랑스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전자투표를 시행했다. 모든 유권자가 전자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지역에서만 도입했다.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투표소에 가지 않고 PC나 스마트폰으로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 확인과 비밀 투표 등 기존 투표의 원칙은 그대로 두고 종이에 도장을 찍는 투표 과정만 바꾸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전자투표 (출처: cnrs)
(프랑스 전자투표 (출처: cnrs))




프랑스 뿐 아니라 전국을 몇 달간 돌며 치러지는 미국도 대통령 선거에 일부 전자 투표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 일본, 브라질, 스위스, 인도 등이 전자 투표를 실제 공직 선거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부터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전자 투표 시스템으로 대통령을 뽑고 있고, 영국과 스위스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로 중요 정책을 결정하기도 한다.


미국 전자투표 시스템 (출처: theblaze)
(미국 전자투표 시스템 (출처: theblaze))


전자 투표를 둔 논란은 어느 나라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자 투표의 가장 큰 장점은 집계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론상 완전한 전자 투표가 이뤄진다면 투표 시간 종료와 함께 당선자, 혹은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참여를 기반으로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좋은 제도라는 것이 전자투표의 강점이다. 또한 종이 투표용지와 개표 인력 등 전체 선거 비용의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투표에 나서지 않고, 마찬가지로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권자의 나이가 선거 판도를 판가름짓는 우리나라의 경우 예민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정선거에 대한 불안감이 전자 투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투표소를 찾지 않는 방식의 경우 비밀 투표, 본인 직접 투표 등의 선거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전자투표, 혹은 전자 개표에 대한 불안감은 결과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부정선거에 대한 불안감이 있고, 투표 결과 조작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데, 이는 이미 전자투표, 개표 시스템이 가장 최우선에 두는 부분이다.

역설적인 것은 전자 투표는 부정 선거를 막는 용도로 필리핀, 인도 등 개발 국가들도 전자 투표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국가에 따라 전자 투표의 기대치가 다르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아직도 전자 투표 자체가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전자선거 시스템, 그리고 기술
우리나라는 지난 대선부터 개표에 자동화를 더했다. ‘전자개표’다. 기술 자체는 해외에 수출도 하고 있지만 기기를 믿지 못한다는 점과 조작의 우려가 있다는 신뢰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체적인 전자 투표와 개표 솔루션도 갖고 있다. 2001년부터 터치스크린 기반의 전자 투표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활용하는 등 실제 시험 운영까지 이뤄졌다.

이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발전된 전자 투표는 이미 작은 규모의 선거에 활용한 사례들이 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증한 단체나 기관들은 일정 수수료를 내고 이 투표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솔루션은 꽤 구체화되어 있어서 PC 뿐 아니라 스마트폰, 일반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고, 투표소에 마련한 PC만으로 한정해서 투표를 받을 수 있다.



투표 내용도 찬반 투표부터 선택 투표, 선호 투표, 점수 투표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와 투표 결과에 대한 기밀이 유지되고, 부정 투표나 결과 위조를 막는 시스템들을 도입하고 결과에 대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 (출처: 양평백운신문)
(한국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 (출처: 양평백운신문))


하지만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는 전자투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높은 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는 대선과 총선 등 큼직한 선거에 전자개표 시스템을 먼저 도입해서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표 방식은 투표지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개표할 때 사람이 한 장 한 장 분류하고 일정 수량을 고무줄로 묶어서 숫자를 세곤 했다.

전자 개표는 이를 잘 정리해서 개표기에 넣으면 OCR 방식으로 투표 용지를 읽어서 분류한 뒤 계수기를 통해 투표수를 집계한다. 무효표나 개표기가 인식하지 못한 투표 용지는 따로 분류되어 개표 요원이 직접 분류하거나 무효 처리를 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시험을 치를 때 OMR 카드를 이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OMR 카드처럼 정해진 공간에 칠하는 방식이 아니고 도장을 찍는 식이기 때문에 실제로 개표 과정에서 오류는 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개표 집계에 대한 조작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직접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보안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보다 기술에 대한 신뢰도 확보 우선
세계 여러 나라가 그렇듯 전자 투표와 개표는 늘 편리함과 신뢰도를 둔 논란을 낳고 있다. 이는 종이 투표함도 여전히 겪고 있는 문제이긴 하다. 어떤 국가들은 전자 투표 시스템이 조작하기 쉽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어딘가에서는 종이 투표함보다 조작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기기도 한다.

실제로 위협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에스토니아 정부는 DDoS 기반 사이버 공격을 당한 바 있는데, 이 DDoS 공격의 침투 루트가 바로 전자 투표 시스템의 취약점이었다.

해킹도 해킹이지만 전자 투표 시스템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보통 전자 투표, 개표 시스템은 외부 인터넷 망의 접속을 차단하고, 이중 삼중의 보안을 더해 조작이나 해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대선부터 해외에 나가 있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외유권자 투표가 공식화됐다. 하지만 투표소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실제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투표율이 41.4%로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재외 투표나 부재자 투표, 그리고 사전 투표 등에 전자 투표 시스템을 도입해보자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자 투표와 개표는 사실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다만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시급한 이유다.

서서히 도입해보자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자 투표 자체가 익숙해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전자 투표가 괜찮다는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선거 시스템은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투표 방법에 대한 정치적인 접근보다도 기술적인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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