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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

“바이오 특성 감안한 창업지원 설계를”

2016-06-03대담 = 장윤옥 테크M 편집장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테크M 대담=장윤옥 테크M 편집장] 바이오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우리나라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중요한 요소기술이기도 하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해 온 제약과 바이오 전문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둠에 따라 바이오 연구를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 주가가 오르고 관련 분야에 진출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큰 데다 연구개발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에게 바이오 분야의 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많은 연구 인력과 인프라가 갖춰진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는데.

“우리가 바이오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시장보다는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 등 다른 기업이나 국가들도 아직 시작단계인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이 분야는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수준이 아직 태동기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선도그룹에 있고 최고 기술 보유국과의 격차가 3년 이내로 빠른 시일 안에 추월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바이오 의약 개발에 집중 투자해 개발한다면 2~3년 안에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특허권 확보로 장기간 독점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세계적으로 성장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가 상업화할 수 있는 태동기 바이오 의약품을 집중 지원하려고 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다른 나라들도 바이오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중국이 최근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에 적극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우리나라의 605억 달러(2014년)보다 3배나 많은 1912억 달러(2013년)에 달한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미국의 수준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이 78%라면 중국은 70% 수준으로 아직은 우리가 조금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바이오 기술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가 바이오 의료분야를 국가전략분야로 집중 육성한 데 힘입은 것이다.”

바이오 장기 등의 연구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야의 국내 연구 성과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국내 처음으로 장기이식용 미니돼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면역성을 가진 유전자 주입한(형질전환) 미니돼지를 생산, 세계에서 3번째로 미니돼지 바이오 장기를 영장류에게 이식해 25일간 생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비슷한 이식연구에서 2.5년간 생존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는 유전자 편집기술의 발달로 더욱 다양한 형질전환 미니돼지가 탄생할 것이고 이와 관련한 임상평가도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연구 성과를 내려면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바이오 연구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제도나 규제는 무엇인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연구를 방해하는 규제가 있다. 지난해 말 법률개정을 통해 체세포 유전자 치료에 대한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유전질환이나 암 등 심각한 질병이나 현재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치료를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관련 연구에 대한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난자사용 연구 역시 폐기 예정인 냉동난자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실효성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법을 개정해 공여자가 동의할 경우 투명한 절차를 거쳐 냉동전 난자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바이오 연구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서는 그 범위와 강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다. 바이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온 연구자로서 강조하고 싶은 덕목이 있다면.

“우리나라 초대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고 최형섭 장관의 묘비에는 5가지 연구자의 덕목이 새겨져 있다.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되어야 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연구자 후배로서 이 다섯 가지 중 가장 앞에 놓을 말을 택하라면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택할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불거진 줄기세포 허위사건과 같이 학문에 거짓이 섞여있다면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연구자로서 심각한 타격이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국격 손상으로 연결된다.

연구의 내용이나 결과에 관계없이 정직을 바탕으로 모든 과정을 이뤄나가야 연구자 본연의 책무를 달성하는 것이다.”

다양한 바이오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바이오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의 창업지원제도는 창업기술 지원이나 겸직허용 등 창업초기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자금유치와 제품인허가, 양산체제 구축, 마케팅 등은 기업이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바이오 전용펀드 규모는 중기청과 복지부가 각각 6800억원과 4350억원을 조성하는 등 규모가 커졌는데, 창업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는 없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바이오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전주기 창업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창업보육기능을 강화하며 창업 3년 이내의 초기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연구소가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지만 정작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장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연구소는 그동안 기초와 원천연구에 집중했다. 그렇다보니 기업이 원하는 니즈를 반영한 연구기획이나 산업화 연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대학과 달리 산업체에 대해서는 연구 성과를 이전해주는 대상으로만 인식해왔다.

지난해 대학과의 공동연구는 68.1%나 됐지만 산학연 공동연구는 27.1%였고 기업과의 협력은 불과 4.8%에 머물렀다.

앞으로는 전체 연구 사업에서 기업체와의 공동연구 비중을 높이고 산학연 기술 커뮤니티 운영과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수요자 중심의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산학연 융합연구 사업도 기획하려고 한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연구원들의 연구 환경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나.

“생명연의 연구 분야는 크게 기초 및 원천 분야, 산업화 분야, 인프라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산업화 분야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관련된 아이템을 발굴한다면 기술이전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중소기업 지원은 기업의 성장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출액 20억 원 이상의 유망기업 테크인비즈(Techin-Biz) 30개사, 매출 100억 원 이상인 선도기업 히든챔피언 15개사, 매출 500억 원 이상의 바이오 강소기업 글로벌 히든챔피언 5개사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미래선도 기업 5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장 단계별로 제품개발, 공정혁신, 시장조사, 마케팅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것이다.”

오창과 정읍에 있는 분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각 분원별로 어떻게 특화해 나갈 계획인가.

“오창분원은 영장류와 실험동물 등 세계수준의 바이오 인프라를 바탕으로 암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난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바이오 의약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식 치료용 천연물 신약개발, 항암 신규표적 발굴 및 후보물질 개발, 실험동물 인프라를 활용한 산업기반 구축 등에 특화하려고 한다.

전북분원은 친환경 소재와 미생물을 기반으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 극복기술을 개발하는 데 특화된 분원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얼마전 국민적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메르스나 조류독감 등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감염이나 염증을 제어하는 생물소재를 개발하고 바이오 세포공장, 생물촉매 공정 최적화에 집중할 것이다. 또 미생물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분석, 산업적 활용 극대화도 중요한 임무다.”

최근 전문연구단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연구단은 어떤 역할을 하고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지금까지 운영해 온 프로젝트 기반의 시스템(PBS)에서는 인건비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기가 어려웠다. 연구자들은 당장 인건비를 확보하기 위해 큰 의미가 없더라도 소규모 연구 과제에 매달렸고 결국 연구역량만 분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월 발족한 전문연구단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안정적 연구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다. 내외부 평가를 통해 노화제어연구단, 유전체 맞춤의료연구단, 위해요소감지BNT연구단, 항암물질연구단, 희귀난치질환연구단 등 5개를 선정했다.

전문연구단은 기관 연구비의 20%를 투입해 인건비의 80%까지 지원, 안정적으로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정할 계획이다. 대신 엄격한 성과평가를 통해 연구목표 달성여부를 점검할 것이다.”

이 외에 올해 연구원 운영과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

“올해는 미생물가치평가센터가 완공되고 영장류자원지원센터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의 착공이 이뤄진다. 국가적 연구인프라가 갖춰지는 만큼 활용도를 높여 창조경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줄이고 제도를 연구자들에게 맞도록 개선, 젊은 연구자들이 소속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장규태 원장은

경상대 동물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수의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생명공학연구원에서 국가영장류센터장, 미래연구정책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부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말 12대 생명공학연구원장에 선임됐다.

어릴 적에는 돼지 농장을 하는 게 꿈이었다는 장 원장은 돼지 연구를 하다 보니 박사까지 하게 됐다며 웃는다. 영장류 체세포 복제 등의 연구로 치매관련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1985년 2월 유전공학센터로 문을 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오창과 전북분원을 둔 국내 유일의 바이오 분야 정부출연 연구원이다.

바이오, 의료 분야 석박사급 연구원을 포함, 1200여명의 연구원과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대전의 본원은 바이오융합과 바이오 원천기술에, 오창분원은 바이오 의약부문에, 전북분원은 감염병 극복 기술개발과 산업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원은 고령화와 기후변화, 산업화에 따른 감염병과 노인성 질환, 암과 같은 사회문제형 질병에 대응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영장류와 미니돼지, 미생물자원 등 바이오 인프라를 구축하고 구축한 인프라를 외부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에 개방, 우리나라 바이오연구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바이오 융복합 신기술과 바이오소재 생산 기술,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 등을 개발해 ‘안전하고 풍요로운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피로물질로 알려진 젖산이 세포성장과 혈관생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과 자가 면역 내분비와 대사질환 치료에 조절T세포가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 각각 과학저널인 셀지와 사이언스지에 게재하는 등 굵직한 연구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맞춤형 자가 치료제를 개발하는 CiM융합연구단의 주관기관으로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가 주축이 돼 설립한 (주)미코바이오메드는 미국과 유럽의 의료기기 전문기업과 5년간 총 5700만 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톰슨로이터사는 생명공학연구원을 아시아 암 연구분야 5대 혁신기관의 하나로 선정했고 올해에는 세계 혁신현황 보고서를 통해 생명공학분야 혁신 선도기관중 하나로 꼽았다.

[테크M= 장윤옥 편집장(ceres@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38호(2016년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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