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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리뷰/기후변화① ] 기후변화에 적응해 가는 기업들

2016-07-13MIT테크놀로지리뷰




기후변화에 적응해 가는 기업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비하지 않고 있지만, 길을 찾고 있는 몇몇 기업들이 있다.


상하이 타워는 1층부터 121층까지 각 층이 1도씩 돌아가는 꼬인 형태로 지어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며 중국의 강한 경제력을 상징하는 이 건축물의 외벽은 2만1000개 이상의 각기 다른 패널이 붙어 있다. 상하이타워가 이렇게 지어진 것은 미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건물 외벽에 부딪히는 바람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다. 모든 고층빌딩의 설계에 바람은 중요한 고려 요소지만, 상하이에서 바람은 특히 중요하다.


중국의 동쪽 해안, 양쯔강 유역 저지에 있는 상하이에는 시속 70마일 이상의 태풍과 강풍이 몰아친다. 이로 인한 재해가 최근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며, 중국 기상국장은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20억 달러가 들어간 이 빌딩을 설계하면서 이 같은 재해에 대비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지어지는 다른 빌딩들이 이런 장기적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건축물을 설계하려면 현재의 에너지 사용과 과거의 패턴을 알아야 합니다.” 상하이 타워를 설계한 건축회사 겐슬러의 벤 트라넬 수석의 말이다.


“50년 뒤 그 건물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쓰일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거기에 맞춰 설계할 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지금 피츠버그에 지은 건물이 50년 뒤 아칸소주에 가 있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와 비슷한 문제가 대부분의 산업에 존재한다. 기후변화가 곧 해당 산업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깊이 있고 일관성 있게 이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와 산업에 가져올 위험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가 나왔고 이제 기업이 스스로 그 변화에 적응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환경주의자들의 호소에도 불구,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제야 겨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보고서에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기업들을 다뤘다. 그들의 필요 때문에, 혹은 예측을 통해 기후 변화가 자신들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기업들을 조사했다.


그들은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을까?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보고서는 바로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이미 그날 그날의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있는, 가장 앞선 분야가 있다. 기온과 강우량의 변화에 의해 언제, 어느 곳에 그리고 어떻게 농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농업분야가 그렇다. 또한 늘어난 폭풍 피해나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연안의 피해 등을 기후전문가나 보험계리사를 통해 예측하고 계산해야 하는 보험업계도 그 사례다.


몇몇 회사들의 공급망은 기후 패턴의 변화에 의해 붕괴되기 시작했다. 가구 업계의 거인 이케아는 남아시아의 홍수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초대형 폭풍 때문에 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이케아는 보다 과감한 환경 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 최소한 자신들이 소모하는 에너지에 해당하는 양을 풍력발전이나 이케아 매장의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생산한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조회사들 역시 커다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가장 대표적인 공산품이다. 포드는 자동차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헤르모실로, 인도의 마라이말라이, 나가 등 건조한 지역에 있는 공장들이 겪는 물 부족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포드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3분의 1 만큼 줄였다. 포드의 이러한 노력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회사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요씨 쉐피 MIT교수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시도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라도 회사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혹은 기업 가치의 하락을 감수하는 회사가 혹시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라고 하면서도 “나는 아직 그런 회사를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을 줄인 포드

기후변화는 포드가 물 소비를 줄이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미시건주 스털링 하이츠에 있는 포드 자동차 반다이크공장의 46에이커(약 18만㎡)에 달하는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부품은 단 하나다. 바로 변속장치이다. 포드가 전세계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삼분의 일에 반다이크에서 만든 변속장치가 장착된다. 반다이크의 변속장치는 미시건, 켄터키, 일리노이 그리고 태국, 러시아, 독일, 멕시코의 공장으로 보내진다.

오늘날 자동차에 쓰이는 변속장치는 4400 파운드(약 2톤)에 달하는 자동차를 끌어야 한다. 이 자동차는 때론 시속 40마일(약 64km/h)의 속도로 거친 도로를 덜덜거리며 달린다. 그러나 이 변속기 내에서 회전하는 부품들의 허용오차는 머리카락 두께의 삼분의 일인 단 15마이크로미터이다.


시계 부품의 정확도를 요구하면서 대형 SUV를 끌 수 있는 힘을 내기 위한 알루미늄 주조 과정은 최근까지도 많은 양의 물을 써야 했다.


반다이크공장의 수백 개의 자동화 된 절삭 기계들은 노즐을 통해 물과 윤활유를 절삭 도구와 잘린 금속 부위에 직접 분사, 복잡한 부품을 깎고 기름치고 냉각시켰다. 그 기계들은 반다이크공장의 가운데 공간에 있었는데 기계 아래에는 사용된 윤활유와 물을 다시 모으기 위해 판 참호가 있었다. 그 시스템은 집 수영장 보다 큰 2만5000갤런(약 9만4000리터)을 담을 수 있는, 구덩이라 불리는 물탱크 20개에 의지해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4만갤런(약 15만리터) 가까운 물이 증발했다. 공장 내부는 기름기가 있는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롭 클리프톤 반다이크 생산기술 엔지니어는 “항상 안전 고글을 닦아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그 20개의 물탱크는 더 이상 없다. 마지막 3개의 물탱크가 지난해 해체됐다. 반다이크공장에는 밀폐된 공간 내 유리창 너머 162개의 컴퓨터화 된 절삭기계만 돌아가고 있다. 절삭 도구와 금속 부품은 여전히 냉각과 윤활유가 필요하지만 흐르는 물 대신 절삭 부위에 직접 분사하는 미세한 연무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각각의 기계에는 3.5갤런의 윤활유 탱크가 달려 있다. 일반적인 기계의 경우, 윤활유 탱크는 한 달에 한 번 채워진다.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반다이크공장에서 생산하는 변속장치의 수는 두 배로 늘었지만 전체 물 사용량은 오히려 10%까지 감소했다. 이는 포드가 물의 사용 방식을 바꾸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포드와 몇몇 제조업체들에게 이런 물 절약기술은 기후변화에 적응한다는 실제 전략적 이득을 준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의 기업이 물 부족을 문제라고 여기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인구 성장과 경제적 조건의 향상도 물의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그러나 기업이 물 부족을 느끼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기후변화다. 전세계의 강우량 패턴이 변화한다는 사실과 기존에 물이 발견되던, 그리고 관련된 설비들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실제 수원지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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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성장과 경제적 조건의 향상 때문에
기업들은 물 부족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그러나 물 부족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칩 제조공정에 상당한 양의 물을 쓰는 인텔은 최근 연중 보고서를 통해 그들의 공장 중 상당수가 “기후변화에 의해 장기간의 가뭄을 겪을 확률이 증가하고 있는 준-물부족 지역”에 있어, “정상적인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충분한 물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재무 기록 문서에 물이 자사의 주요 원료라고 기록하지 않았던 코카콜라는 가장 최근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다섯 페이지를 물의 사용과 ‘보충’ 노력에 할애했다.


앤디 홉스 포드 환경관리위원회 의장은 “우리가 15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포드는 시설이나 부서별로 자사의 물 사용량을 측정하지 않고 있었다. 홉스의 팀은 많은 수의 계량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포드의 물 사용량 감소 노력은 환경 및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제조공정을 만들려는 큰 프로그램의 일부다.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이 프로그램이 기후 변화의 큰 원인인 자동차의 매연을 줄이는 방향과도 일치해야 한다. 이미 포드는 올해 말까지 자사의 자동차가 2011년보다 25%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연 매출 1500억 달러와 19만9000명의 직원을 가진 포드는 세계에 62개의 대형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담수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미시간에 있지만, 소노란 사막 언저리인 멕시코 헤르모실로처럼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우물을 너무 깊게 판 나머지 지하수 층의 끝에 도달해버린 지역에 있는 공장도 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포드는 자동차 한 대 생산을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을 삼분의 일만큼 줄였다.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그들은 이 일을 한 번 더 해냈다. 지금은 2000년 자동차 100대를 만들 수 있었던 물의 양으로 222대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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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포드가 2000년에서 2013년 까지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위해
필요한 물의 양을 줄인 비율




포드 퓨전과 링컨 MKX를 조립하는 헤르모실로공장은 극심한 물 부족으로 역삼투압 기술을 통해 물을 정화하고 이 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완전 재활용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시스템에 의해 헤르모실로 공장은 생산량을 50% 높였지만 물의 사용량은 늘리지 않았다.


모든 포드 공장에서는 이제 각각의 부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는지,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지,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내뿜게 되는 지를 측정하고 있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헤르모실로공장에서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555갤런(약 2100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포드사의 세계 평균인 1030갤런(약 3900리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멕시코의 다른 공장과 인도의 한 공장은 그 값을 자동차 한 대당 300갤런(약 1130리터) 이하로 낮췄다.


포드가 물의 사용량을 측정하기 시작했을 때, 자신들의 물 사용량 중 10%가 파이프에서 새고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은 소방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물 사용량 감소는 회사의 공급 체인과 자동차에 사용하는 부품의 재료 교체로 이뤄졌다. 자동차 도색에는 매우 많은 물이 사용된다. 철로 만들어진 자동차 프레임은 먼저 축구장 두 개의 길이에 해당하는 깊은 탱크에 완전히 잠겨 세척과 첨단 페인트를 칠할 준비 과정을 거친다.


포드의 새로운 시스템에서, 프라이머, 베이스, 클리어 코트라는 세 단계의 도색은 이제 중간 건조 단계 없이, ‘웨트 웨트 웨트(wet wet wet)’ 도색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도색 중 발생하는 결점 해결에 필요한 중간 건조 단계를 없앰으로써 포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도색 단계의 물 사용량을 30% 줄였다.

이를 위해 포드는 회사에 페인트를 공급하는 전세계 공급 사와 협력했고 매 년 수백만 대에 칠해지는 페인트의 성분을 바꿔야 했다. 새로운 페인트는 보다 효율적으로 자동차에 칠해지고 더 적은 물을 쓴다.


포드의 물 사용량 감소 노력이 성공한 것은 홉스와 그의 팀이 회사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상상한 덕분이었다. 어쩌면 언젠가 포드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 비식용수만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는 네슬레



네슬레는 오랜 관습을 깨고 물 사용을 극적으로 줄였다.



세계적 식품기업인 네슬레 역시 포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공장의 물 사용량을 분석하고 있다. 2002년에서 2015년까지 네슬레는 1㎥의 물로 만들 수 있는 식품의 양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미국에서 팔리는 카네이션 연유는 미국에서 가장 심한 물부족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모데스토에 있는 한 공장에서 만든다. 1993년 문을 연 이 공장은 우유 원유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분을 증발시켰고 이를 통해 발생한 ‘밀크 워터(우유에서 증발시킨 물)’는 하수로 처리했다.



또 공장은 모데스토 지역에서 정수한 신선한 물을 이용해 우유를 연유로 만들고 장비를 세척하며 HVAC 시스템과 기본 장비들을 돌려왔다.
공장은 매주 170만 갤런(약 644만 리터)의 신선한 물을 공급받으며, 50만 갤런(약 190만 리터)의 ‘밀크 워터’를 방류한다.


이제 이 수치는 바뀌고 있다. 올해 카네이션은 우유에서 증발시킨 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역삼투압 장비를 설치했다. 이는 공장이 모데스토 지역에서 사야 하는 물의 양을 약 70% 줄일 전망이다.


만약 네슬레가 2등급 규제 승인을 받는다면, 공장의 모든 물을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경우, 공장에서 필요한 모든 물은 우유 원유에서 추출한 물로 해결할 수 있다. 네슬레는 이 공장을 ‘제로-워터’ 공장이라 부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9호(2016년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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