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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 실감 체험으로 교육효과 높인다
# 초등학교 수학. 세모, 네모 익숙한 모양을 살펴보다 이내 점, 선, 각과 같은 도형의 요소를 이야기한다. 새로운 개념에 익숙해질 때 쯤 입체도형이 나온다. 정육면체는 그나마 익숙한 모양이지만 정사면체, 정팔면체로 넘어가면 머리가 멍해진다. 모형 없이 점, 선, 면의 개수를 세려면 종이에 그림을 그려봐도 쉽지 않다.
# 고등학교 수학. 수많은 문제와 씨름하며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과를 선택한다. 공간도형, 벡터에 이르면 어렵사리 익힌 공간개념이 좌표, 방정식, 삼각함수와 뒤엉켜 엉망이 된다. 그때 수학 선생님이 비수를 꽂는다. “오랜 경험에서 보면 공간지각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공부해도 답이 없어요. 포기하세요.”
교육현장에서 있을 법한 장면이다. 종이에 쓰거나 그려서 설명하기 힘든 개념, 모양, 경험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비단 수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체의 장기나 화산·단층의 관찰에서 고가의 장비를 다루는 직업 훈련까지 모형이나 사진으로도 교육하기 힘든 것은 많이 있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VR·AR 교육
박선욱 서커스컴퍼니 대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시간, 비용, 소득, 장소, 위험 등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해외 유명 지역 방문, 지진이나 화산 체험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체험하기 어려운 것도 VR와 AR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커스컴퍼니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 중인 교육용 AR 콘텐츠도 ‘계절의 변화’, ‘중력이 사라진다’, ‘뱃속 탐험’, ‘심장이 하는 일’ 같은 실제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AR 교육 콘텐츠가 교실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커스컴퍼니는 국립생태원, 지방자치단체와도 제휴해 AR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국립생태원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AR 콘텐츠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나 요소들을 자가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실제로 개미의 생태를 다루는 인기 콘텐츠 ‘개미와 친구들’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집에 있는 시간에 트래픽이 높다고 한다.
AR 교육 콘텐츠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는다. 박선욱 대표는 “AR는 사물이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소통을 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주는 교육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색칠놀이와 결합한 AR 콘텐츠가 인기 있는 것도 상호작용의 효과 덕분이다. 자신이 색칠한 캐릭터가 움직이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고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AR 콘텐츠는 이미지, 상호작용은 물론, 스토리, 소리 등 여러 요소들이 모두 중요하다”며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AR를 통해 미술이나 음악 교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업 교육과 결합하는 AR·VR
지난해 12월 VR 콘텐츠 기업 무버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수술실 VR 콘텐츠를 제작했다. 기존 수술 영상 콘텐츠는 수술 부위만 보여주지만 새로운 VR 콘텐츠는 수술실 의료진의 동선 등 수술실 내의 환경까지 함께 보여준다. VR 영상을 통해 수술 기술뿐만 아니라 수술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직무 교육도 VR와 AR를 접목해 교육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항공(JAL)도 직무 교육에 AR를 적용하려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 씨넷은 JAL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이용해 교육도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승무원 훈련과 엔진 정비사 교육을 위한 훈련도구다. 이 교육도구는 AR를 통해 조종사와 승무원은 실제 비행 상황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정비사의 경우 엔진 구조와 부품, 정비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직업 능력 개발 희망자를 대상으로 기술, 공학 분야의 이러닝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평생교육원도 직무교육에 VR와 AR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무 교육의 경우 업무와 교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원활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가·고위험 장비에 대한 교육은 현장 교육이 어렵지만, 실제 경험이 중요한 만큼 VR와 AR를 통한 교육 효과가 높은 영역이다. 3D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가상훈련 콘텐츠를 2007년부터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클린룸 제어 시스템 유지관리 등 31개 콘텐츠를 개발해 전국 직업훈련 기관에 보급하고 있다. 향후 VR와 AR 기술을 적용한 이러닝 콘텐츠를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디지캐피탈은 2020년 세계 VR와 AR 시장 규모가 AR는 1200억 달러, VR는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앤마켓츠는 VR 시장규모가 2015년 2조5500억 원에서 2020년 5배가량 성장한 11조4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VR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현실 시장에서 콘텐츠 부문은 2020년까지 매년 평균 27.3% 성장해 2774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교육 분야는 VR와 AR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물리적 한계의 극복, 상호작용을 통한 몰입감 등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VR와 AR를 교육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교과서 등을 통해 관련된 움직임을 이어가는 만큼 머지않아 교육 현장에서 VR와 AR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크M = 도강호 기자(gangdogi@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0호(2016년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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