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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가 신기술 확보 지름길
(고건 오픈소스SW재단 이사장) |
국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오픈소스SW재단이 출범했다.
오픈소스SW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될 오픈소스SW재단의 초대 이사장에는 오픈소스SW 발전을 위해 꾸준히 힘써온 고건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선임됐다.
1980년대 초 미국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수많은 SW 인재를 길러낸 고건 이사장을 9월 초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나 오픈소스SW재단의 의미와 계획, 국내 오픈소스SW 현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오랜 기간 추진돼 온 오픈소스SW재단이 드디어 출범했다. 국내 오픈소스SW 분야에 어떤 의미가 있나.
“오픈소스SW는 처음에는 개발자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여러 사람이 함께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고 프로젝트가 더 커지면 프로젝트를 위한 여러 활동이 필요하다. 소스코드 저장소, CSC(Code Signing Certificate) 같은 기술 서비스, 홍보용 웹사이트,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자·사용자 미팅, 컨퍼런스, 프로젝트 회원 자격 관리, 회계처리, 지적재산권 관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하려면 해당 오픈소스SW를 애호하는 사용자나 지원하는 기관으로부터 기금을 받아야 하는데, 기금을 받고 집행하는 법인이 필요하다. 또 법인을 운영하려면 직원, 정관, 사무실 등 여러 법적, 행정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오픈소스SW 개발자들에게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해외에 많은 오픈소스SW재단이 있지 않나.
“물론 리눅스재단이나 아파치같은 오픈소스SW재단들이 있지만, 절대다수가 미국 법인이다. 미국 법인은 미국 세제에 따라야 하고, 지적재산권도 미국 법에 따라야 한다. 또 미국 오픈소스SW재단에서 많은 오픈소스SW 교육을 하고 있지만 모두 영어로 돼있고 교육비도 3일에 4000~5000달러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 미국의 오픈소스SW재단에만 의존해서는 국내 오픈소스SW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국내에도 수십 개의 오픈소스SW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프로젝트마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중복이고 낭비이다. 모든 오픈소스SW 프로젝트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산(umbrella) 역할을 하는 중립적인 법인이 오픈소스SW재단이다.”
앞으로 오픈소스SW재단은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오픈소스SW 커뮤니티 활동을 전반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오픈소스SW 사업화와 적용, 오픈소스SW 커뮤니티의 홍보와 이벤트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법률 지원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 기업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수한 오픈소스SW 개발자 양성도 중요하다. 또 해외 오픈소스SW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협력 창구 역할을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아시아의 오픈소스SW 중심축이 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오픈소스SW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인식이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한·중·일 3국 장관이 만나 오픈소스SW 협력을 논의할 당시 한국이 오픈소스SW 분야에서 앞섰다. 당시 일본은 기술은 앞섰을지 몰라도 자국 SW만 고집했고, 중국은 PC 보급률이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중·일 3국중에서 한국의 오픈소스SW 보급이 가장 미흡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정부가 국제 표준을 지키지 않고 특정 업체 SW에 종속된 상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X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공공기관의 문서 프로그램도 비표준의 유료 SW를 강제하고 있다. 정부가 사용하는 브라우저나 문서가 국제 표준을 지키도록 해야 오픈소스SW가 제대로 사용될 수 있다.
정부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도록 해 경쟁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가격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좋아진다. 방향을 잘못 잡았으면 빨리 바꿔야 한다.
인력문제도 있다. SCI 논문 수 위주의 정책으로 대학은 SW 실험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실험 분야는 논문 수에서 불리해 SW 실험을 기피하고 이론만 가르치게 됐다. 초중고에서 오픈소스SW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오픈소스SW가 나온후에는 경험 있는 교수가 절대 부족했고, 학생들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며 기피했다.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생태계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가.
“오히려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SW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독일 뮌헨시가 업무에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 베이징시도 리눅스를 사용한다. 영국은 공공분야 문서가 국제 표준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오픈소스SW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생태계가 전무한데 민간에서 시작하기는 어렵다. 전문인력 양성과 취업, 프로젝트 등 오픈소스SW 전반에 대해 국가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오픈소스SW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조업은 우리가 역공학을 통해 내용을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SW는 뜯어봤자 내용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는 시스템통합(SI)만 발달했다. 무인자동차, 스마트폰, 드론 등은 SW 내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픈소스SW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원천기술을 따라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소스SW는 또 핵심역량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GM이나 BMW가 자동차를 만들 때 모든 것을 만들지 않는다. 핵심역량에만 집중한다. SW도 마찬가지다. 오픈소스SW는 남들이 개발해놓은 것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심역량에만 집중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개발기간과 개발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오픈소스SW에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은 오픈소스SW를 활용한다.
보안도 큰 이유다.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도 정보를 특정 SW업체에 내맡겨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독일은 226개 해외 공관 데스크톱PC 1만1000대를 리눅스로 바꿨다. 프랑스 경찰은 데스크톱 3만4000여 대를 ‘우분투’ 리눅스로 전환했다. 2016년까지 총 7만4000여 대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은 학교 교육용 데스크톱PC를 리눅스로 전환해 사용 중이며, 중국은 상업용·정부공급용 PC의 42%에 리눅스가 탑재돼있다. 미국도 보안이 필요한 곳은 리눅스를 쓴다. 특히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산업정보 보호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오픈소스SW를 사용해야 한다,
또 특정 기업에 대한 종속에서 탈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OS)를 XP, 윈도7,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전 버전에 대한 기술지원을 중단한다. 이 때문에 원하지 않는 새로운 버전을 써야 하고 그 때마다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OS 지원 종료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는 오픈소스SW가 유일한 해법이다. SW가 과거 SI처럼 한 기관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오픈소스SW를 활용해야만 한다. 의료, 금융, 자동차 모두 오픈소스SW가 있어야 한다. 오픈소스SW 외에 답이 없다.”
(지난 8월 31일 열린 오픈소스SW재단 창립식에 참석한 관학연 관계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국내 오픈소스SW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반 사용자가 리눅스를 사용하려면 어려움이 많다. 국가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정부에서 국제 표준을 존중한다고 선언하고 천천히 바꿔나가야 한다.
초중고 교육 환경을 되짚어야 하고, 대학 SW 교육의 경우 교육과 연구를 오픈소스SW 기반으로 바꿔야하며, 실전적 교육과 원천 SW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SW 중심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문서에 대해 ODF(Open Document Format) 정책이 필요하다. 국민이 어느 회사 SW로도 문서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쟁을 유도해 혁신적인 가격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시범 오픈소스SW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공관 서버에 오픈소스SW를 써야 한다. IBM이나 오라클 제품을 쓰면 유지보수비가 미국으로 간다. 하지만 오픈소스SW 쓰면 유지보수비가 국내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국방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국방부는 민간기술을 선도해왔다.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 이동통신기술인 CDMA, 각종 보안 기술과 인터넷이 미국 국방부의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나온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없었으면 미국 IT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방부가 민간기술을 선도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미래 국방의 개념이 네트워크중심전(NCW)으로 가고 있는데, 원천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따라갈 수 없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가 오픈소스SW에 앞장서야 한다.”
사진 성혜련
고건 이사장은.
1980년 대 초 유닉스와 C를 개발한 미국 벨연구소에서 약 2년간 일했다. 고 이사장은 이곳에서 유닉스를 접하고 1983년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 교수가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유닉스 소스코드를 통해 시스템 내부 설계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라이선스료 300만 달러를 마련할 길이 없어 포기했다고 한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만회할 수 있게 한 것이 오픈소스SW인 리눅스였다. 고 이사장은 서울대에서 마지막 10년 동안 리눅스를 가르쳤다. 그 사이 한국공개SW활성화포럼 의장을 맡는 등 국내 오픈소스SW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서울대 퇴임 후 2011년 전주대 총장을 지낸 고 이사장은 2014년부터 이화여대에서 다시 리눅스를 가르치고 있다.
오픈소스SW는.
SW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리눅스, 안드로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오픈소스SW는 누구나 참여해 수정하거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더 좋은 SW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픈소스SW는 무료로 내려 받아 소스코드를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오픈소스SW 커뮤니티는 최신 기술정보, 문제점과 해결책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술 발전속도가 빠르다. 주로 오픈 포맷이나 오픈 프로토콜을 사용하기 때문에 SW간에 상호 연동성이 보장되는 것도 장점이다.
한편, 오픈소스SW 개발진영은 오픈소스SW를 공짜로 갖다 쓰기만 하고 발전에 이바지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라이선스 정책을 만들어 놨다. 대표적인 오픈소스SW 라이선스인 GPL(General Public License)이 적용된 SW를 이용해 개량된 SW를 개발했을 경우 개발한 SW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테크M = 강동식 기자 (dongsik@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2호(2016년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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