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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남들보다 빨리 실패할 수 있는 기회”

2016-10-10마송은 기자

권강현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해 보라고 권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방학 등을 이용해 막연한 외국 연수를 다녀오는 것보다는 현실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창업이야 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진=송은지

(권강현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해 보라고 권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방학 등을 이용해 막연한 외국 연수를 다녀오는 것보다는 현실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창업이야 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진=송은지)


권강현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러지 전공 교수 연구실은 이 학교 학생들에게 ‘창업의 산실’로 불린다.

권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매 학기마다 최대 2건의 학생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권 교수는 “아직 창업을 해 보겠다고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창업을 해 본 학생들은 하나같이 배운 것이 많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학생의 창업 인큐베이터인 권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방학 때 막연한 외국 연수를 다녀오는 것 보다는 창업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릴수록 남보다 빨리 실패해 보는 것이 성공” 등 귀속에 꽂히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창업과 개업은 달라…창업하기 전 목적 세워야”
“요즘 창업하면 푸드 트럭, 카페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이것이 창업이 아니라 개업이라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창업은 기존에 있는 것을 바탕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여기에 새로운 개념을 입혀서 무언가 또 다른 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창업이라는 개념을 잘 잡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학생들 사이에서 ‘창업 전도사’로 불리는 권 교수는 삼성전자 콘텐츠서비스 분야 전무를 역임한 인물이다. 2014년 삼성전자를 떠난 이후, 그는 국내 대학에서 최초로 개설된 융합학과 아트 앤 테크놀러지 학과의 전임교수로 변신했다.

현재 권 교수는 서강대에서 그동안 자신이 회사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그는 VR콘텐츠 벤처기업 ‘서틴 플로어(THIRTEEN FLOOR)’ 등 교수 창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서틴 플로어는 코카콜라 브랜드 환타의 익스트림 VR광고 콘텐츠를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권 교수는 남들이 해보니 잘 된다더라 식의 유행 아이템을 좇는 창업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업을 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창업의 목적을 뚜렷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권 교수의 제자 2명은 청년 일러스트 작가 플랫폼 ‘예술고래상회’를 창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예술고래상회는 온전히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홍대 거리 일대에 영세 예술가,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을 거래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시작으로 창업에 이르렀다.

권강현 교수가 창업한 VR 벤처기업

(권강현 교수가 창업한 VR 벤처기업 서틴 플로어.)


“창업자금은 아르바이트 해서 마련 할 것…절대 부모 지원 받지 말아야”
권 교수는 창업을 하겠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학생에게 크게 세 가지 조건을 전제한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부모에게 자금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창업을 위해 부모의 퇴직금, 아파트 전세금 빼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부모에게 지원을 받는 대신, 창업을 하려는 학생이 스스로 한두 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창업 자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고 했다.

권 교수가 지도하는 학생 창업의 자본금은 500만원 상한으로, 절반은 권 교수가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투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권 교수는 학생 각각에게 25%의 지분을 나누어준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서 용돈 쓰고 남은 돈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한다”면서 “학생 창업 자금으로 평균 50만~100만 원 선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창업을 하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의 돈을 투자받아 창업하는 것과 내 돈으로 창업하는 것은 돈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에요. 남에게 투자받은 돈은 공돈처럼 보이지만, 투자자의 간섭이 따르고, 내가 직접 벌어서 사용하는 돈은 비용인 것이죠.”

서강대 학생 2명이 창업한 작가 플랫폼 ‘예술고래상회’의 사무실은 권강현 교수 연구실이다. 권 교수 연수실 한쪽 켠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고래상회의 캐비닛.

(서강대 학생 2명이 창업한 작가 플랫폼 ‘예술고래상회’의 사무실은 권강현 교수 연구실이다. 권 교수 연수실 한쪽 켠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고래상회의 캐비닛.)


창업 실패하면, 빨리 접어라…새 출발은 새로운 친구와 해라”
권 교수가 전제로 하는 학생 창업의 또 하나의 조건은 자신과 합이 잘 맞고, 상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친구를 섭외하는 일이다. 창업할 때 함께 일하는 동료만큼 중요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창업에 실패하면, 빨리 접으라는 전제를 포함 시켜놓았다.

“저는 학생들에게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오랫동안 잡고 있지 말라고 합니다. 창업에 실패했다면 빨리 해산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자칫 잘못해 놀음판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또 창업에 실패한 뒤 재창업을 하려 한다면, 반드시 새로운 아이템으로 새 친구와 시작하라고 권해요.”

권 교수가 학생 창업을 ‘강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는 엔젤 투자자를 양성하는 등 교육적 목적이 가장 크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학생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학생 창업을 시작한 학생들은 연구실에 켜져 있는 에어컨, 조명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요. 여태까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전기세, 수도세 걱정 안하면서 살던 학생들이 현실감각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경험을 해 본 학생들은 취직한 뒤에도 절대 엉겁결에 사표를 내지 않아요.”

이어 그는 “요즘은 학생 창업 투자금 정도의 액수로는 유럽 여행도 못 간다”며 “적은 돈을 투자해 인생을 빨리 알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이에요. 제가 팁을 드리자면, 창업 아이템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이 불편 하다고 느꼈던 분야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자신이 시작한 창업으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해요.”

[테크M = 마송은 기자(running@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2호(2016년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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