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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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화①] 인공지능은 인간과 대화할 수 있을까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어들이 맥락에 따라 다른 뜻을 가지며, 때로는 글자와 단어의 형태까지 그 단어의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다음 사진들은 글자 외의 시각적 단서가 어떻게 그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
서울에서 펼쳐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바둑 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과 5전 3선승제 바둑 경기가 중반에 들어설 무렵, 구글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 신수를 내놨다.
알파고의 흑 37은 언뜻 보기에는 바보 같은 수였다. 중요한 지역을 포기하는 것 같은 이 수는 바둑이 바둑판 위의 공간을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에 달린 게임이라는 점에서 초보자나 할 법한 실수 같았다. 두 명의 해설가는 자신들이 위치를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아니면 기계가 오류에 빠진 것이 아닌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식과 달리, 흑 37은 바둑판의 중앙에 알파고가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게 해줬다. 그리고 인간이 생각할 수 없었던 수를 이용해 경기를 쉽게 승리로 이끌었다.
알파고의 승리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그동안 바둑은 직관적 지능이 요구되는 게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둑의 규칙은 매우 단순하다.
두 사람이 각각 흑과 백을 쥐고 자신의 돌을 가로와 세로 줄이 만나는 격자점에 번갈아 놓으며 상대방 돌을 둘러싸 잡아 먹거나 더 넓은 공간을 둘러싸 승부를 겨룬다. 그러나 바둑을 잘 두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체스 선수는 쉽게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바둑은 가능한 수가 너무 많아 이를 효율적으로 걸러내지 않으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며 확실한 필승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누가 더 유리한지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 조차 왜 특정한 수가 좋은 수인지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바둑의 이 같은 특징은 프로 선수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의 규칙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수십만 판의 경기를 분석했고, 또 다른 자신과 수백만 판의 경기를 벌였다. 알파고는 몇 가지 인공지능 기술 중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딥러닝 기술을 사용했다.
딥러닝 기술이란 새로운 정보를 익힐 때 우리 뇌의 복잡하게 연결된 뉴런들이 동작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수학적으로 흉내 낸 기술이다. 알파고는 오랜 시간 스스로 연습함으로써 바둑에 필요한 직관을 얻게 됐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바둑 기사를 물리침으로써 인공지능과 기계 지능의 역사에 진정한 이정표를 세웠다.
흑 37을 놓고 두어 시간 뒤, 알파고는 5전 3선승제 대결에서 2대 0으로 앞서는 승리를 거뒀다.
이세돌은 기자들과 사진기자들 앞에서 인류의 패배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그는 플래시가 수 없이 터지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 겨울(AI winter)’이라 알려진 지난 수십 년간의 좌절과 퇴보 후, 최근 몇 년 사이 인공 지능 분야에 얼마나 많은 진보가 이뤄졌는지 말해준다. 딥러닝은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만이 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작업들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실현할 수 있게 했다.
자율 운전 자동차는 곧 현실화될 예정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추천하는 딥러닝 기반 의료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근본적인 능력, 곧 인공지능이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애플의 시리나 IBM의 왓슨은 간단한 구두 명령이나 텍스트로 주어진 명령을 실행하지만, 이들과 길게 대화를 할 수 없으며, 자신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그들이 실제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이 진정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알파고는 비록 스스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언어를 이해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기업과 학계를 이끄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알파고에 사용됐고 최근 인공지능의 부흥을 일으킨 딥러닝 기술 등으로 무장, 이 까다로운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인공지능 혁명의 규모와 성격은 이들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기계와 쉽게 의사 소통할 수 있게 되느냐는 곧 기계들이 우리 삶의 친근한 한 부분이 될 것인지, 또는 비록 인공지능 시스템이 점점 더 자동화 된다고 해도 그 내부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로 남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조쉬 터넨바움 MIT 인지과학 및 계산과학 교수는 “언어는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능력 중의 하나”라며 “언어 능력을 가지지 못한 인간다운 인공지능 시스템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알파고가 바둑을 정복한 바로 그 기술로 인공지능은 언어도 정복하게 될지 모른다. 언어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를 정복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이 세상에 끼칠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알파고와 같이 매우 강력하고 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람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협력이나 우정과는 매우 거리가 먼 관계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의 초기부터 이런 질문이 계속 있었다. ‘만약 어떤 인공지능이 유능하지만 인간과 같은 감정은 느끼지 못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테리 위노그라드 스탠포드대 명예교수는 “어쩌면 인간의 지능과는 무관한, 그저 빅데이터에 기반한 기계가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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