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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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영역에서 만난 인간과 인공지능
(AI 시스템 ‘넥스트 램브란트’의 작품) |
지난 9월, 소니 컴퓨터과학연구소(Sony Computer Science Laboratory)에서 스스로 작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인 ‘플로 머신즈(Flow Machines)’가 만든 두 곡을 선보였다.
하나는 비틀즈 스타일의 ‘Daddy’s Car’, 또 다른 하나는 미국 작곡가 어빙 벌린과 듀크 엘링턴 스타일의 ‘The Ballad of Mr Shadow’이다. ‘Daddy’s Car’는 내년에 출시될 AI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라고 하니, 문득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우리는 과연 기계가 만들어낸 창작물에 열광할 수 있을까?
IBM 왓슨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새 SF 영화 ‘모건’의 트레일러 영상을 하루 만에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AI 시스템이 쓴 소설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AI의 창작물은 사람의 손으로 다듬어지는 모양새다. ‘Daddy’s Car’의 경우 프랑스 작곡가 브누아 카레(Benoit Carre)가 가사와 프로듀싱을 맡았고 왓슨이 만들어낸 트레일러 영상의 최종 편집과 배경음악은 사람의 손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음반 프로듀싱 데이터, 곡에 맞는 가사를 쓸 수 있는 AI 시스템, 영상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 등 보다 복잡한 창작활동에 필요한 요소들이 갖춰진다면 창작의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은 점점 모호하고 흐릿해 질지도 모른다.
아직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화에서 본 듯한 인간 파괴적인 AI 세상을 걱정하는 건 아직까진 아주 먼 이야기일 테니까.
다만 우리가 지금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기계가 만들었느냐, 인간이 만들었느냐, 아니면 AI가 창작의 영역에서 조차 인간을 밀어내게 될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AI 환경이 지금의 창작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영향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진화 위한 모방, 영감 위한 탐색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의 델프트공과대학, 렘브란트미술관 등과 함께 지난 2년간 15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램브란트 그림을 디지털 데이터화,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진화한 AI 시스템 ‘넥스트 램브란트’를 개발했다. 램브란트 특유의 화풍과 스타일을 학습해 파악한 넥스트 램브란트는 어떤 이미지도 램브란트 스타일로 재창조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넥스트 램브란트’의 결과물을 창작의 영역에 넣고 싶지는 않다. 이는 램브란트의 기술적 복원이지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들, 왜 램브란트가 드라마틱한 라이팅을 사용했는지 등의 개념들이 복원, 재창조, 혹은 확장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습된 램브란트의 스타일에서 특이점을 찾아내 확장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램브란트_001’이 파생돼 만들어진다면? 오롯이 기계이기 때문에 찾아낼 수 있고 확장할 수 있는 특이점이 완성된다면? ‘딥마인드’가 보여줬던 벽돌깨기 게임에서 AI 스스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결국 게임에서 이기듯이 말이다. 우리는 그 지점에서 오롯이 기계만이 할 수 있는, AI이기에 가능한 창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창작환경에 미친 영향은 스스로 작곡을 하고 글을 쓰는 결과물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구글의 ‘빅픽처 연구소(Big Picture Research lab)’는 구글에서 공개한 오픈소스 딥러닝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tensorFlow)’의 학습과정을 시각화한 ‘텐서플로 플레이그라운드(tensorFlow playground)’를 공개했다. AI의 학습과정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편집 데이터 시각화로도 유명한 페르난도 베가스와 마틴 와텐버그는 이 연구소를 이끌면서 “기술은 언제나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블랙박스는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한다. 과거에는 다리미의 작동원리가 블랙박스였던 적이 있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인공지능 환경이 우리에겐 블랙박스이고 우리는 그 안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 와이어드에서 진행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조이 이토 MIT 미디어랩 소장은 “이제는 AI가 컴퓨터 과학 영역을 넘어서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AI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AI는 인간의 지성을 확장시키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말 대신 확장된 지능(extended intelligence)이라는 말을 씁니다”라고 말했다.
구글의 ‘딥드림’은 기계를 창작자로 바라보지만 빅피처 연구소에서는 ‘창작의 대상’으로 보고 탐구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의 행동 하나하나가 창작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우려와 방심 대신 유연한 사고를
앞서 말한 것처럼, 기계에게 밀려나는 인간의 모습을 걱정하기엔 AI 환경은 아직까지 초기 상태이고 우리의 경험은 짧다. 그렇다고 창작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며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 역시 지양해야 한다. 어쨌든 환경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기술이 창작영역에 현재 어떻게 개입되는가를 인지하고 이에 따라 창작자의 역할이 어떻게 진화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창작의 영역에서 조차 우리 스스로를 데이터 제공자로 축소시키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대중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업물 혹은 알고리즘과 시스템에 의해서 생산되는 창작물 등 창작의 영역도 변화하고 있다. 창작자의 역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창작의 가치 역시 변하고 있다.
AI 환경에서도 직접적 창작 활동은 기계 시스템이, 그리고 인간은 환경 조성자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으로 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물의 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 인간이 만들었는지 기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계가 만들었으면 어떠하리.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인데 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3호(2016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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