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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운동은 새로운 산업혁명

2016-12-01김형준 ETRI 표준연구센터장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기업이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혁신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으며, 오늘날 모든 위대한 기술 기업들은 개방형 생태계 내에서 일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은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와 오픈소스 하드웨어(HW)의 등장이 한몫 거들고 있다.

최근 제조업체에도 오픈소스 HW의 물결이 거세다. 3D프린팅과 오픈소스 HW가 주도하는, 소위 메이커 운동은 상상하는 모든 물건을 소비자 스스로 디자인하고 공동 제작하는 세상으로 유도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메이커 운동이 미국의 미래를 책임져 줄 것으로 언급했으며, 메이커 운동은 단순히 취미 생활을 넘어 제조 산업을 바꿔 놓을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간주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시대

오픈소스 HW는 해당 제품과 똑같은 모양과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대중에게 공개한 HW를 일컫는다. 이러한 오픈소스 HW는 아두이노의 등장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3D프린터의 등장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부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소위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투자 시스템과 연계돼 롱테일 시장이 부각되는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이제는 개인의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쉽게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시장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전통적인 제조산업의 생태계와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메이커 운동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과거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대량생산은 이제 인터넷으로 가능해진 마이크로 생산 기술에게 그 자리를 내 주고 있으며, PC가 디지털 세계라는 혁명을 이끌었듯 마이크로 생산 기술은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오픈소스 HW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창작문화가 미래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HW로는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비글본 블랙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3만~4만 원 대의 마이크로 컨트롤러 보드 또는 소형 단일 보드 컴퓨터 등으로 불리며, 센서 등 입력 장치, 외부 장치 컨트롤 기능, 무선통신 모듈 등과 손쉽게 연결시킴으로써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본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인텔, 텍사스 인스투르먼트 등의 전통적인 글로벌 칩 벤더들은 머지않아 다가 올 웨어러블 시장의 선점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오픈소스 HW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픈소스 HW는 또 사물인터넷(IoT) 시장과 매우 궁합이 잘 맞는다. IoT 시대에는 제품 시장이 전통적인 단면 시장에서 벗어나 ICT 생태계와 같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양면 시장의 성격을 갖게 된다. 다양한 산업군의 수많은 제품을 단방향 판매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픈소스 HW는 제조사와 소비자가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제공해 소위 프로슈머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롱테일 시장 형성이라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IoT 제품은 제작의 용이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게 되며, 개방형 협업을 통해 다수의 지성을 모아 제조사가 만드는 제품에 버금가는 품질과 오히려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픈소스 HW의 출현은 기존 제조사의 닫힌 생태계보다 빠른 속도의 기술 혁신을 촉진시키고 있다. HW 제작이 용이해지면서 개발비용의 절감과 서비스 영역 확대를 유도할 수 있으며, 프로슈머가 주도하는 오픈소스 HW 시장은 앞으로 등장할 IoT 세상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된 키워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쓰나미처럼 밀려 올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사회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그 생산의 주체 또한 기업에서 개인으로 전환되는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공유 자원을 바탕으로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메이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메이커 운동은 메이커들의 작품 활동을 의미하는 말이자, 그들만의 방법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칭한다. 메이커 운동이 세계적 문화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3D프린터와 오픈소스로 대변되는 획기적인 기술력에 놀이가 일이 될 수 있는 문화적 코드가 부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만들기는 인류의 본능이다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인류의 본능에 가깝다. 인류의 지난 역사는 한편으로 ‘도구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전화, 컴퓨터, TV, 자동차, 카메라, 증기기관, 전구, 페니실린 등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주요 발명품은 인류의 열망과 도전,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탄생한 창작품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메이커였던 셈이며, 이러한 혁신과 도전 정신이 바로 메이커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것이 그렇듯 메이커 역시 저절로 만들어지고 발전되는 것은 아니다. 메이커의 발전과정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메이커로 성장하고(zero to maker), 메이커들이 협업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배우며(maker to maker), 이후 창업(maker to market)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단계별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에게 메이커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더 많은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메이커 교육을 위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당시부터 교육 혁신을 위해 국가 기술력의 핵심이 되는, ‘STEM’으로 일컬어지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에 힘을 쏟아 왔다. STEM에 기반을 두지 않은 메이커 교육은 뿌리 없는 나무와도 같다는 논리다. 또 다양한 과학·공학 페스티벌 및 메이커 행사 개최와 더불어 입체적 교사 양성 노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고, 초·중등학교 대상의 자유학기제 도입이 실시되고는 있으나,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 대학 입시에 매몰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전정한 메이커 문화 확산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첫째, 충분한 메이커 공간 확보, 둘째, 전문 경험을 갖춘 메이커 강사 양성 및 아카데미 운영, 셋째, 메이커의 활동 경력을 포트폴리오로 인정해 주는 사회적 기반 마련, 넷째, 대규모 3D프린팅 출력소의 설치·운영 지원 등이 수반돼야 한다.

오픈소스 HW의 등장과 창작 문화, 그리고 메이커 운동의 확산만이 미래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비하고 우리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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