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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거버넌스 기획]콘텐츠·SW 중심 ICT 전담부처 복원해야

2017-03-30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누가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든 차기 정부는 ICT 산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ICT(미디어)의 공적 가치도 과감하게 제고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특수한 위치를 차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 성장 기여도, 수출입 기여도 등의 측면에서 국민경제를 선도해 왔으나 거버넌스 혼선을 겪은 이명박 정부 이후 경쟁력이 약화됐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심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도 그 취지에 비해 과정이나 결과가 미흡해 ICT 산업의 혁신은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방송영역에서의 정치과잉 현상이 심화되는 등 미디어의 공적 가치(자유와 정의 등)는 약화되는 추세이다. 


거버넌스 혼선 속 ICT 경쟁력 약화

한편, ICT 기술, 소비자 욕구 및 행위, 사업자 전략, 규제 등 ICT 환경의 변화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로봇, 드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혁신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빠르게 열고 있다. 

또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대안적인 플랫폼이 등장했으며, ICT 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TV면 TV, 컴퓨터면 컴퓨터 등 한 스크린에서만 즐겨야 했다면 지금은 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기기에서 끊임없는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N스크린 환경'으로 변화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미국 ICT 기업에 더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중국 ICT 기업이 글로벌 ICT 생태계의 맹주로 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ICT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기에는 규모도 경쟁력도 일천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적으로 규제완화가 추세인 반면에 우리나라 ICT 규제는 아직도 수직적인 칸막이 규제와 강력한 사전규제에 머물러 있어 ICT 산업의 혁신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ICT 환경은 이처럼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누가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든 차기 정부는 ICT 산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ICT(미디어)의 공적 가치도 과감하게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차기 정부의 ICT 정책방향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ICT 정책을 뒷받침하는 철학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정부의 정책을 견인했지만 이제는 산업화, 민주화를 뛰어 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ICT 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후생 제고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면서 ICT 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산업적 가치와 민주주의라는 공적 가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ICT 환경의 변화를 적극 수용해 정부 역할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더 이상 ICT 생태계 내의 주연이 돼서는 안 된다. 새로운 ICT 환경에서는 정부 주도의 ICT 산업발전이 불가능하므로 정부는 민간의 활동을 돕는 조연 또는 시장의 실패를 감시하고 보완하는 심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대한 ICT 분야의 사전규제를 축소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규제개혁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ICT 관련 정부조직을 다시 개편해 완성된 형태의 ICT 정부조직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우선 ICT 전담부처를 복원해 ICT 정책은 전담부처가 통합적으로 담당하되 다만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영역은 합의제 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ICT 관련 정부조직 개편 방안은 <그림>과 같다. 현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과 ICT를 분리해 과학은 별도의 부처로 독립시키고 ICT 전담부처로서 정보문화부(가칭)를 설립한다.

정보문화부는 콘텐츠나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ICT 생태계를 구축하고 ICT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미디어의 공적가치를 제고하는 독립부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폐지해 뉴스,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 기능은 정보문화부로 통합하고, 기초예술이나 관광, 체육 기능은 별도의 외청이나 준정부조직으로 이관한다.

현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위원회로 변경해 공영방송과 관련된 사후규제를 주로 담당하도록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그리고 국무조정실에 분산돼 있는 ICT 정책들은 정보문화부로 통합한다. 

아울러 변화하는 ICT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소속기관 및 유관기관들의 정리 및 통폐합도 필요하다. 또 이런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조직구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조직운영)의 혁신도 필요하다. 조직운영의 핵심은 새로운 정부조직의 요직에서 최대한 정치인이나 비전문가를 배제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색채가 약하고 관련 전문성을 갖춘 민간 전문가나 관료를 주요 자리에 선임해야 한다. 

ICT 산업의 발전을 통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시대적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 술과 새 부대가 모두 필요하다. 새로운 ICT 정책 철학과 정부의 역할이 새 술이라면 새로운 정부 조직은 새 부대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성공하는 차기 정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7호(2017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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