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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포니]간병인 없는 병동, 병원 IoT 시대 앞당겨

2017-04-10연세대 UX랩 인지공학스퀘어(유상형, 조광수)

 

‘트랜스포머’처럼 병실이 맥락에 따라 변하고, 모니터 화면으로만 의사와 간호사를 만난다. 공상영화에서나 볼법한 미래의 병원 모습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병원의 스마트 기술이 ‘접수 예약’ 시스템인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 병원의 도래는 먼 훗날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최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병원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새로운 서비스로 초래되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어 상상 속 미래 병원은 생각보다 머지않을 수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란 보호자 및 간병인이 없는 병동 서비스로 전문 간호 인력이 입원환자에게 간호뿐 아니라 간병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나라 특유의 입원 문화로 초래된 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기존 입원 문화의 문제 중 하나는 병원 내 감염 확산이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보호자와 간병인이 병원 내에 상주하는 우리 입원 문화의 심각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또 그동안 환자 가족은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직접 간병을 하거나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간병인을 고용했다. 이러한 높은 간병 부담은 이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국가건강보험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며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달리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인력 배치 기준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병상은 평균 8~10개 정도다. 이 자료를 보면 간호 인력이 한 명의 환자를 24시간 내내 지켜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간호 인력은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간호 인력을 확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간호인력 확충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KIHM)이 의료기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도입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간호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다. 간호인력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높은 업무 스트레스에 비해 간호사에 대한 처우가 좋은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대학교 행정대학원(이정민), 중앙대학교 대학원(주명순)의 최근 연구를 보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의 간호사는 안전사고 예방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안전 간호’ 업무에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간호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환자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병동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병원 내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확대를 부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은 스마트 씽즈(things), 네트워크(network), 분석(analysis), 서비스(service) 등 총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스마트 씽즈에 부착된 센서가 데이터를 만들고, 여러 스마트 씽즈에서 나온 데이터들이 한 데 모이면 이를 분석해 서비스를 만드는 구조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이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효율적이고 안전한 스마트 병동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병원 내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IBM의 왓슨 IoT 사업부와 제퍼슨 헬스(Jefferson Health) 병원이 만든 ‘인지 기능을 갖춘 병실(cognitive room)’이다. 이 병실은 왓슨 기능이 탑재된 스피커 하나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환자들이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는 스피커를 통해 병실의 조명, 블라인드,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 시설 및 담당 의사에 대한 질문도 할 수 있다. 또 병문안 온 가족들의 다음 병문안 방문 스케쥴을 예약하기도 한다. 

인지 기능을 갖춘 병실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대다수의 사물인터넷은 조작 방식을 별도로 배워야하지만, 이 병실에서는 환자들이 가장 친숙한 상호작용 방식인 대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학습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스피커는 환자들의 질문 및 요구에 대해 즉각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병실에서 느낄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스피커는 환자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발췌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환자 모니터링용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코지토(cogito)는 메시지, 전화의 데이터와 목소리를 심층 분석해 개인의 심리 장애 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뉴욕대학 랑곤의료센터(langone medical center)와 이스라엘 기업 비욘드 버벌(beyond verbal)에서는 환자의 목소리 샘플을 활용해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목소리에 대한 바이오 마커 파악은 원격 모니터링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 메르시 병원의 세이프워치(Safewatch)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들고 있다.

메르시 병원은 세이프워치를 통해 중환자실 환자의 영상, 생체 신호, 약물, 혈액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종합한 모니터링 방식은 환자 바이탈 사인을 체크할 뿐 아니라 간호 인력들이 불필요한 출입을 방지해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다. 

 

메르시 병원의 세이프워치

 

그러나 국내 병동은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효율적인 병원 환경을 위해 기기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 씽즈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환자에게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낙상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낙상 감지 센서를 부착한 침대와 바닥, 환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밴드, 그리고 바이탈 사인과 운동 정도를 체크하는 링거 폴대가 최근 개발된 스마트 씽즈다. 진정한 의미의 사물인터넷이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병원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환자의 안전사고 대비와 간호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 목표는 병원 내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사물인터넷의 인터페이스는 간호 인력과 환자 모두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서비스가 편리해도 몸과 마음이 힘든 입원 환자, 그리고 바쁜 간호 인력이 사용하려면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쉬워야 한다.

세 번째, 스마트 씽즈들이 말하고 있는 데이터를 모아 종합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모니터링 센터가 필요하다. 메르시 병원의 세이프워치센터와 같이 의사와 간호 인력이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고, 제2의 간병인이 돼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이러한 디자인 가이드는 진정한 의미의 사물인터넷을 실현하고, 미래의 스마트 병원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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