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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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보다 중요한 건 우리만의 것
[테크M =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질리언테크놀로지 대표]
중소기업청이 승격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며, 이들이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중소기업 중심 국가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본의 성장모델을 차용한 대기업 중심의 정책과 지원 덕에 불과 0.1%에 해당하는 대기업이 12%의 고용만을 갖고 국내 전체 생산량의 54%를 차지하는 기울어진 구조를 갖고 있다.
급여나 안정성은 더 큰 격차를 보인다. 정작 비슷하게 99%의 중소기업을 가진 일본과 대만은 우리와 다른 정책과 기조 덕에 강한 중소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래서 이제나마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진 정책과 투자가 생기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소벤처기업부란 이름에 담겨 있듯,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려는 관점과 함께 벤처기업이 급변하는 시대에 중요한 가치의 방향이기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주고받을 가치가 생태계 만든다
그동안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오랜 시간, 비용과 노력을 들였다. 하지만 그곳의 문화와 토양, 그리고 사람까지 함께 갖춰야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베낀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제야 미국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나라여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새로운 레퍼런스로 떠올랐다.
우리처럼 작고, 사람밖에 없는 나라라 비슷하다 여길 수 있겠지만 여기도 교육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언어가 달랐다. 가치관과 사람은 따라 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요즘은 다시 중국의 창업생태계를 이야기 한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원하는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도, 이스라엘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것이라야 한다. 서로 원하고 주고받을 가치가 있어야 순환과 교류가 생기고 비로소 생태계가 만들어지는데, 그동안은 우리 것을 만드는 노력이 아닌 보여주기 성과를 위한 남들의 성공방정식을 따라 한 셈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 빠른 응용력,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대중, 한국어, 음악, 신기술, 분단, 음식 등 한국만이 가진 스토리, 그리고 경쟁력과 가치가 다 녹아서 융합되고 발현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우리의 생태계가 돼야 한다.
더불어 긴 호흡의 인내가 수반돼야 한다. 당장 내년에 성과를 내고, 숫자를 증가시키려 한다면 또 그걸 할 수 있는 집단에 자금이 지원돼야 하고 결국 다시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투자처로 회귀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투자의 기본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도 벤처캐피털(VC)의 투자와 다르지 않다. 결국 10%만이 성공하는 시장에서 리스크를 감내하며 생태계를 위해 투자를 감행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긴 과정의 끝에 경제적 성과와 함께 생태계적 선순환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는 것이다.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원을 빙자한 간섭 또한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버닝맨페스티벌, TED 같은 성공적인 플랫폼은 이렇게 장기적으로 기다려주며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해 온 생태계들이 선순환이라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필수조건, 도전과 실패
지금은 퇴색됐지만 벤처란 말은 근본적으로 도전과 실패를 부르는 리스크가 내포된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스타트업이란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특별히 더 불확실한 시장성과 미래를 향해 실패확률이 높은 도전을 감행해야 하고, 또 대부분은 실패를 해야 한다. 끝이 아닌 과정으로써의 실패는 반복적인 도전을 통해 결국은 높은 가치의 성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또한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실패를 거쳐가는 경험과 도전이 벤처기업 성공의 필수과정이란 사회적 합의가 정착돼야 만들어 지는 것이다. 도전을 하라고 부추기면서 정작 실패는 낙인이 돼 책임의 대상이 되고, 실패한 도전보다 안정적 현상유지를 더 큰 성과로 인정을 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는 모범생만 양산할 뿐이다.
애플의 슬로건처럼 부적응자, 아웃사이더, 괴짜들이 판을 치고 새로운 시도를 할 도전의 플랫폼이 돼야 하며, 실패를 트로피로 여기고 스펙보다 큰 가치로 인정해주는 사회적 토양을 만들어야 할 역할이 절실하다.
도전 다음은 성장이다. 그것도 공정하게 협력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미래 기업들의, 그리고 국가의 가치를 좌우한다. 그동안의 성장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초기 산업화 이후 30대 대기업의 규모로 성장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거의 없고, 그나마도 특정 영역에 치우쳐 있다.
시장이 크지 않고 여러 제약이 있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대기업들은 한번 성장한 규모와 기득권을 통해 부의 선순환을 만들었고 이것이 정경유착이라는 불공정한 관행과 결합되면서 생태계를 유린했고 기형적인 산업의 구조를 야기했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와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함께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은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 할 수 있어야 한다.
규모의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 기술적인 경쟁력, 가치의 증대 등 크기와 상관없이 강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 상생협력을 지시하고 수치화하는 전근대적인 정책보다는 자유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율성이 보장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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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원하는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도, 이스라엘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것이라야 한다.
모두의 참여가 만드는 플랫폼
정책은 플랫폼의 단초를 만들 뿐이다. 이제 진정으로 중요한 역할은 직접적인 참여를 하는 플레이어 각각에게 주어진다. 스타트업으로서, 벤처기업으로서,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 또는 정부로서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있으며, 모두의 참여가 이뤄질 때 플랫폼은 규모와 확장성을 갖기 시작하고, 지속가능성이 만들어지면서 생태계가 된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생긴다고 저절로 우리 생태계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리스크를 감내하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실패해도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용인의 문화가 필요하며, 공정하게 경쟁하며 성장하고, 활발하게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의 문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책적 지원과 함께 만나 20년 후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배우고 싶은 생태계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그 바탕의 기초가 되는 벽돌 한장 한장을 진심으로 함께 쌓아가야 할 때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0호(2017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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