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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구글의 비전, AI의 대중화 개막
[글= 최호섭 IT칼럼니스트] 컴퓨팅이 달라지고 있다. 달라지는 것은 ‘컴퓨터’가 아닌 ‘컴퓨팅’이다. 그 중심에 머신러닝이 있다. 머신러닝에 대한 환상은 이미 우리 사회에 상당히 퍼져 있다. 세상의 모든 과제가 머신러닝으로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중요한 힌트가 된다.
5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드(BUILD)와 구글의 구글I/O가 잇따라 열렸다. 전 세계에서 수 만 명의 개발자가 몰려 들었고, 키 노트 영상은 수 십만 명이 지켜봤다. 모두의 기대는 인공지능에 쏠려 있었고, 이 기업들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머신러닝에 대한 기술을 밀도 있게 다뤘다. 두 회사의 비전은 더 이상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에 머물지 않았다. PC와 모바일은 이제 세상 단 하나의 중심이 아니다.
공통 분모, ‘AI 퍼스트’
두 회사는 모두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새 비전을 꺼내 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Intelligent Cloud)’로 중심을 잡았다. 이전까지 MS의 비전은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Mobile first, Cloud first)’였다. 지극히 당연한 전략이고, 지금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MS는 그 안에 인공지능을 섞었다. 머신러닝이 기반에 깔린 클라우드 컴퓨팅을 토대로 윈도우나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 비즈니스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자연스럽게 각 사업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MS는 이용자를 만나는 각 접점의 서비스를 ‘인텔리전트 엣지’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기술이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 제품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개념이 잡힌다. 과거 빌 게이츠가 책상마다 PC를 놓겠다는 포부로 MS를 키웠다면 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끄는 이 회사는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타고 공간과 기기의 제약을 뛰어넘는 컴퓨팅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었다. ‘뒤집어 엎었다’는 과격한 표현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일주일 뒤 공개된 구글의 전략도 다르지 않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키 노트 무대에 오르자마자 ‘모바일 퍼스트 투 AI 퍼스트(Mobile first to AI first)’라는 문구를 꺼내 놓았다. 여전히 검색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그동안 매개체로서의 모바일에 집중했다면, 이제 본질적으로 검색의 방향성을 바꾸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겠다는 것. 그리고 구글은 기존 제품에 머신러닝 기반의 서비스를 더하면서 그야말로 ‘세상을 검색하겠다’는 메시지를 3일간의 컨퍼런스 내내 보여주었다.
이는 비단 MS와 구글만의 일이 아니다. 인텔은 PC의 미래를 제시하던 IDF를 올해부터 열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역시 ‘PC에서 데이터’로 무게 중심을 이동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텔이 IDF를 머신러닝에 대한 컨퍼런스로 바꿀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페이스북도 4월 개발자 컨퍼런스 F8에서 인공지능 기반 챗봇에 무게를 뒀다. 페이스북 역시 음성 어시스턴트인 ‘판초’와 함께 예약과 결제 서비스를 소개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머신러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비전, 비슷한 기술을 어디에 활용하느냐다. 흔히 ‘컴퓨터 세상은 머신러닝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도 각 기업들이 이를 어디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큰 차이가 있고, 이는 곧 사업과 비전으로 드러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플랫폼
MS의 인텔리전트 클라우드는 지극히 이 회사다운 전략이다. 과거 MS의 컴퓨팅 환경이 DOS와 윈도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안으로는 윈도, 클라우드 서비스, 오피스365 등 자체 제품을 고도화하고, 한 편으로는 여러가지 인공지능 기반 요소들을 제품, 모듈화 해서 이용자들이 필요한 기술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병행한다.
언뜻 윈도가 뒤로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윈도10은 여전히 MS에게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다. 윈도 역시 머신러닝을 등에 업고 발전하는 ‘엣지’ 중 하나다. MS는 빌드를 통해 운영체제 위의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가 말로 컴퓨터와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게 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코타나가 작동하는 안드로이드나 iOS 기기에서도 윈도우, 오피스365 등의 경험을 이어가게 한다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새로운 PC 운영체제와 모바일이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다. 새로운 운영체제는 나중 일이고,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여러 운영체제에 플랫폼으로 올려두면 이용자는 ‘운영체제나 컴퓨터 모양에 관계 없이 MS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새로운 전략이다.
머신러닝도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의 기반이라고 보고 있는 게 MS다. 인지 컴퓨팅을 비롯해 챗봇, 데이터 분석 등 MS는 2년 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비중 있게 다뤘던 머신러닝 요소들을 더 진화시켰고,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개방했다. 꼭 MS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구글의 텐서플로 등 공개된 머신러닝 도구를 효과적으로 돌릴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함께 공개했다. MS는 빌드를 통해 모든 클라우드와 머신러닝을 끌어안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MS는 컴퓨팅 자체의 변화를 보고 있다. MS에게 모바일은 심각한 위기였고, 어떻게 보면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 PC 시장의 성숙은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사업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는 신호다. 컴퓨터의 모습은 계속해서 바뀌게 마련이다. 알렉스 키프만 MS 수석 부사장은 빌드를 앞두고 “앞으로 모바일이 저물고 가상현실 기기가 대세를 차지할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말을 꺼내놓기도 했는데, 사실 컴퓨팅 환경은 변화도 변화지만 더 다양해지고 가짓수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자동차도 컴퓨터고, TV나 냉장고, 스피커도 컴퓨터라는 것은 이미 올 초 CES를 통해 드러난 부분이다. 컴퓨터 위의 컴퓨팅을 바라보는 전략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비전의 변화가 공감을 받는 이유다.
구글, 세상을 검색하다
구글은 모바일을 통해 가장 큰 기회를 얻은 기업이다. 안드로이드는 이제 20억 대가 깔려 있고, 지금도 무섭게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애초 검색 서비스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갈 것이라는 판단으로 모바일 웹, 서비스 스위트(Suite) 형태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준비했던 게 지난 10년간의 구글이었다.
이 전략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더 많은 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모바일로 전환되는 웹 환경의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
구글은 과감히 모바일에서 인공지능으로 중심을 옮기겠다는 선언을 했다. 모바일이 끝났다고 보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구글의 ‘AI 퍼스트’ 전략은 MS와 정확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을 통해 컴퓨터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직접 경험했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는 ‘컴퓨팅’ 환경이었다. 애초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든 이유도 하드웨어 시장을 휘어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글의 서비스를 새로운 컴퓨팅 환경에서 더 잘 쓸 수 있도록 하나의 구글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데 있었다. 그런 구글이 다음 컴퓨팅의 변화로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구글의 비즈니스 중심은 여전히 검색에 있다. 2017년 구글I/O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머신러닝을 이용해 세상을 검색한다’고 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음성인식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스피커 ‘구글 홈’을 내놓으면서 말로 검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2015년 구글I/O에서 사진을 검색하는 ‘구글 포토’를 발표했다. 이런 기술들이 바라보는 것은 결국 텍스트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검색하겠다는 데에 있다.
그 기술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건 ‘구글 렌즈(Google Lens)’다.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면 실시간으로 해당 사물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띄워주거나 적절한 행동으로 연결해준다. 구글은 이 서비스로 큰 박수를 받았는데, 따져보면 구글이 그동안 해 왔던 이미지 분석, 영상분석 기술이 이제 세상을 텍스트 형태로 정형화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사물을 인지하고 해석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텐서플로를 비롯한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은 화려하지만 결국 구글이 목표로 하는 ‘검색’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구글 홈은 사람의 목소리, 즉 성문으로 이용자를 6명까지 구분할 수 있고, 구글 포토는 사진에 찍힌 사람을 찾아 자동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을 더했다. 구글이 꺼내 놓은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들은 모두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기존의 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기존의 서비스에 머신러닝을 더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은 세상을, 이미지를, 맥락을 확실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세상이 서서히 신뢰하고 있다. 신뢰는 사용자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데이터로 돌아온다. 데이터는 다시 정확도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글이 머신러닝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는 이유다.
인공지능의 대중화
머신러닝은 새로운 기술이고, 새로운 컴퓨팅 방향이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존 서비스들을 진화시키고, 인지 컴퓨팅으로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하는 쪽으로 흐르는 게 현재의 기술 흐름이다. 모두가 입을 모으는 것은 이 새로운 컴퓨팅의 가능성이 아직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머신러닝과 관련된 부분들을 상당 부분 개방하고 있다. 구글은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를 아예 오픈소스 형태로 개방해 누구든, 어떤 용도로든 활용하게 했다. MS는 텐서플로를 애저 클라우드에 올려 머신러닝 컴퓨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지 컴퓨팅이나 이미지 분석, 챗봇 등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위에서 만든 하나의 인공지능 머신들을 API나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변화는 단순히 서비스를 파는 것을 넘어, 머신러닝을 통해 겪는 변화를 공유하자는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MS와 구글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인공지능의 대중화(Democratization of AI)’이다. 누구나 이 기술을 통해 기존 경험을 발전시키는 것 뿐 아니라 그 동안 산업화에서 놓칠 수밖에 없던 안전이나 윤리 문제까지 인공지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미 인지 컴퓨팅은 위험한 도구,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갑작스레 변하는 기후 환경 등, 사람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관통하는 ‘세상을 바꿀 기술을 만들겠다’는 철학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또한 일찌감치 각 기업들이 겪고 있는 인공지능의 마술을 세상으로 넓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음 컴퓨팅 환경을 기대하기 위해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머신러닝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다.
머신러닝에 대한 성급한 판타지를 갖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머신러닝은 하루아침에 뚝딱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이 기업들은 일찌감치 통계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습관화 했고, 언젠가 이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분류해내는 기술이 등장하면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머신러닝, 그리고 딥러닝은 그 분석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분석 도구는 계속 진화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데이터였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는 왜 인공지능에 열광할까?’ 5월 두 개의 큼직한 컨퍼런스가 남긴 숙제다.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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