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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 만드는 뉴스실험, 위키트리뷴
[글= 이석원 벤처스퀘어 기자]
지난해 옥스퍼드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탈진실(post-truth)이다. 객관적 사실은 무시한 채 진실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영국 브렉시트 사태나 미국 대선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치른 대선 기간에도 탈진실과 가짜뉴스(Fake News)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됐다.
물론 인터넷에 유언비어나 가짜뉴스, 음모론 같은 정보가 가득하다는 문제가 지적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4년 세계 10대 트렌드에도 온라인에서의 오보 확산(The rapid spread of misinformation online)이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탈진실 관련 키워드 검색이 2,000%나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가짜뉴스가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선중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 가운데 하나는 팩트체크다.
언론인과 독자의 콜라보레이션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바로 위키트리뷴(Wikitribune)이다. 위키피디아로 잘 알려진 지미 웨일스(Jimmy Wales)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그는 집단지성과 증거 기반 저널리즘을 결합한 새로운 온라인 뉴스 플랫폼으로 위키트리뷴을 제안하고 있다.
지미 웨일스는 위키트리뷴을 “망가진 뉴스를 찾을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뉴스가 온라인화되면서 독자는 뉴스를 무료로 보고 비용은 광고주가 대기를 원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조회 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품질이 떨어지는 언론사를 양산하게 됐다는 것. 또 소셜미디어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지속적으로 클릭을 유도하게 설계하는 이른바 필터버블(Filter Bubble)로 뉴스 자체를 망가뜨렸다고 지적한다.
위키트리뷴은 이런 상황 타개를 목표로 한 차세대 뉴스 미디어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위키트리뷴은 기존 미디어와 어떻게 다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위키트리뷴은 전문가와 일반 독자가 연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 기자가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쓰면 독자가 위키피디아처럼 기사 내용을 검수하고 사실과 다르면 자유롭게 수정이나 추가를 할 수 있는 것. 물론 수정 자격이 있는 독자는 위키피디아처럼 권한을 받은 봉사자에 한한다. 지미 웨일스는 인터넷에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구조상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진실성을 담보하는 게이트키퍼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키트리뷴은 기사 작성 시스템에 위키 방식을 접목해 대중 참여를 더한 것이다.
물론 다른 특징도 있다. 앞서 기존 인터넷 미디어처럼 광고 등을 수익 모델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키트리뷴은 크라우드 펀딩, 즉 기부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펀딩에 참여하는 독자는 지원자가 되어 위키트리뷴이 다룰 주제에 대한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위키트리뷴은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분야별 언론인 10명에 대한 고용 기부를 지난 4월 28일 시작했다. 위키트리뷴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월 15달러씩 기부 설정을 하게 돼 있는데 액수는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지미 웨일스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이런 방식을 즐겨 쓰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위키트리뷴 방식에 지지자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위키트리뷴은 이 같은 기부를 통해 목표액을 확보한 뒤 6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위키트리뷴은 이런 점에서 비슷한 방식처럼 보이는 위키뉴스(wikinews)와 차이가 있다. 위키뉴스는 저널리즘 자체의 독립성이나 폐쇄적 뉴스 생산 방식을 수정하려는 참여 저널리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위키뉴스는 일반 독자가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배포, 필터링을 한다. 지원자 전체에 의해 유지되므로 기사 수나 품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 것.
위키트리뷴은 기부를 통해 언론인이 기사를 쓰고 이를 대중이 개선하는 하이브리드 형태 구상이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대신 기부와 대중의 눈으로 양질의 기사를 만드는 새로운 인터넷 뉴스 형태를 목표로 한다.
위키는 과연 가치중립적인가
위키트리뷴이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핵심은 물론 지미 웨일스가 밝힌 것처럼 위키 방식을 차용했다. 위키피디아의 글도 사실 정보 전달과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원봉사자와 협력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위키피디아의 콘텐츠 편집이나 수정에 기여하는 사람은 3,000∼5,000명이다.
지미 웨일스는 위키피디아가 합리적 담론을 나눌 수 있고 외부에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위키트리뷴이 가치중립적이 되느냐 여부는 위키피디아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키트리뷴이 위키피디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뉴스 제작의 중심에 두는 것을 기존 미디어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탄생 16주년을 맞은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보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미 웨일스는 전 세계인이 모두 인간의 지식에 무료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위키피디아에는 현재 4,000만 개가 넘는 콘텐츠가 있으며 방문자는 4억 명, 월간 페이지뷰는 170억뷰가 넘는다. 매월 10억 개가 넘는 기기가 위키피디아에 접속하며 지원 언어도 284개에 달한다. 위키피디아 내 한국어 콘텐츠 수는 38만 1,000개로 언어별로 따지면 25번째라고 한다. 기여자 활동이 세계에서 16번째로 활발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활발한 참여,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공 방식은 어떤 면에선 이미 검증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키피디아는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팩트체크 역할도 충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자유롭게 내용을 편집할 수 있다는 인터넷 특유의 장점을 살린 콘텐츠지만 이 때문에 편집자의 의도가 반영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기도 했던 위키피디아 내 콘텐츠가 시간이 지나면서 중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연구에선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15년 거슬러 올라가 분석하면서 정치적으로 좌우 편향 키워드가 얼마나 나왔는지 횟수를 산출해 통계를 냈다. 이에 따르면 초기 좌편향이던 콘텐츠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결국 중립적 위치로 정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2001∼2011년까지 290만 명이 편집한 미국 정치관련 콘텐츠 7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경향은 대부분 중립 쪽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런 중립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백과사전, 브래태니커에 상당하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료구독 성공 가능성 실험
지미 웨일스는 광고에 의존한 비즈니스 모델이 파괴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미디어 때문에 기존 미디어도 압박을 받고 광고가 지배하게 된다는 것. 자극적인 내용으로 클릭만 높여주는 현상을 클릭베이트(Clickbait)라고 한다. 클릭(Click)과 미끼(Bait)의 합성어로 쉽게 말해 클릭을 위해 계속 미끼를 던진다는 것이다.
지미 웨일스는 지난 5월 15일 위키트리뷴의 아시아 공략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 외신 기사를 소개했다. 중국에서 스모그 탓에 해가 뜨는 모습을 TV로 방송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언급하며 “이 기사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실제로는 스모그가 아닌 여행 광고 기사였다고 밝혔다.
데일리메일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데일리메일을 신뢰할 수 없는 소스(Potentially unreliable sources)에 추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더썬(The Sun)이나 데일리미러(Daily Mirror) 같은 타블로이드 신문 역시 잠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소스에 포함됐다.
위키트리뷴은 커뮤니티가 보도해야 할 뉴스를 결정하고 매달 기부를 하면서 ‘유료’ 독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특정 주제를 취재할 기자가 필요하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아 해결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위키트리뷴은 뉴스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독자가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 정보 신뢰도를 높이는 위키 방식을 전문 언론인 시스템과 결합하고 광고 대신 정기 구독을 통해 운영된다.
사이트는 무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위키트리뷴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누구나 수정 검토도 요청할 수 있다. 사실 관계는 계속 업데이트되는 만큼 뉴스 자체가 살아서 진화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으로 단순히 옮겨온 기사가 아니라 인터넷에 맞는 콘텐츠 형태로 진화한다고 할 수 있다. 위키트리뷴이 모든 언론의 형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다른 매체에는 없던 고유 기사나 탐사 보도 등에 새로운 윤활유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미 웨일스 역시 “위키트리뷴의 목표는 고품질 뉴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시장에 이미 수익성에 대한 신호가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가 1년 만에 100만 명의 유료고객을 확보한 것이 그 예라는 것. 지미 웨일스는 “유료 구독 모델 역시 가치가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면서 전문 언론인과 일반인의 공동작업 모델이 기부를 통한 유료 구독 모델로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플랫폼과의 경쟁을 예고하는 건 아니다. 일반 뉴스 매체나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의 협력도 염두에 둔다는 것.
지미 웨일스는 위키트리뷴을 최대한 빠르게 확대하고 싶다면서 다른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중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곳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트리뷴이 가짜뉴스를 사라지게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부분적이라도 해소할 만한 방법을 전문 언론인과 위키라는 두 가지 방식을 조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다는 점, 또 결국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광고에서 독립적일 수 있는) 새로운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한 시도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위키트리뷴의 시도는 가짜뉴스와의 전쟁과 유료 구독모델 실험이라는 의미 있는 관전 포인트를 던지고 있다.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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